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절 과자 도감

夏, 航海 : 여름 항해

by 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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습윤한 공기 여름 안개 위 짙은 녹음

공중에 맺힌 물기

토로록 젖은 여름꽃

파도처럼 밀려오는 녹빛 방울

물기를 머금은 초록 숨

코끝에 너울거리는 여름의 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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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름 항해 夏,航海



이번여름은 해가 쨍쨍했으면 좋겠어

초등학교 다닐 때처럼 말이야

땅이 지글지글 해는 우뚝 솟아있고

매미가 종일 울어대는

짙은 여름방학 같은 날씨로

언니에게 봄이 시작됐을 때 말했다.


올해는 봄이 시작될 때부터

유난히 습한 날씨로 걱정이 가득이었다.

아직 장마도 아닌데 이렇게 습하면

여름에는 얼마나 습할까?

그 말을 언니와 버릇처럼 나누다 보니


내 바람과 같은 쨍쨍한 날들을 그리기보다

물기 가득한 여름날로 물들었다.





진득하게 걱정한 것이 무색하게

자연스레 여름이 다가왔을 때

나에게 남은 건 물기 머금은 초록

물에 젖은 풀의향 같은

습하고 촉촉한 것들이었다.


문을 열고 나섰을 때

피부 위로 느껴지는 무더운 바람과

눈앞에 펼쳐지는 무성한 초록

코끝에 맴도는 젖은 풀의 향

손틈으로 느껴지는 물방울

온몸으로 내리는 여름의 습윤한 날들


물기 젖은 초록이 파도처럼 일렁이는

촉촉하고 푸릇한 것들

흐릿한 여름안개 같은 것들을 담아

작업하자

초록배에 담아보자

그렇게 시작한 이번 여름과자.


메론우롱 타르트는 작년과 비슷한 듯

달라졌다. 조금 더 세밀해졌다.


우롱가나슈에서 우롱차의 비율이 늘어나

향이 더 진해지고

들어가는 양도 늘어서 맛도 더 진해졌다.


메론의 품종은 전과 같이 하니원 메론을 사용했고

7월 후반부터 8월 초까지는 수신메론을 섞어

두 가지 메론을 사용했다.


하니원만 사용했을 때는 초여름의 향이 난다.

푸릇하고 물기 있고 달달하고 시원한 느낌,


이번에 수신메론을 섞으니

수박 같은 특유의 식감과 메론우유같은

포근한 단맛이 완연한 여름의 맛과 가까웠다.


작년에는 8월에는 얼스메론을 사용했는데

그때와는 또 다른 느낌이었다.

하니원을 베이스로 여러메론을 쓸 때

품종 하나로 새로운 느낌을 주는 게 신기하기도

재미있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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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작은 과자는 미니 장미 매실 파르페였다.


물기 어린 느낌을 떠올릴 때 장미향이 떠올랐고

상큼한 맛을 더하고 싶어 고민하다 매실을 사용하기로 했다.


하동매실로 만든 매실청을 사용했고

장미무스는 다크초콜릿과 화이트초콜릿을 섞어서

너무 달지도 너무 쓰지도 않게 작업했다.


원래는 원형 타르트지 위에 하나씩 쌓아 올리는 형태로 구성했는데

매실을 가나슈에서 젤리로 바꿔 만들면서 파르페 모양으로 풀어나갔다.


그다음으로 시나몬 크럼블이었는데 장미 매실 모두 맛보다 향에 집중한

요소라 이것도 세지 않게 은은한 향이 나는 정도로 작업했다.


마지막으로 풀잎향을 더하기 위해 라임과 방풍나물을 넣어 마무리했다.

매실에서 오는 떫고 신맛, 장미에서 오는 꽃향과 달콤한 맛

시나몬에서 오는 고소한 잔향, 방풍과 라임에서 오는 푸릇한 맛


향에 집중해서 만들었던 작은 과자,

손이 많이 갔지만 그래서 더 재미있었던 작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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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록을 품은 작은 조각배


고소한 타르트지에 진득한 우롱가나슈

달콤하고 시원한 메론과 향긋한 우롱무스

산뜻한 라벤더잎이 한 입에 부서질 때

입안에서 파도치는 여름의 맛.


좋아하고 좋아하는 나의 여름항해: 夏,航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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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도처럼 밀려오는 녹빛 방울

물기를 머금은 초록 숨

코끝에 너울거리는 여름의 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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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름 항해 夏,航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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