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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봄날 Aug 04. 2019

나만의 디저트 여행


조촐한 만찬, 디저트를 탐하다


새 달력을 거는 마음으로 나를 위해 조촐한 축하 파티를 열고 싶다. 돌아온 돼지해에 꿈을 심으며 오래된 화덕에 불을 지펴보는 일은 얼마나 행복한가. 집 근처에 눈여겨본 봄날처럼 화사한 디저트 카페를 떠올렸다. 따뜻한 핑크빛이 나를 유혹한다. 문을 열고 들어가니 스무 살 처녀의 방 분위기가 난다. 진열장에는 앙증스러운 디저트들이 오순도순 모여 눈길을 끌어 바라만 보아도 좋다. 두 가지를 주문하고 기다렸다.


어느 때부턴가 브런치 카페에서 늦은 아침을 먹는 주부들이 늘어났다. 식구들의 아침 준비를 마친 그들이 빵과 차를 앞에 두고 수다가 한창이다. 이국적이고 세련된 분위기가 나는 장소에서 먹는 아점이 새로운 문화가 되는가 싶다. 커피가 대중화되면서 몇 걸음만 떼면 눈에 띄는 커피점은 거실과 공부방들이 바깥으로 나온 듯 사람들로 붐빈다. 노트북을 가져와 열심히 과제를 해결하는 모습은 이제 익숙한 풍경이다. 사람들의 수다는 여기뿐만 아니라 TV를 틀어도 매양 홍수처럼 범람하는데 그동안 어떻게 입속에 가두고 지냈을까 싶다. 이제 카페는 저마다 품고 있는 생각들을 소통하는 공간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집밖으로 나온 허기진 말들을 주고받는 카페는 차와 디저트와 만나 진화중이다. 대화가 길어지면 자연스레 디저트로 허기를 달래며 간단한 식사를 대신하더니 이제 디저트는 주인이 되어 가는가. 독특하고 개성적인 모양과 빛깔로 눈길을 사로잡는다.


주문한 ‘티라미수’와 ‘로즈퍼퓸’이 차와 함께 선물처럼 차려졌다. 이제 나만의 작은 사치 디저트를 탐하려고 한다. 첫 손님으로 들어왔으니 한껏 여유롭게 그리고 오감으로 느껴보리라. 익숙하게 듣던 ‘티라미수’는 은은한 미색이 감도는 사각의 마스카포네치즈 위에 코코아가루를 고명으로 얹어 멋을 냈다. 부드럽게 혀끝에 감기는 달달한 맛이 첫사랑처럼 느껴지는데 바닥에는 에스프레소로 적신 얇은 빵조각이 촉촉하게 긴장시킨다. 이 작은 ‘티라미수’가 기분을 띄워준다. 이탈리아어(tramisu)로 ‘나를 끌어올리다, 위로’의 뜻 그대로 실망시키지 않았다. 소박하게 먹던 빵은 이집트의 발효빵 만드는 기술이 서양 사람들의 주식으로 정착되는 과정에서 지역마다 다양해졌다. 티라미수 하나에도 오래전 빵을 커피에 적셔 먹었던 음식문화를 읽을 수 있었다.


  디저트(desert)의 달콤한 호사로움은 나의 올 한 해가 꿈을 향해 순풍처럼 나아갈 것 같다. ‘마르코 폴로’ 차를 곁들인 이유는 순전히 <동방견문록>을 떠올리며 여행을 꿈꾸게 했기 때문이다. 신비로운 차로 나의 디저트 여행을 떠나려고 한다. 이 작은 출발이 콜럼부스처럼 새로운 세계를 열어줄지도 모르겠다. 중국과 티베트의 꽃과 과일이 블렌딩 된 차는 실망시키지 않았다. 차는 티라미수에 폭 빠졌던 나의 입맛을 개운하게 씻어주면서 향긋한 여운이 입안을 감싸 안았다. 낯선 세계와 만난다는 것은 얼마나 매혹적인가. 여행에서 돌아온 마르코 폴로가 제노바와의 전쟁에 참여하였다가 포로가 되어 투옥되었을 일화가 있다. 그의 여행담을 듣기 위해 감옥으로 출근하는 제노바 사람까지 있었다는. 여행의 위험과 피로를 감내한 이야기는 사람들의 호기심을 일으키고도 남는다. 올해 나의 북유럽 여행은 어떤 맛으로 기억될지 벌써부터 설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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