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관계의 거울]
반짝이는 물결, 윤슬!

닿지 않아 더 눈부신...

by BNIBNI


반짝이는 물결, 윤슬!

[오늘은 관계의 거울]



아득히 먼 옛날, 무지개 너머 은빛 가루가 흩날리던 시절의 이야기예요.


끝없이 펼쳐진 높은 하늘에는 모든 것을 덮어주고 지켜주는 따뜻한 빛 해이와,

세상의 모든 눈물이 모여 푸른 노래를 불러주는 물결 결이가 살았습니다.


해이가 아침을 깨우면 결이는 부드러운 파도로 인사를 건넸고, 결이가 밤의 자장가를 부르면 해이는 달빛 뒤에 숨어 그 소리에 귀를 기울였지요. 둘은 아주 오래전부터 서로를 마음 깊이 품고 있었답니다.


하지만 둘 사이에는 건널 수 없는 아득한 거리가 있었습니다.

해이는 결이의 고운 살결을 만져보고 싶어 온종일 하늘 끝에서 서성였고,

결이는 해이의 따스한 품에 안기고 싶어 하얀 거품을 힘껏 뻗어 보았습니다.


‘한 번만이라도 너의 숨결을 느낄 수 있다면…’


바라보는 것만으로는 가슴이 시려, 어느 날 해이가 슬픈 고백을 하며 낮은 곳으로 내려왔습니다.

그런데 해이가 가까워질수록 시원했던 결이의 몸은 뜨거운 열기에 파랗게 질려 비명을 지르며 타올랐고, 해이의 찬란한 빛은 결이의 눈물에 젖어 희뿌연 안개 속으로 차갑게 식어갔습니다.


그제야 비로소 결이와 해이는 알았습니다.

서로를 향한 간절한 마음이 도리어 서로를 아프게 한다는 것을 알았을 때, 둘의 눈동자에는 커다란 슬픔이 고였습니다.


"해이야, 네가 없는 하늘은 보고 싶지 않아. 내가 기꺼이 낮은 곳에서 너를 기다릴게."

"결이야, 네가 없는 바다는 숨을 쉴 수 없어. 내가 다시 높은 곳에서 너를 비출게.”


둘은 서로를 온전하게 지켜주기 위해, 가장 먼 곳에서 서로를 사랑하기로 약속했습니다.

해이는 결이가 마르지 않도록 다시 높고 높은 하늘의 자리를 지켰고, 대신 세상에서 가장 고운 빛을 한 줌 가득 담아 결이의 발등 위에 내려주었습니다. 결이는 그 빛을 보물처럼 받아 바다 위에 수만 개의 보석을 수놓으며 춤을 추었지요.


"사람들은 바다 위에서 반짝이는 그 아름다운 약속을 ‘윤슬’이라 불렀답니다."


비록 손을 맞잡을 수는 없지만, 닿지 않기에 서로를 더 눈부시게 지켜줄 수 있는 마음.

오늘도 결이와 해이는 아득히 먼 그곳에서, 세상 가장 아름다운 거리를 사이에 두고 서로를 환하게 비춰주고 있답니다.




Gemini_Generated_Image_eivuudeivuudeivu.png 필요에서 맺어진 관계는 무너지고, 충만에서 맺어진 관계는 영원하다





[에필로그]

적당한 거리가 만드는 눈부심


우리는 사랑하는 것들과 더 가까이 닿고 싶어 안달복달하며 살아갑니다.

하지만 너무 가까워 서로를 태워버리거나, 숨 막히게 했던 순간들도 분명 있었을 거예요.

해이와 결이가 선택한 '아득한 거리'는 포기가 아니었습니다.

그것은 상대가 가장 나답게 존재할 수 있도록 배려하는 가장 적극적인 사랑의 형태였습니다.

지금 누군가와의 거리가 멀게 느껴져 마음이 시리다면, 그 사이를 흐르는 눈부신 '윤슬'을 바라봐 주세요.

닿지 않기에 우리는 서로를 영원히 동경하며, 가장 아름다운 빛으로 남을 수 있는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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