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ack 01. 출국 게이트 앞에 서서

인천공항 : Track 01. 여행 - 볼빨간 사춘기

by 한스
2019.09.15 (일)
인천공항 2터미널
Track.01 여행 - 볼빨간 사춘기




끝난다, 끝에서 난다


끝난다, 끝에서 난다

이 문구는 기자단을 할 때 교육을 담당해주시던 국장님의 카톡 상태메시지였다. 어떤 의미로 적으셨는지 궁금해서 국장님께 여쭤봤다. 국장님께서는 “끝은 새로운 시작이잖아요, ‘끝난다’라는 말은 종결의 의미를 뛰어넘어 새롭게 시작하는 ‘날다’의 의미도 포함되어 있어서 적어봤어요.”라고 답하셨다. 국장님의 의미를 듣고선 다시 문구를 보니, 끝과 시작의 대척 관계는 어쩌면 필연적인 관계이지않나 싶다. 시작이 있으면 끝이 있고, 끝은 또 다른 시작이 되니까.


공항은 '끝난다'는 말에 가장 적합한 공간이었다.

공항은 일상의 끝이자, 여행의 시작이 되는 공간이었고, 시간이 지나 여행을 마치며 일상으로 돌아오는 공간도 공항이었기 때문이었다. 떠남의 설렘이 있고, 돌아옴의 안도감이 공존하는 공간. 공항은 감정의 교차로에 있는 공간이라 생각들었다.


시작과 끝이 공존하는 공간에서,

나는 앞으로의 여행에 대한 설렘과 잘 다녀올 수 있을까하는 두려움을 함께 느꼈다. 시작과 끝을 채우기 위해서 출발하는 시작점은 내게 무엇을 알려주고 있는지 생각을 들게끔했다.


최고 (最古)의 항공사에 몸을 맡겨 시간을 거슬러 지구 반대편으로 향했다




마디를 채우는 하루를 위하여

알쓸신잡2의 유현준 교수가 했던 말이 기억난다. 건축 구조상 대나무는 가운데가 비어 약한 구조인데, 이를 보완해주는 것이 마디라고 한다. 대나무는 중간이 마디로 막혀있기 때문에 속이 비었어도 높이 자랄 수 있다고 한다.


‘마디’의 중요성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선 난 지금 어떤 마디를 두고 있는가를 되돌아보게 된다. 쉬어도 쉴 틈은 없어야 해라고 말하는 이 시대에 나는 무슨 호기로 여행을 다니기로 결심했는가 말이다.


마디는 끝이 있다. 시작과 끝이 명확한 마디들이 모여 대나무는 높이 자란다. 마디의 끝은 새로운 마디의 시작이 된다. 이번 여행은 내가 보내는 시간의 마디를 두는 작업이라고 생각이 든다. 여행이라는 새로운 마디는 오늘로 시작되고 74일 후면 끝이 난다. 이렇게 생긴 마디는 내게 어떤 경험으로 남길지는 마디를 채워가는 시간 동안 결정되리라.


케네디 대통령은 자신의 인생을 바꾼 순간이 대학교 때 다녀온 두 달간의 유럽여행이라고 밝혔는데, 나에게 이번 여행이 그와 같은 여행이 될지는 이제 내게 달려있다.


누구나 무료로 사용가능한 Transfer Lounge에서 비행기에 몸을 실을 준비를 마쳤다




마른 하늘을 달려

마른 하늘을 달려 유럽으로 향할 비행기 탑승을 앞두고 다짐을 했다.


"후회하지 말고, 이왕 다녀오는 거 무사히 잘 다녀오자. 가서 일상의 부재를 잠시 느끼고 오자."


이렇게 다짐을 하니, 내 몸을 감싸고 있던 낯선 곳에 대한 두려움을 떨쳐낼 수 있었다. 새로운 곳에 대한 걱정은 한소끔 내려두고, 설렘을 한아름 가득 담아 발걸음을 출국 게이트로 옮겼다.


마른 하늘을 달릴 비행기를 타고, 나의 여행마디는 이제 시작이다.

새로운 곳에 대한 설렘, 낯선 곳에 대한 떨림, 일상을 뒤로 하는 즐거움....여러 감정들이 오늘의 마디를 채웠다. 마디 속에 채운 나의 모습에 가장 잘 어울리는 노래로 볼빨간 사춘기의 '여행'을 꼽았다. 잠시 핸드폰과 노트북, 일상의 연락을 끊고 온전히 나만의 내면에 집중하는 마디를 채우려 떠난다. 그렇게 2019년 9월 16일 월요일 밤 12시 55분, KLM 비행기는 밤하늘을 가르고 서쪽으로 향했다.



P.S. BGM으로 적는 글

여행하다 그 순간에 들은 BGM을 주제로 글을 쓰려한다. BGM에 따라 그 날의, 그 순간에 느끼는 여행의 감정은 달라지기에 내게 BGM은 여행의 일부가 된다. 그나저나 하루에 하나 의 글을 적을 수 있을까하는 고민은 여행을 다녀온 지금 돌아보니 가능했다.


그리고 노래에 담은 하루의 감정을 이 곳에 오롯이 적어보기로 했다.


마른 하늘을 달려 지구 반대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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