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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ck 02. 끝은 또 다른 시작이 되었다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 Track 02. 골목길 어귀에서 - 버스커버스커

by 한스
2019.09.16 (월)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레이오버)
Track. 02 골목길 어귀에서 - 버스커버스커




우린 다시 만날 거야, 이 골목길 어귀에서~


11시간 동안 하늘을 달려 지구의 반대편에 도착했다. 16일 밤 1시에 출발한 비행기는 새벽 5시에 지상을 밟았다. 이번 여행의 첫 번째 목적지는 런던이지만, 엄밀히 말해 유럽대륙에 첫 발걸음을 내딛는 곳은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이다. 물론 경유로 들러 12시간 동안 레이오버를 하는 일정이지만.

끝은 새로운 시작이다는 말이 들어맞듯이 이번 여행의 시작점인 암스테르담은 묘하게도 지난 유럽여행의 종착지이기도 했다. 당시에는 마지막 여행지라서 그랬는지 암스테르담의 기억이 머리 속에 오랫동안 남았었다. 당시 여행하면서 느낀 암스테르담의 매력은 골목의 매력이었다. 길 사이사이 놓여진 운하를 바라보며 골목길을 누볐던 기억이 났다.


게임 '대항해시대'를 즐겨했던 나는 게임에서만 만났던 암스테르담을 직접 발로 밟고 있다는 사실이 믿겨지지 않았다. 골목마다 운하가 세세하게 펼쳐져 있는 풍경, 사람들은 자전거를 타고 누비면서, 좁은 건물들이 똑같이 서있는 모습이 기억에 생생히 남았다.


암스테르담 스키폴공항에 착륙하기 전, 지난 여행의 기억을 떠올리며 레이오버 시간이 기다려졌다. 골목 사이로 늘어진 운하를 따라 똑같이 생긴 건물들을 보며 걸었던 지난 여행의 기억을 되돌아보면서.





새벽녘 암스테르담은 낭만적이지 않았다

0. 암스테르담 (1).jpg 새벽녘 비가 오던 암스테르담은 낭만적이지만은 않았다
겨우 찾아 들어간 스타벅스


암스테르담 스키폴 공항에 착륙한 시간은 2019년 9월 16일 새벽 4시였다.

새벽의 공항은 삭막하기 그지 없었다. 새벽 비행기를 기다리거나 환승하는 사람들이 조금 있을 뿐이었다. 나처럼 레이오버를 하러 입국심사를 받은 사람은 없었다. 나 혼자 레이오버만 할 뿐이었고, 입국심사를 하는 검사관도 그저 여행 잘 하라며 쿨한 인사만 남겼다.


공항 대합실에 도착해 화장실에서 간단하게 세면을 하고 나니 새벽 5시였다. 마냥 공항에 있을 수만은 없었다. 뭐가 되었든 암스테르담 시내로 나가보기로 했다.


시내로 가는 전철을 타며 바라본 창가에는 어스름이 아직 가시지 않았다. 아직은 사람들이 하루를 시작하지 않았고, 빗방울만 후드득 내릴 뿐이었다. 새벽의 암스테르담은 그리 낭만적이진 않았다.


암스테르담 중앙역에서 어디든지 들어가야만 했기에, 구글 지도를 켜서 갈 수 있는 곳을 알아보았다. 마침 아침 6시부터 오픈하는 스타벅스를 발견했고, 카페에서 시간을 보내며 비를 피하기로 했다.


빗속을 헤쳐가며 겨우 문을 연 스타벅스에 들어가선 비행기에서 불편하게 지낸 밤을 잊고자 커피만 마실 뿐이었다. 그럼에도 잠은 쏟아지기 마련이기에, 나는 카페 안쪽 소파에서 몸을 기댄 채 가방을 꼭 감싸안으며 쪽잠을 잤다. 하루를 시작하기엔 너무 이른 시간인지라 카페에서 어서 시간이 지나가길 기다려야만 했다.





여행은 예상치 못한 의외성의 연속이다

카페에서 꽤 시간이 지났을까, 해는 나오지 않고 마냥 카페에서만 있을 수는 없어서 일단 시내로 이동하기로 했다. 어디를 가야할까 고민의 연속이었다. 원래 암스테르담 레이오버 여행의 계획은 이러했다.


암스테르담의 아침 모습을 둘러보는 산책을 하는 게 시작이었었다. 암스테르담 브런치 식당에서 아침을 먹은 뒤에는 중앙미술관에 가서 미술관 구경을 할 생각이었다. 그리고 암스테르담 감자튀김을 맛본 뒤 공항으로 돌아갈 생각이었다.


하지만 새벽부터 쏟아지던 비 때문에 아침 산책은 물 건너 갔고, 브런치 식당은 휴일이었다. 카페에서 빵을 먹으면서 대충 끼니를 때웠기에 배도 고프지도 않았다. 그럼 미술관에 가서 천천히 작품을 관람하자고 생각했다.


지난 암스테르담에 왔을 때, 고흐 미술관은 들렀기에 이번에는 암스테르담 중앙미술관으로 향했다. 암스테르담 중앙미술관은 렘브란트 작품이 있기로 유명한데, 의외로 내가 꽂힌 작품은 렘브란트 작품이 아닌, 범선 그림들이었다.


여행은 예상치 못한 의외성의 연속이다. 마치 카페에서 나오면서 무심코 흘린 교통카드를 주워준 청년의 예상치 못한 호의처럼.



이제는 스키폴 공항에서만 볼 수 있는 I amsterdam




다시 만날 골목길 어귀를 기억하며

정겨운 느낌으로 가득했던 암스테르담 골목길
암스_감튀.jpg No.1 네덜란드 감자튀김, 마네킨피스 감자튀김 맛도 그대로였다


오후가 되자 드디어 해가 떴다. 맑은 하늘 아래의 도시는 내가 보고팠던 골목길의 모습을 엿볼 수 있게 허락해주었다. 기대했던 운하와 골목길의 모습, 감자튀김집 앞에 길게 늘어선 사람들, 그리고 튤립시장에서 꽃을 보고 구매하려는 풍경까지. 자전거의 예상치 못한 진격도 반가웠다.


이방인의 신분으로 찾아온 낯선 도시는 의심과 두려움이 가득하다. 허나 이전에 한번이라도 찾아온 경험자에겐 왠지 도시가 반갑기도 하다.


지난 여행에서 짧은 기간이었지만 암스테르담은 익숙한 풍경과 예상했던 골목길 모습, 그리고 여전히 적응하기 힘든 길거리 연기 냄새가 그대로였다. 새벽비를 피하고 들어온 이방인을 따뜻한 인사로 맞이해주던 스타벅스 직원의 호의, 카페에서 흘렸던 교통권을 주워준 청년의 호의, 이번 암스테르담에선 의외의 호의가 날 반겨주었다.


12시간의 잠깐이지만 너무나 빡센(?) 짧은 여행은 이번 여행의 제대로 된 인트로를 보여준 것 같다. 이제 런던으로 넘어가 본격적인 여행이 시작되지만, 언젠가 암스테르담을 다시 만나지 않을까. 마치 ‘골목길 어귀에서’ 노래 가사처럼.


"우린 다시 만날 거야~ 이 골목길 어귀에서~"


시계 속 노동자의 삶은 계속 돌아가던 스키폴 공항, 다시 찾는 날을 그리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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