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드름
송복련
벼랑 끝이다.
유전자 속에는 아래로만 흐르는 결코 솟아오르지 못하는 숙명적인 길이 저장 되어 있나보다.
그래서 마음은 맺히고 맺혀 처마 끝에서 자꾸만 칼날이 되어 수염처럼 자란다. 차갑게 벼리는 몸은 단단하지만 유리처럼 쉽게 금이 간다. 아주 맑아지면 끝내 추락하여 제 몸을 던져버릴 것이다.
거꾸로 자라다보니 몸은 점점 비수를 닮아가는 것 같다.
흐름이 멈춘 뒤 소통 없이 경직된 몸은 깨질지언정 타협을 모르고 찌를 듯이 날카롭기만 하다.
눈물이 얼음의 시간을 거치는 동안 처마 끝에서 점점 차갑고 독해지기만 하니 안타깝다.
곧게만 자라서 수직으로 뛰어내리려니 아득하여 두려움에 떨고 있는 것인가.
뾰족하게 굳은 마음으로 벼랑 끝에 서고 보면 제 무게만큼이나 마음 바닥에 깊은 홈을 파고야 말 텐데.
몸이 투명하게 되어 용서하는 시간이 어느 때쯤 오려나.
어디서 ‘똑, 똑’ 물방울이 떨어지는 소리가 들리는가 싶다.
내 마음도 따라 녹아내리고 싶고 스미고 싶고 흐르고 싶다.
누군가의 창가에서 낙숫물처럼 듣는 음악이 되고 싶다.
-<둥둥 우렁이 껍데기 떠내려가다>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