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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크로아티아와 슬로베니아의 와인 소개에 이어서 세계적으로 유명한 와인 진판델에 관한 짧은 이야기를 합니다.
미국에서 재배되는 진판델 Jinfandel과 이탈리아 남부의 프리미티보 Primitivo, 크로아티아의 플라바츠 말리 Plavac Mali는 강한 바디, 베리류를 포함한 다양한 풍미를 가지고 있어 대중적으로 인기가 높은 와인을 만드는 재료로 쓰이고 있는데, 세 품종의 포도가 사실은 밀접한 관계가 있으며, 이 포도들의 이야기는 근현대 와인의 변천사를 알 수 있어 재미있는 이야깃거리 입니다.
진판델(Zinfandel)은 미국 서부에서 주로 생산되는 와인이자 포도 품종으로 지금은 미국을 대표하는 고급 와인으로 알려져 있지만 초기에는 당도과 타닌이 강해 미국인들은 진판델로 만든 와인을 좋아하지 않았다. 사실 현대 와인 상당수가 드라이하지만 19세기 이전 사람들이 즐기던 와인은 대부분 달콤한 와인들이었다.
원래 탄닌이 강하고 드라이한 진판델로 만든 레드 와인은 미국에서 인기가 없었지만, 셔터 홈Sutter Home 와이너리에서 1975년 껍질을 벗겨 만든 포도즙을 발효시키는 방법으로 만든 화이트 진판델은 살짝 달콤하며 마시기 편한 로제 와인으로 엄청난 인기를 끌기 시작한다. 지금도 화이트 진판델은 미국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와인으로 매년 사백만병 이상 팔린다고 한다.
진판델 품종은 미국에서 가장 많이 와인을 생산하는 캘리포니아에서도 전체 포도밭의 10% 가까이를 차지하고 있다. 사실 근대까지 진판델의 고향이 어디인지 아무도 몰랐었는데, 이는 19세기에 벌어진 와인계의 대참사 때문이다. 다양한 와인을 개발하고 싶었던 와인 제작자들은 유럽의 포도나무들을 개량하기 위해 미대륙의 포도 품종을 들여오다가 나무뿌리에 기생하던 진딧물까지 유럽 대륙으로 들여오게 되었고, 1870년경에는 필록세라 진딧물이 유럽 대부분의 와인용 포도나무들을 전멸시킨다.
호사가들은 유럽인들이 미대륙을 침략한 복수라고 하기도 했지만 필록세라 쇼크 이후로 재래종의 와인용 포도나무는 필록세라 쇼크가 벌어지기 전 와인용 포도나무를 도입하고 고립된 지형인 칠레를 제외하고는 거의 찾아볼 수 없게 되었다. 이로 유럽 지역의 수없이 많은 와인 메이커들이 망하고 국제적인 경제 위기까지 시작된다.
와인 애호가들은 와인을 처음 마시기 시작하는 사람들에게 칠레 와인을 추천하는 경우가 많읂데, 재래종 포도로 만드는 칠레 와인은 맛이 부드럽고 마시기 편하다. 더군다나 FTA로 인해 가격도 저렴하다.
궁지에 몰린 와인 메이커들은 영국, 프랑스, 오스트리아 등 각국이 보관한 식물의 종자나 나무들을 가져와서 새로운 품종으로 개량하고 다시 와인을 위한 포도를 재배하기 시작하는데, 그 난리통에 미국으로 건너온 게 바로 진판델이다. 아마도 오스트리아 비엔나의 황실 창고에서 보관되어 있던 나무 중 진판델이 19세기 초에 보스턴을 통해 미국으로 수입되었고 서부 골드러시로 인해 캘리포니아까지 이동했을꺼라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진판델의 비밀은 2001년 DNA 조사법으로 완벽히 밝혀진다. 크로아티아의 와인 메이커 사이에선 돌연변이로 불리던 품종인 츨레냑 카스텔란스키가 비밀의 열쇠였는데, 진판델의 역사를 찾던 미국 연구진들은 2001년에 달마티아의 작은 마을 오미스(Omis)에서 1870년 필록세라 쇼크를 피해 다른 나무들과 섞여있는 아홉 그루를 포함해 달마티아 지역에서 이십여 그루의 츨레냑 카스텔란스키 나무를 발견하였고 진판델의 유래를 밝힌다.
미국 캘리포니아 데이비스 대학의 연구진의 논문에 따르면 미국의 진판델, 크로아티아의 츨레냑 카스텔란스키Crljenak Kastelanski, 이탈리아의 프리미티보 Primitivo는 같은 포도 품종으로 각 나라에서 이름만 다르게 불린다. 그리고 크로아티아의 유명 품종인 플라바츠 말리 Plavac Mali는 진판델의 자식뻘인 품종이다.
같은 포도 품종이라도 제조법에 따라서, 토질과 환경에 따라서 와인의 맛은 바뀌게 되어있다. 하지만 좋은 포도는 사람들이 알아보게 되어 있고 결국 사랑받게 되어있다.
미국에서 만들어지는 레드 진판델은 드라이한 와인을 좋아하는 애호가들에게는 선뜻 손이 안 갈 수도 있지만 베리의 다양한 맛과 향, 스파이시함을 가지고 있으면서 묵직한 바디감을 가지고 있다. 레드 진판델은 1990년대 미국에서 재조명받고 있으며, 이탈리아의 프리미티보 만두리아는 EU에서 인정하는 DOC 등급의 고유종으로 많은 와인 애호가들이 찾는 와인이다.
크로아티아에서는 사실 아직은 츨레냑 카스텔란스키가 유명하지 않고 점점 많은 와이너리에서 재배를 하는 중이다. 크로아티아에서 가장 유명한 와인은 츨레냑의 자식뻘인 플라바츠 말리로 만들어진 딩카츠(Dingac) 와인으로 지중해에서 가장 일조량이 많고 절벽에 가까운 와인 야드를 가지고 있는 포톰예 마을에서 만들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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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인은 아무 포도나 만들 수 있는 것이 아니며, 코카서스 지역이 최초의 발견지인 고유종 비티스 비니페라Vitis vinifera로 와인을 만든다. 비티스 비니페라는 약 만 여종의 종류가 있고 그중 소수의 품종으로만 와인을 만들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