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제 : '보이지 않는 믿음'
[오늘은 믿음의 거울]
아주 맑은 눈을 가진 꼬마 아이, 별이는 어느 날 작은 씨앗 하나를 선물 받았어요. "이 씨앗 안에는 아주 눈부신 꽃이 숨어 있단다. 정성껏 심고 기다리면 너를 향해 환하게 웃어줄 거야."
별이는 가슴이 두근거렸어요. 햇살이 가장 잘 드는 마당 한복판에 조심스레 구멍을 파고 씨앗을 눕혔지요. 그리고 고운 흙을 이불처럼 덮어주며 속삭였어요. "어서 나와. 네가 어떤 모습일지 너무 궁금해."
하지만 다음 날 아침, 눈을 뜨자마자 별이의 마음속에는 작은 의심이 피어올랐어요. '씨앗이 잘 있을까? 혹시 흙 속에서 길을 잃은 건 아닐까?'
참다못한 별이는 손가락으로 흙을 살금살금 파헤쳤어요. 다행히 씨앗은 어제 그 자리에 가만히 누워 있었지요. "휴, 다행이다. 아직 살아있구나."
다음 날도, 그다음 날도 별이는 궁금함을 참지 못하고 흙을 파헤쳤어요. 씨앗을 꺼내 요리조리 살피고는 다시 묻어주기를 반복했지요. 별이의 손톱 밑에는 까만 흙이 마를 날이 없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별이는 깜짝 놀라고 말았어요. 매일 만져대던 씨앗의 표면이 여기저기 깎이고 갈라져 있었거든요. 별이의 서투른 손길에 씨앗은 지쳐가고 있었던 거예요.
별이는 울먹거리며 중얼거렸어요. "나는 네가 잘 자라는지 보고 싶었을 뿐인데...?"
그때, 마당 끝에서 불어온 투명한 바람이 별이의 젖은 속눈썹을 살며시 스치며 속삭였어요.
"별이야, 보이지 않는 어둠은 씨앗이 단단해지는 시간이야. 흙의 무게를 견디고 스스로 일어날 수 있도록, 너의 조급함을 잠시만 덮어두렴.”
별이는 멈칫했어요. 바람은 계속해서 부드럽게 말을 이어갔습니다.
"네가 자꾸 파헤치는 건 씨앗이 걱정되어서가 아니라, 네 마음속에 '믿음'이 부족해서란다. 믿음은 확인하는 게 아니라, 보이지 않는 곳에서 자라도록 가만히 기다려주는 거야."
별이는 바람의 말을 듣고 한참 동안 가만히 앉아 있었어요. 그리고 처음으로 씨앗을 파헤치는 대신, 아주 두터운 흙을 정성껏 덮어주었지요. 자신의 손길이 더 이상 씨앗의 잠을 깨우지 않도록 말이에요.
별이는 이제 매일 흙을 파헤치지 않아요. 대신 그 위에 물을 주고, 다정한 노래를 불러주며 기다림을 배우기 시작했답니다.
어느덧 마당에는 깊은 정적이 내려앉았습니다. 별이가 더 이상 흙 속을 들여다보지 않게 된 어느 맑은 아침, 짙은 흙내음 사이로 작고 연약한 초록빛 싹 하나가 수줍게 고개를 내밀었습니다. 별이는 그제야 씨앗과 나란히 서서, 불어오는 바람을 향해 아주 천천히 미소 지었습니다.
[에필로그]
우리는 가끔 내가 심은 사랑이나 노력이 잘 자라고 있는지 확인하고 싶어 조바심을 냅니다.
상대의 마음을 확인하려 자꾸만 질문을 던지고, 내 미래가 불안해 오늘의 행복을 파헤치곤 하죠.
하지만 별이가 배운 것처럼, 생명은 우리가 지켜보지 않는 정적의 시간 속에서 가장 치열하게 자라납니다.
오늘 당신이 묻어둔 간절한 소망이 있다면, 조용히 흙을 덮고 그저 믿어주세요.
보이지 않는 곳에서 이미 꽃은 시작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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