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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스 May 25. 2020

Track.58 유라시아 서쪽 끝에서 만난 보랏빛 노을

포르투갈 포르투 Track.58 이 밤의 끝 - Punch

2019. 11. 11 (월)
프랑스 니스 - 포르투갈 포르투
이 밤의 끝 - Punch 



니스 코트다쥐르 공항 (Nice Cote d'Azur Airport)
새롭게 생긴 니스의 트램은 우리나라의 경전철 같은 느낌이었다.


3박 4일의 짧다면 짧았던 니스 여행을 마무리하는 날이 왔다. 이제껏 지중해의 푸른 빛깔을 보여준 니스에서 작고의 안녕을 고하는 시간이 왔다. 4일간 몸담았던 숙소를 체크아웃한 후 니스의 코트다쥐르 (Cote d' Azur) 공항으로 향했다. 니스의 코트다쥐르 공항은 시내에서 약 20분 정도 트램을 타면 도착하는 곳이었다. 


니스에서 탈 비행기는 에든버러-파리에 이은 이지젯이다. 유럽 여행하면서 이지젯은 이제 친숙한 친구가 되었다. 가격에 정비례한 비행 서비스는 유럽 저가항공이 자랑하는(?) 자본주의의 산물이다. 짠내투어하면서 이제는 익숙한 저가항공인 이지젯은 거부감이 없다. 짧은 시간의 비행거리는 이지젯만한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그나저나 연착의 악평으로 자랑하는 이지젯은 이번에는 의외로(?) 연착과 지연 없이 정시에 출발했다. 이걸 의외라고 말해야 할지 모르겠지만.


이지젯을 타고 이베리아 반도로 향한다. 오늘 도착하는 곳은 포르투갈 국명의 어원이 된 도시, 포르투에 도착했다. 사실 포르투와 니스는 유럽여행 루트를 짤 때 참 애물단지 같은 도시였다. 꼭 가고 싶은데 문제는 루트가 꼬인다는 것이었다. 포르투를 거치려면 반드시 비행기를 한 번은 타야만 했고, 니스는 육로교통편이 시간이 꽤 걸리는 애매한 도시였기 때문이다. 그러던 와중에 니스 – 포르투 노선을 이지젯에서만 운행하는 걸 알았고, 두 도시를 이음으로써 비로소 루트를 완성할 수 있었다.





포르투갈 포르투 (Portugal Porto)

비행기는 서쪽 하늘을 달려 포르투에 도착했다. 포르투에 도착해 숙소 체크인을 마치니 시간이 저녁때가 되었다. 시간이 해 질 녘에 다가가기에 숙소에서 얼른 길을 나선다. 어느 도시보다도 포르투에서는 해 질 녘 시간을 놓쳐서는 안 된다. 포르투는 유럽의 어느 도시들 중에서 노을이 가장 아름다운 곳이기 때문이다. 인스타그램에서 포르투의 노을 사진은 많은 한국인들에게 포르투가 인생 여행지로 등극하게 만든 일등공신이다. 포르투의 보랏빛 노을은 유라시아 동쪽 끝에 살고 있는 한국사람을 유라시아 서쪽 끝으로 오게 만든 원동력이다.


보랏빛 노을을 만끽하기 위해 포르투의 명물 동 루이스 다리로 향했다. 동 루이스 다리는 생각보다 높았다. 높이도 높이이지만 트램이 지나가면 느낄 수 있는 다리의 진동도 동 루이스의 아찔함을 높인다. 고소공포증이 심한 사람은 아마 지나가기 힘들 수도 있을 법했다. 하지만 높은 높이에서 보여주는 포르투의 전경은 남다르다. 다리에서 바라보는 포르투의 석양이 지는 장관은 온 도시를 보랏빛으로 물들기 때문이다. 동 루이스 다리를 건너 도우루 강 맞은편 가이아 지구에서 다리와 함께 포르투의 저녁노을을 눈에 담았다. 다리를 기준으로 하늘이 보랏빛 그라데이션을 채색해놓는다. 보랏빛 배경이 놓쳐진 회색빛 철제 다리 위로 트램이 지나간다. 오직 포르투에서만 볼 수 있는 광경이다. 





포르투에서 저녁 하늘은 적어도 보라색이었다



11월이라 그런지 저녁은 성큼 다가왔고, 석양은 빠르게 하늘을 넘었다. 대륙의 서쪽 끝에 있어서 그나마 늦게까지 저녁을 맞이할 수 있었다. 보랏빛 노을이 
비어진 하늘은 검푸른 밤이 채워놓았다. 밤이 되자 포르투의 거리와 동 루이스 다리에 조명이 들어와 다른 분위기를 자아낸다. 유라시아 서쪽 끝에 위치한 항구도시는 조금 더 느리게 밤을 맞이하고, 좀 더 오래 밤을 지새운다. 그게 서쪽 하늘을 지닌 도시만의 특권이다.


유럽 여행하면서 야경이 멋있는 도시를 참 많이도 갔다. 모던했던 런던의 밤거리, 센치한 감성을 불러일으키는 파리의 에펠탑, 은은하게 퍼져나가는 밤하늘이 인상 깊었던 프라하, 야경 그 자체로 도시의 정체성을 밝힌 부다페스트까지. 이번의 포르투는 야경도 멋있지만 야경보다 석양 지는 노을이 더 운치 있는 유일한 도시였다. 해가 지는 골든아워는 하루에 약 30분 정도의 짧은 시간인데, 사진작가들은 이 시간만을 기다린다. 오직 피사체가 지닌 가장 아름다운 찰나를 카메라에 담기 위해서. 석양이 하늘을 넘어가는 시간, 그 짧은 찰나가 바로 이 도시를 밝게 비추는 순간이었다. 도우루 강 저편으로 해가 넘어가면서 보랏빛 하늘이 펼쳐지는 시점, 포르투의 진성(眞性)은 비로소 발휘된다. 이 광경을 보기 위해 유라시아의 동쪽 끝 나라에서 나는 날아왔나 보다.






소문대로 포르투는 노을 맛집이 맞았고, 오늘의 짧은 일정에도 불구하고 포르투에 온 목적을 달성하였다. 이제는 천천히 포르투가 지닌 아름다움을 조금씩 열어봐야겠다. 그때마다 포르투는 내게 보랏빛 하늘을 배경으로 채울 것만 같았다. 포르투에서의 이 낮에 끝은 보랏빛 하늘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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