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복련
울음이 울음을 부르고 이명처럼 귓속을 파고드는 벌레 소리
아침 산이 고봉으로 차오른다
길은 오르락내리락 자주 구부러지고
늙어가는 초록 그늘 사이로
울컥 속내 드러난 단풍
연둣빛 이파리와 꽃을 피우던 봄날처럼
어느새 물들이며 종종걸음이다
계절을 건네며 여무는 것들의 무게
문득
서쪽으로 소실점이 기운다
여기까지야, 떨켜가 잎들을 밀어낼 때마다 젖을 빨며 매달리던 가지 끝마다
햇빛과 그늘로 엮어 짠 날들처럼
물색없이 물빛 번지고
멈칫멈칫 비행하다
질펀하게 자리를 펼치겠다
복원되지 않는 전생,
고와서 서러운 가을이 문밖에 서성인다
나에겐 몇 개의 가을이 더 남았을까
<꽃과 노인>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