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절 과자 도감

冬春, 흰 땅의 봄

by 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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흰 빛으로 덮인 땅

찬 바람, 얼어붙은 뿌리

고요함이 머문 앙상한 나무 끝


사라지지 않을 짙은 녹빛의 상록

고요한 흰 숲, 소리 없이 스며들 여린 봄빛



흰 땅의 봄, 冬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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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과자를 작업할 시기가 오면

여러 생각이 스쳐 지나간다.


어떤 형태로 할까 어떤 맛을 담을까,

과자의 본질적인 것에서부터

지금의 계절 풍경 같은 넓은 요소와

어떤 하루의 공기 지난날의 나무

또 과거 이 시기의 하늘과 같은

작은 요소들 까지 머릿속에, 마음속에

섞여 들어온다.


신기하게도 이번 과자는

덥고 습했던 여름에 떠올렸던 조합이었다.

검은빛의 한겨울

건조한 찬바람, 메마른 나무, 버석한 땅

희고 찬 공기가 담긴 겨울의 풍경을 담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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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 이번 겨울이 찾아왔을 때

지난 여름날에 떠올린 단순한 겨울의 풍경에서 나아가조금 더 짙은 무언가를 담고 싶었다.


아무래도 작업하는 순간의 일상이

과자와 깊게 연결되기 때문에

단순히 그날의 풍경에서

더 세밀한 형태로 나아간다.

그러다보니 이번과자도 지난 동화와 이어지는

것들이 묻어있다.


오르락내리락 반복하는 끝없는 시간을 지나

메마르고 얼어붙은 날들에도 뿌리깊게 남아있는 초록,

그시기에 보게된 소나무는 단지 색이 있다는 것

그 이상으로 나에게 다가왔다.


시린빛을 품은 겨울 안에서 앙상한 가지끝

바래고 지친 초록, 회빛을 품은 초록을 보고 있으면

걱정하지 말라, 작은 초록을 볼수 있다면

희미한 녹빛을 찾아낸다면 결국엔 다음이 있다.

라고 말해주는듯 했다.


휘몰아치는 겨울의 순간에서 나는

모든일들을 결국 자연의 한부분처럼

받아들일수 밖에 없었다.

계절이 바뀌는것을 막고싶다고 막을수 없는것처럼

지친빛을 벗어내고 맑은 초록의 날이

오는것 또한 자연의 한 조각 이기 때문에

그 시간을 믿으며 받아들이는 날들의 겨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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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과자는 이런 나의 마음을 담고 싶었다.

회빛이 섞여도 푸른빛이 섞여도

남아있는 초록에 대한 고마움.


바래고 얼어붙은 시간의 고요한 숲

모든 계절 깊이 뿌리내린 상록을 표현하고 싶었다.

솔잎과 로즈마리를 기준으로 처음 조합은

백태콩, 천혜향, 들깨의 조합이었다.

천혜향의 상큼한 맛이 곧 다가올 봄의 향과

잘 어울릴 것 같아 이맘때즈음 나오는 만감류를

꼭 사용하고 싶었다.


하지만 들깨와 여러 요소가 합쳐져

익숙한 듯 어려운 맛에 조합이 쉽지 않았다.


솔향이 너무 강하면 다른 요소가 묻혀 버리고

만감류의 맛이 강하면 맛이 이어지지 않고

톡톡 끊어지는 느낌이었다.


딸기도 넣어보고 금귤도 넣어보았지만 쉽지 않았다.

언제나 그랬듯이 알듯 말듯한 기간이 참 긴 과자였다.

한 달 넘는 테스트 끝에 지금의 과자가 나왔다.

아마 냉이프레지에 이후로 가장 어렵고 힘든

그래서 배로 기뻤던 시간이었다.


로즈마리의 향은 겨울과 닮아있다고 생각해서

겨울재료로 많이 사용하는데 이번 솔과 같이 쓰면서

역시 겨울과 딱 맞는구나 했다.

솔과 로즈마리향을 중심으로 쌀, 메밀, 한라봉, 나주 배의 조합을 쌓아갔다.

고민의 시간ʕ•ᴥ•ʔ



솔향을 받쳐줄 요소로 쌀무스를 작업했는데

이천쌀과 고민이 많았지만 강화섬쌀을 사용해서 만들었다.

부들한 식감과 식어도 딱딱해지지 않는 식감이

무스로 작업했을 때 튀지 않을 것 같았다.


부드러운 것들 사이 식감을 주고 싶어서

중간에 찰떡을 만들어 넣었다.

고흥 유자청을 넣어 산뜻한 맛을 더했고

국산 찹쌀가루를 넣어 완성했다.


고소한 메밀가나슈는 예천메밀을 사용했고

안에 들어간 배 인서트는 나주배를 사용했다.


이번과자는 솔 다음으로 배에 중점을 두었다.

배가 씹힐 때 나오는 과즙이 중요한 포인트였는데

좋은 과일을 사도 매번 같을 수는 없어서

매번 작업할 때마다 당도를 확인하고 만들었다.


부드럽고 즙이 많은 배, 단단하고 단맛이 강한 배

산미가 있지만 향이 좋은 배

이번 과자를 작업하면서 많은 배를 맛보면서

같은 모양에서 여러 맛이 나는 게 신기하기도

재미있기도 한 경험이었다.

두 달 가까이 시간 동안 작업하면서

배 인서트의 맛이 최대한 균일한 것에 중점을 두고 작업했는데

그것에 가까이한 것 같아 기쁘다.


타르트에서 느껴지는 은은한 맛이

사라지지 않고 이어졌으면 해서

작은 과자는 예천메밀과

우리밀, 제주산 금귤을 넣어만든

담백하고 향긋한 쿠키로 준비했다.

오랜만의 쿠키작업이라 반갑고 즐거운 시간이었다.


달콤한 쌀무스 산뜻한 솔로즈마리크림

고소한 메밀가나슈와 찰떡

향긋한 한라봉 제스트

쌉쌀한 초코타르트까지


상록의 시간을 담은 이번 과자가

오신 분들께 초록의 빛을 담은

따뜻한 시간이 되었기를 바라며


25年 2月-4月

04.1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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흰 땅의 봄, 冬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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