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저마다 다양한 이유를 마음에 품고 봉사를 한다. 봉사활동 시간이 필요해서, 봉사 그 자체가 좋아서, ‘집수리’ 봉사가 재밌어서, 함께하는 친구들이 좋아서. 난 어떤 이유로 계속 봉사를 이어왔는지는 잘 모르겠다. 봉사하는 친구도 좋았고, 도배가 재밌기도 했지만.. 봉사활동 자체가 좋았다는 건, 내 봉사의 이유는 아니었다.
“토요일마다 계속 봉사 나가는 거, 충분히 좋아하는 거 같은데?”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다만, 정말 봉사 그 자체를 좋아하는 친구들은 남다른 봉사-광기가 보인다. 나를 포함한 누군가들에게는 필수 코스로 기대하는 뒤풀이. 내가 만난 ‘참봉사인’들은 봉사하는 내내 얼굴에서 웃음이 떠나지 않으며, 봉사활동이 다른 조 보다 빨리 끝나면 아쉬워하고, 다른 조로 지원 가는 것을 마다하지 않았다. 집 크기가 작고, 짐이 별로 없으며, 도배 난이도가 높지 않은 집을 만나면 오늘은 해피 봉사다! 라며 환호의 박수를 치는 나와는 거리가 멀었다. 그것도 한참은.
이런 나에게도 가끔은 참봉사-Day가 찾아왔다. 찾아왔다기보다는 끌려갔다거나 잡혀갔다는 게 더 가깝다. 어느 새부턴가 토요일 = 봉사 가는 날이라는 공식이 동아리 친구들의 머릿속에 각인되어 있었다. 나에게도 토요일은 특별한 일정을 잡지 않는, ‘봉사 가는 날’이 기본 값이었지만 가끔은 쉬고 싶거나, 약속이 있었고, 때로는 그냥 봉사 신청을 잊어 먹었다. 그럴 때면 언제나 카톡 알림이 울린다.
“너 봉사 신청 안 하냐? 돌았냐?”
기가 찬다. 이미 모두의 마음속에는, 토요일 = (내가) 봉사 가는 날이 아니라, (나는 일단 가는데 너도 별일 없으면 당연히) 봉사 가는 날인 것이다. 봉사 신청을 안 했다? 하나부터 열까지 구구절절 이유를 들어가며 변명 아닌 변명을 늘어놓아야 한다. 돌아오는 답변은 항상 똑같다.
“그럼 뒤풀이라도 와”
사실 특별한 일정 없이 그냥 봉사활동을 가지 않은 날은 하루 종일 후회 한다. 봉사에 대한 걱정 없이 늦잠을 푹 자고 일어난 토요일은, 일찍 일어난 봉사 날 보다도 하루가 길게 느껴진다. 나도 어쩔 수 없는 봉사 중독자였던가. 그렇게 끝까지 안 가다가 버티는 날은, ‘참봉사 day’가 된다. 평상시에는 없던 헌신의 마음이 갑자기 생긴 날은 아니고, 그냥 봉사 시간을 받지 않고 말 그대로의 ‘봉사’를 하는 날이다. 갑작스럽게 일정이 없어지거나, 봉사 신청 인원이 초과되었다거나, 별 일정이 없단 걸 들켰다거나... 내 경우는 항상 마지막이었다. 몇 가지 거짓말로 둘러댄다고 해도 결국 꼬리를 밟혔다. 그렇다고 참 봉사를 가도 결국 후회다. 이럴 거면 그냥 봉사 신청 할걸 하며.
어쩔 수 없이 가게 된 참봉사를 제외하면 대부분의 내 봉사는 주로 참회 봉사였다. 종교를 가진 것도 아니고 범죄를 저지른 것도 아니지만. 미리 봉사를 하고 나면 음주의 구실을, 술을 먹어도 죄책감이 생기지 않는 면죄부를 만들어 준 달까? 어차피 먹을 술, 노동의 대가라고 스스로 위안을 삼아 본다. 그렇게 만취 상태로 집에 돌아가 눈을 뜨면, 다시금 스스로가 쓰레기처럼 느껴진다. 그럼 어쩔 수 없이 다시 봉사 활동을 신청하게 된다. 참회 봉사 하러 가야지- 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