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절 과자 도감

봄빛 들, 春野

by 보네







부드러운 흙, 따스한 봄빛 아래

잔잔한 꽃망울을 터뜨리는 조그마한 꽃


살랑살랑 불어오는 둥그런 바람

마른풀사이 찬찬히 돋아나는 연두빛 눈

서서히 스며드는 봄의 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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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빛 들, 春野


오래도록 기다린 계절,

마른땅의 시기를 지나고 옅은 초록이 고개를 드는


새로운 과자를 준비하는 시간은

완연한 봄빛으로 물드는 시간이었다.


앙상하기만 했던 가지는 조금씩 색을 되찾고

그 위로는 동글한 망울이 맺힌다.

희미한 땅 위에도 초록이 돋고

단단한 땅은 일찍이 깨어난 이들에 의해

부들해지면 꽃들이 피어나고 나비가 너울댄다.


하루는 민들레가 피어났다가 또 하루는

하늘빛 꽃이 피어나고

여리게 말려있던 녹빛은 며칠사이 선명한

잎으로 뻗어나가는


부지런히 움직인 이들이 내뱉는 향은

생기를 품고 불어왔다.

부드럽고 다정하고 촉촉하고 둥그런 무언가





눈에 담기는 봄의 풍경 속에서

따듯한 봄볕이 나에게 닿을 때

지금 이 순간을 담은 과자를 만들고 싶었다.


긴장되고 지쳐있던 것들에서 벗어나

크게 숨을 내뱉는 시간,

그 숨에서 조용히 한 발을 내딛으면

어디선가 살랑이 불어온 바람


손을 내밀면 느껴지던 촉촉하고 따듯하고 둥그런 것

봄의 생기를 담은 과자를 작업하자

둥그스름하고 부드러운 것을 만들어 보자




여러 꽃들과 풀잎의 향, 맑은 봄날에서

패션후르츠와 쑥이 떠올랐고

그 두 가지를 기준으로 조합을 쌓아 나갔다.


처음은 청포도 패션 쑥이었는데

포도의 맛과 향이 메인 과일로 사용하기에는

봄의 느낌과는 어울리지 않아서

중심을 잡기가 어려웠다.

생과로도 올려보고

인서트로 만들어 올려보기도 하고

젤리처럼 만들어보기도 했지만 쉽지 않아서

아쉽지만 포기하고

그다음으로 찾은 과일이 망고였다.


망고로 선택한 후에는 좋아하는 초코를

더하기로 하면서 메인 구조는 쉽게 정할 수 있었지만

그 이후 여러 요소를 조화롭게 완성하기까지

오랜 시간이 필요했다.


초코 패션 망고키위 쑥 바닐라의 조합에서

첫 입을 넣었을 때 부드럽게 넘어가는

균형을 찾기까지 많이 헤매는 시간이었다.


어려운포도, 이것도 해보고 저것고 해보는 시간들



최종의 최종의 최최종~


기본적인 슈크레나 머랭, 다쿠아즈 같이

여러 형태의 쉘을 만들어 봤지만

마음에 들지 않아서 고민이 많았다.

푀이타주를 떠올렸다가도

바삭한 식감이 어울리지 않을 것 같았고

고민 끝에 겹겹이 부서지지만 고소한 느낌이

초코와 패션망고를 만났을 때 부드럽게

넘어갈 것 같아 브리제로 만들었다.


그위로는 다크초콜릿을 넣어 만든 아파레유와

패션후르츠를 사용해 콩포트 크림 인서트 같이

다양한 요소를 쌓아 작업했다.


패션후르츠는 맛이 강해서 다른 맛들이

덮이는 경우가 많아 이 구조에서

많은 수정이 있었다.

패션 외에도 바닐라 초코 쑥 망고

4가지 요소가 들어가서 그 맛들도 느껴졌으면

하는 마음에 시간을 들여서 패션후르츠를

조금씩 여러 레이어에 넣어 작업하니 상상했던 맛,

다른 구조가 덮이지 않는

패션후르츠 맛을 표현할 수 있었다.


메인 과일이었던 망고는

태국산 골드망고를 사용했는데

산미는 거의 없고 단맛으로 가득한 맛이다.

부족한 산미를 위해 키위를 더해 인서트를 작업하고

푸릇함을 더하고 싶어 고민하다

망고인서트에 깻잎을 더해 산뜻함을 더해주었는데

깻잎향이 날때 쌉쌀한맛이 마음에 드는 조합이다.


인서트 위로는 바닐라가나슈와 무스가 올라간다.

바닐라무스는 새로운 레시피를 짜서 작업했는데

노른자와 빈이 듬뿍 들어가는 레시피로

진한 바닐라맛과 향이 나는 무스다.

다크초코 아파레유와 만났을 때

톡 튀는 초코맛을 살짝 눌러주고

초코와 바닐라향이 섞이면서 나는 맛이 좋아

새로 짠 레시피 중에 마음에 드는 작업물이다.


쑥크림은 국산봄쑥가루를 사용해 만들었다.

망고 바닐라와 만났을 때 느껴지는 맛이

풍경에서 느꼈던 촉촉함이 표현돼서

조금은 낯선 맛이지만 매력 있는 재료였다.


이번과자는 레이어가 참 많았는데

신기하게도 그중에 하나가 안 들어가면

원하는 맛이 나오지 않았다.

세심하게 쪼개서 쌓은 구조라서 그런지

조금의 선택으로 확확 달라지는 맛들이

신기하기도 재미있기도 한 시간이었다.


망고를 메인으로 사용해 보는 건 처음이었는데

생각보다 후숙이 어려운 과일이었다.

어떤 날은 망고 한 박스에서

2-3개 정도만 쓰는 날도 있었다.

3일 후숙 하라고 쓰여있지만 원하는 당도나

향을 만들려면 일주일 이상은 후숙 해야 했다.

또 날씨에 따라서 상태가 휙휙 변하니

원하는 당도를 가진 망고로 만들기까지

품이 많이 든다.

그래도 원 없이 써보면서 망고에 대해 알게 되니

다음엔 새로운 망고품종과 함께

망고맛이 짙은 과자를 작업해 보고 싶다.


작은 과자는

경남에서 재배한 우리밀을 넣어 만든 비스퀴

베리 콩포트

타히티바닐라 디플로마

생과일의 구성으로 만든 봄과일 미니케이크였는데

봄빛들과 이어지게 둥그런 느낌의

부드러운 향과 맛을 내고 싶었다.


어느 영화에 나오는 것 같은

귀여운 느낌의 과자를 생각하며 작업했는데

그래서 그런지 이번 작은 과자를 만들 때마다

설레고 좋았다.


좋은마음 맑은하늘 반짝이는빛

나에게 오던 둥그런것들은 모아서

둥글둥글한 마음을 담고싶었던 시간

열심히 작업했던 날들


유난히 반가운 이번의 봄

오월에서 유월 완연한 봄날,

두 달 동안 함께한 봄빛들



이번의 과자가 봄의 풍경을 느낄 수 있는

반짝이는 시간이 되었기를 바라며


25.05-06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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