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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불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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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봄날 Aug 04. 2019

가위와 초승달

신문 한 귀퉁이에서 발견한, 작은 달

선을 따라 사각사각 취향이 

편집된다


안쪽과 바깥의 경계에서

오려 내거나 버려지는 엇갈린 행보는

스크랩북과 쓰레기통으로 단호하게 갈라선다


차가운 가위의 직설적인 입술을 좋아하는,

언제나 온달 쪽으로 기울던 내 취향이 

초승달을 오려냈다 


쓸모만을 생각하던 지난 날

명쾌하게 갈라놓은 선택과 폐기로

바깥이 된 어둠은

바닥에 흩어져 하찮아졌다


잘라 낸 것들은 

한 끼의 밥처럼 요긴했지만

가위질하는 갈림길에서 

서로 닮은 테두리를 나눈다 


바깥이 된 자리에 텅 빈 고요가 깊다

쓸모없음의 쓸모를 생각하는 밤

내게 하찮은 초승달이 

문득 보름달로 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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