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잔의 커피를 주문할 때는
꽃밭을 꿈꾼다
특별히 배달된 본차이나 커피잔 속
카푸치노 거품 위에 뜬 하트 문양
한 모금식 커피 향이 섞일 때마다
둥근 탁자 주변으로 장미꽃이 피었다
마주 보며 피어 올린ㄴ 이야기꽃
당신의 마음이 내게 와 젖는다
그날 밤,
어둠의 고치 안에 갇힌 나는
잠을 가져간 범인을 생각한다
몸의 말을 읽지 못하는 카페인은
며칠 전 꿈에 황소가 달려 나와
가슴은 아직도 울렁거리는데
째각째각 어둠을 씹는
귓속을 파고드는 소리, 소리
새벽은 밤도 여물처럼 먹어 치우려나
자꾸 부서지는 몸의 리듬
잠을 빼앗긴 난
지하철에서
강의 시간에도 꾸벅거린다
낮과 밤의 반전으로
하루가 길게 늘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