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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rL Feb 18. 2024

이해받지 못할 소문장 2

독일 기차 안에서

나는 모두에게 불친절할 준비가 되어있다.

누군가가 내게 다가와 말을 걸면 그 사람이 어떤 삶을 살아왔던 간 일단 거리를 둔다.


이것은 일종의 역 사이를 걸을 때 거지들의 구걸을 피하는 습관이다.

이것은 인종차별을 피하는 방법이다.

이것은 현대시대에 뜬금없이 발생하는 화를 피해야 되는 고충이다.

나는 이런 것으로부터 인류애를 서서히 잃어버린 것이다!


나는 이런 태도를 가지고 누군가로부터 항상 방어하려고 든다.

하지만 일상 속에서 조그맣게나마 도와주는 손길이 더 많고 옅은 웃음을 띠는 일이 더 많다는 것을 깨달았다.



자료 출처 : istock

라이프치히로 향하는 독일 기차 2등석 칸

나는 기차 좌석에 앉기 위해 짐을 두고 있었다.

역시나 누군가가 나를 쳐다보고 말을 걸어온다.

빤히 나를 쳐다보던 키파를 쓴 유대인 할아버지.

손이 부족한 나를 위해 내 손에 들린 커피를 들어주셨다.




중동의 묘한 색깔의 짙은 보라색 히잡을 쓴 무슬림 친구와 대화하던 카페 안

나는 벽을 보고 앉아 있었다.

까무잡잡한 피부의 할머니는 나를 흘깃흘깃 보다가 눈이 마주쳤다.

웃음과 함께 말을 걸어왔다.




이런 일들이 있을 때마다 나의 태도는 한결같았다.

일단 마음속으로 방어태세를 갖춘 다음 철저히 무시할 계획을 세운다.

그리고 얼굴에서 가식적이고 삭막한 상냥함이 나온다.


"Danke schön"

-고맙습니다


그리고 더 이상 나에게 접근하지 못하도록 웃음기를 뺀다.




나는 이들의 다음 표정과 웃음을 읽으려고 한 적이 있는가.

이토록 인류애를 상실해 버린 내가 누군가의 도움을 받을 자격이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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