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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보영 Aug 30. 2015

하루 끝의 소회


불을 끄고 잠자리에 누우면 

작고 외딴 행성에 앉아 
우주가 머리 위에서 뱅글뱅글 도는 걸 
바라보는 기분이 든다 


거기에는 하루의 기억과 사유가 있고 
깊고 깊은 본심과 진실한 나도 있고 
증폭된 어떤 감정이나 
꾹 참고 누른 말들, 혹은 귀에 맺힌 말들도
위성처럼 돈다 


나는 정말로 더딘 사람이다 


진정으로 원했던 삶에서 
언제나 몇 걸음 정도는 모자랐다 


마음을 갉아 먹는 벌레 같은, 나쁜 생각들을 
그냥 가만히 풀어놓고 지켜보는 때도 있다 
(아파 못 견딜 쯤 탁탁 때려잡기도 한다) 


다 끝난 세상, 삶의 끝날을, 
나무의 곧은 가지 보다는 가는 덩쿨 줄기에 더 가까웠던 
인생의 여러 갈래들을 툭툭 끊어버리는 상상을 해본다 


새로 배운 
세상을 사는 기술이 얼마나 몸에 익었는지, 
얼마나
어른 같았나 
돌아본다



그래도 여전히 나는 우주 아래 누웠고 
거기엔 천진했던 추억이 있고 
나는 가끔 별 같은 눈물을 흘리고 
긴 꼬리를 가진 사연들도 이따금 떨어진다 


자신이 없어도 
새 하루를 받아들여야 한다 
삶에게 손 내밀어야 한다 


밤을 건너는 동안

힘을 얻도록 기도하는 것이다

심포니의 찬가는 들리지 않아도 좋으니 

풀피리나 자장가 소리 같은

따뜻하고 작은 기적이 일어나기를



매일 펼쳐지는 뜻 모를 상황에서도 

신념을 선택할만 한 힘을 
좀 주시면 좋겠습니다 

새 하루를 살아낼 웃음도 같이 주실 거라 믿어봅니다 


-


그래도

좋은 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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