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째를 얻으며 느끼는 것들
또 한번의 나의 흐릿함을 경험하다.
첫째를 낳고 아이가 5살이 될때 까지 임신생각은 거의 없었다.
아이가 3살쯔음에 얻은 정규직 직장이 좋기도 했고 밖에서 내 능력을 펼치는 느낌이 한달 봉급 가치 이상으로 내 스스로를 뿌듯하게 느끼게 했다. 밖에서 일하는 기분은 일이 고되다 생각되지 않고 오히려 나를 상쾌하게 하고 기분좋게 하고 무엇보다 다른 많은 이들과 어울리는 느낌이 참 좋았다. 그런데 아이가 5살이 되어 말을 조리있게 하기 시작하고 점점 더 깜찍하며 너무 너무 귀여워서 그 아이의 어릴 적 모습이 또 그립기 시작한 나를 또 발견하게 되었다.
그런 생각이 들면서부터 길을 지나며 우연히 보게 된 동물병원 새끼 강아지도 한참을 귀여워서 쳐다보게 되고 유모차끄는 엄마들 또한 한참 바라보게 되었으며 자꾸만 첫 아이의 어릴적 사진을 꺼내보는 내가 수상했다. 둘째를 가지고 싶은 마음이 들었던 건 딱 그 시기 부터였다. 그런데 피임만 하지 않으면 올 것같던 아이는 생각보다 오지 않았고 나의 '그 날'이 될때마다 나는 ' 아. 이번에도 아니구나.' 라는 생각을 수없이 하며 어느 순간에는 마음을 놓게 되었다.
회사에서는 2년 6개월동안 열심히 일한 나에게 표창장도 주고 실력을 인정해주었으며 많은 사람들이 일을 잘 한다고 격려해주었다. 그 기새를 몰아 박사과정에 지원하였고 당당하게 합격하였다. 물론 박사가 되어 어떠한 학문의 획을 긋겠다는 생각이 아니라 조금 더 전문가로써 펼칠 수 있는 미래를 준비하며 그리고 또 학생이 되어 고갈된 학업적 지식을 채우고 또 공부하는 사람들 만나면서 나 스스로 자극받고 싶었다. 인생의 타이밍이라는 게 또 엄청나게 드라마틱하게 그 때에 내가 한창 선명해지는 그때에 둘째 아이가 찾아왔다!
나는 나의 커리어보다는 또 한 생명이 나에게 온 것에 기뻤다. 그런데 회사의 입장은 나 개인의 축복과는 무관하게 이해 타산을 따졌고 친절했던 사람들은 어느 순간 180도 달라진 이해하기 힘든 모습들을 보여주기 시작했다. 하나를 얻으면 하나가 흐릿해도 얻은 그 하나가 너무 소중하다면 그것으로 된 것이다. 많은 사람에게 사랑받지 않더라도 소중하게 찾아온 내 둘째 아이에게 감사하며 나 스스로 흐릿해지는 경험을 하고 있지만 이 또한 지나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