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담한 크기의 집에 모여 얼기설기 묵은 짐을 치우다 보면, 우리 물건은 뒷전이 되기 일쑤다. 처음으로 봉사 조장을 맡았던 긴장 속의 그날, 신고식이라도 하는 양, 나의 가방은 풀 테러를 당했다. 풀칠 조는 열심히 풀칠을 했다고 말하지만, 벽지를 벽에 바르다 보면 풀이 마르거나 발리지 않은 부분을 발견하게 된다. 그럴 때마다 긴급 풀 수혈을 위해 풀 한 바가지씩을 퍼 나르는데, 이때 죄 없는 가방이 풀을 맞고 만 것이다.
당장에 묻은 풀을 보며 막막했다. 풀 바가지를 든 친구를 한 번 노려봐준 뒤, 진득한 풀을 닦아낼 생각도 못한 채 봉사를 계속 진행했다. 봉사가 끝나고 가방을 멜 때가 되면 언제 그랬냐는 듯 풀은 말라 있었다. 막상 풀이 마르고 나면 전혀 괘념치 않고 툭툭 털어버리면 그만이다. 시간이 약이라는 말이 과연 어쭙잖은 위로의 말이 아니었다. 우린 모두 풀이 마를 때를 기다려야 한다. 툭툭 털어낼 정도로 풀이 마를 그때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