栗, 雲:밤 구름
서늘해진 아침의 공기와
짙어진 풀잎과 나무
찬란히 번져오는 가을 해
선선한 바람에 이리저리
흔들리는 들풀과
가을빛을 머금은 하늘
그 사이 스며드는 가을의 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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栗, 雲: 밤구름
가을 하면 떠오르는 날씨와 다르게
따뜻했던 이번 24년의 가을
나뭇잎은 가을빛으로 물들다가도 머뭇거리는 듯
했는데 언제나 그랬듯 하루사이
완연한 가을에 와있다.
가을해는 더 붉게 타오르고
번져오는 금빛의 실은 걷는 걸음 사이사이
스며든다. 눈이 부시게 반짝거리는 이 계절의 빛은
초록에서 노랑으로, 노랑에서 붉은색으로 물든다.
여름과 달리 밀도 있는 가을의 볕은
강하지만 세지 않고 흐르는 듯해 보이지만
힘이 있다. 찬란히 반짝이는 이 계절은
은은히 나의 주위를 감싸고 나의 동네를 감싸고
작은 천길의 억새풀, 비스듬히 자라난 나무,
금빛을 품고 반짝이는 강물과 그 위를
누비는 갈색오리와 노란 부리의 흰새,
손톱보다 작은 이름 모를 꽃,
물길 따라 흘러온 돌멩이와 붉은빛 산수유열매,
나의 시선이 닿는 어느 곳에도 깊게 배어
반짝이며 나와 눈을 맞춘다.
어느 날 출근하면서 불어오는 찬바람이 익숙했다.
은은한 붉은빛 해와 그 아래로 모여드는 햇살이
언젠가 보았던 느낌이었다.
작업실에 분주하게 일하다 고개를 들었다.
세모지붕 아래 작은 창이 노랑으로 가득했다.
차르르 차르르 소리를 내며 일렁이는 은행잎.
바람에 흔들리는 노란 물결은 시간을 품어
작은 창을 타고 나에게 흘러왔다.
노란빛 그 시간에는 지난 1년의 우리가 있었다.
가을 겨울 봄 여름 긴 시간 동안의
작업을 아껴주고 좋아해 주고
그냥 지나치지 않았던
다정한 말을 건네주시던 분들,
삶의 알 수 없는 즐거움을 향해
걸어가던 보네 식구들,
그 무엇보다 짙은 우리의 마음
이런 귀한 마음들은 1년의 시간 동안 나를
언제나 더 나아지는 사람이 되고 싶게,
전보다 단단한 사람이 될 수 있게 만들었다.
그래서 새로운 일 년의 과자는
보네의 첫 시작을 함께했던 몽블랑을
시간이 담긴만큼 성장하고
보네의 이상과 가까운 형태로,
고마움과 깊은 애정을 더해 깊고 자연스러운
몽블랑을 만들고 싶었다.
밤 취나물은 내가 생각한 늦가을을 표현하기에
딱 맞는 재료들이어서 기본 구성은 그대로 둔 채
몽블랑을 구성하는 요소를 더 깊이 있게
작업하고 싶었다.
풀잎과 공주밤에서 나오는 자연스러운 맛에
더 집중하는 레시피를 짜고 하나하나
작업하기 시작했다.
혼자서 하는 일이라 손이 너무 많이 가면
오래 지속할 수 없어서 머뭇거리기만 하다
포기했던 것들을 더해보기로 했다.
공주밤으로 직접 페이스트를 만들어
밤크림을 만들기로 하고
레시피를 적어나갔다.
공주에서 올라온 밤과 바닐라빈
사탕수수당과 흰 설탕을 넣고
페이스트를 만들고
체에 2번 내려 최대한 부드럽게 작업했다.
공주밤만 사용한 크림은 원하던 향과 맛이 아니어서
프랑스산 페이스트를 더 해 균형을 맞춰 밤크림을 작업했다.
비스퀴는 전과 같이 경남에서 재배한 우리밀을 사용했다. 작년과 달리 더 부드럽고 퐁신한 느낌으로 작업했고
큼직한 부여밤은 껍질을 하나하나 벗겨
다크럼을 넣은 보늬밤 조림으로 작업했다.
머랭쿠키는 꿀과 사탕수수당으로 만들고
낮은 온도에 오래 구워 최대한 바삭하게
만들었다.
마지막 취나물 크림은 전의 레시피보다
취나물 비율이 더 늘었고 크림의 조합을 조절해
향이 진하지만 부담스럽지 않게
작업했다.
전보다 공정이 늘어나고 또 새로 작업하면서
수많은 밤크림을 만들면서 조절해 갈 때는
답답하고 어려울 때도 있었지만 여러 공정 끝에
마음에 들게 나와 기쁘다.
머랭쿠키를 제외하고
나머지 요소는 최대한 부드럽게 만들고 싶었는데
생각한 대로 떠 올린 대로 작업할 수 있어 행복했다.
새로운 계절의 시간과
우리의 1년이 담긴 가을의 몽블랑
이 과자가 일상에서 조금은 힘이 나는 순간이 되었기를 바라며!
선선한 바람에 이리저리
흔들리는 들풀과
가을빛을 머금은 하늘
그 사이 스며드는 가을의 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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栗, 雲: 밤구름
24年10月-12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