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에 나와 살면 가장 크게 부딪히는 문제는 뭐니 해도 '끼니'가 아닐까 싶다. 우리와 가까운 아시아권이면 입맛에 맞는 음식도 식재료도 구하기 쉽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에는 적당한 타협이 필요하다. 나는 태생이 음식을 가리지 않고 뭐든 잘 먹지만 이곳 탄자니아에서는 사뭇 다르다. 이미 익숙해질 대로 익숙해진 한식과 처음 맛보는 현지 음식을 같은 선상에 둔다는 것 자체가 넌센스였다. 적응기간 중 홈스테이를 했는데 첫날 나는 호감을 사려 사마키(현지의 생선 요리)를 정말 좋아한다고 말했고, 그때부터 3일 동안 매 끼니 사마키가 올라왔다. 음식도 음식이지만 손으로 음식을 먹는 것도 익숙지 못했고 갓 요리된 뜨거운 음식을 현지인들은 잘만 잡는데 나는 아뜨뜨 하며 한참을 잡았다 놓았다 하곤 했다. 그렇지만 인간은 적응의 동물이라고, 배고프면 가릴 게 없으며 늘 배고픈 나는 이제 현지 음식에 완전히 적응했다. 이제는 썸 타는 상대방 얼굴처럼 누워도 생각나는 탄자니아의 음식을 짤막히 소개한다.
1. 필라우
최애(최고로 애정)하는 음식 필라우. 이곳에서는 볶음밥을 필라우라 부르는데 고기육수 등을 사용해 밥을 볶는다. 가장 한국적인 맛이라 늘 찾곤 한다. 옆은 함께 나오는 반찬들, 콩 수프, 시금치 등을 필라우와 섞어 쓱싹 비벼 먹으면 한 접시 뚝딱이다.
2. 차파티, 사마키 수프
왼쪽은 밀가루 반죽을 얇게 펴 구운 차파티, 오른쪽은 사마키(생선) 수프. 처음에는 아무 맛도 안 나는 이 밀가루 반죽을 왜 먹지 싶었는데 어느 순간 계속 찾게 된다. 속이 든든하고 값이 싸 티타임 때도 늘 동행한다. 이곳에서 하루를 살면 탄수화물은 널렸지만 단백질은 섭취하기가 힘들다. 이때 필요한 것이 바로 사마키 수프. 이름 모를 물고기를 끓여 부드러운 살과 조금은 시큼한 수프를 한 그릇에 담아 준다.
3. 키티모토, 칩시 그리고 맥주...
키티모토(돼지고기)는 현지에서 찾기가 힘들지만 일단 찾았다 하면 빠져나오기가 힘들다. 돼지고기를 한 번 삶아 토마토소스, 필리필리(매운 고추)와 볶아 주는데 감히 진리다. 다른 음식들에 비하면 값은 조금 비싸지만 먹는 데는 돈 아끼지 말라고 했다. 요청하면 소스 없이 기름에만 튀겨서도 주곤 한다. 위의 익숙한 감자튀김은 칩시, 문자 그대로 chips다. 현지의 감자는 수분이 많아 튀겨도 겉은 바삭하되 속은 살살 녹는다. 칩시는 값이 싸 주머니 사정이 궁할 때도 안심하고 찾을 수 있다. 그리고 맥주, 위의 음식들과 맥주의 궁합은 치맥도 저리 가라다. 탄자니아의 맥주에 관해서는 할 말이 많아 이후에 따로 글을 쓰겠다.
4. 마툰다
갑자기 길거리 음식이지만 꼭 소개하고 싶은 사진. 마툰다는 과일을 뜻하며 현지에서는 과일이 싸 어디서든 쉽게 구할 수 있다. 위 사진은 시장에서 파는 마툰다인데 한 접시에 1,000실링, 한국 돈으로 500원에 살 수 있다. 접시를 고르면 그 자리에서 먹기 좋게 썰어 주는데 싱싱하고 과즙이 넘쳐흐른다. 수박, 파파야, 바나나, 아보카도, 파인애플, 망고, 오이 등을 제각각 섞어 놓는데 시장만 가면 이것부터 찾는다. 이곳의 더위를 버티는데 과일만 한 것도 없다.
퇴근을 했는데 정전에 단수라 끼니를 대충 때우고 못다 한 허기를 사진으로 달래다 문득 남기고 싶어 글에 담았다. 부디 얼른 전기가 들어와 냉장고에 사둔 생닭이 상하지 않길 바라며 글을 마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