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의 인문 #건축 #성당 #기독교
유럽 여행은 성당으로 시작해서 성당으로 끝난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관광지 중 성당의 비중이 큽니다. 꽤 많은 여행자들은 자신이 기독교 신자가 아니라며, 성당에 입장하지 않는 분들도 종종 있지만, 유럽 도시에서 성당의 의미는 도시의 총력을 합친 종합 예술 선물 세트 같은 곳이다 보니 성당을 어떤 식으로
유럽 문화의 꽃인 성당의 종류를 구분하는 법과 성당을 둘러보는 법을 두 편으로(?) 나누어서 소개하겠습니다. 문화, 역사, 예술, 건축, 종교를 망라한 너무 방대한 부분이지만 여행자를 위한 기초지식 정도로 가볍게, 첫 번째로 오늘은 성당의 종류와 급에 관한 이야기를 드리고 두 번째 편에선 성당을 꾸미는 세부적인 부분 그러니까 주로 성화와 성상을 읽는 방법을 이야기할 생각입니다.
성당의 종류와 급
유럽의 모든 도시와 마을의 중심부에는 성당이 있습니다. 4세기부터 20세기까지 무려 1600년의 시간 동안 유럽의 종교는 기독교였고 새로운 국가가 태어날 때마다 사람들은 신을 경배한다는 핑계로 더 높고, 더 크고, 더 아름다운 성당을 만들어 주변 국가에 자신들의 힘을 과시하였습니다. 또한 당시 성당을 만드는 것은 국가의 총력을 기울여 건축, 예술, 문화적인 힘들을 총동원하는 일이었습니다. 그래서 성당에는 유럽 문화의 정수가 모여있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성당은 네 개의 등급으로 구분됩니다.
바실리카(Basilica) : 역사적이며, 종교적인 의미가 있는 성당
대성당(Cathedral) : 도시나 국가를 대표하는 성당
성당(Church) : 일반적인 성당, 보통 도시나 마을의 중심에 위치한다.
챠펠(Chapel) : 큰 성당 내부의 작은 제단이 있는 예배 소나 독립된 건물을 가진 소규모 예배당
특징 : 가장 오래되고 종교적 중요한 의미가 있는 성당
기독교는 로마 시대에 여러 가지 이유로 탄압을 받은 종교였습니다. 4세기 초 네 명의 황제가 난립하던 어지러운 시대에 콘스탄티누스는 기독교인들의 힘을 업고 세명의 황제를 제압하고 유일한 황제가 됩니다. 그는 기독교에 감사함을 표시하기 위하여 또는 기독교를 이용해 제국을 운영하기 위해서 밀라노 칙령(313)을 내려 모든 종교의 자유를 인정합니다. 특히 기독교를 위한 칙령이었습니다.
밀라노 칙령 이전, 기독교인은 박해를 받았기 때문에 기독교는 교회가 없었습니다. 박해당하던 시절 기독교인들은 보통 목욕탕 같은 바실리카라고 불리는 로마 스타일의 직사각형 공공건물에서 예배를 보았는데, 이후 시간이 지나면서 오래되고, 교황이 머무르거나 종교적인 의미가 있는 성당을 바실리카라고 부르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밀라노 칙령이 내려진 지 11년 후인 324년 기독교 최초의 성당인 라테라노 성당(Arch Basilica of St. John Lateran)이 건축됩니다.
상당수 역사적인 바실리카 성당은 초기 기독교 양식인 로마네스크 건축으로 건축되었고 10세기 이전에 지어집니다. 로마네스크 건축은 고딕 시대 이전이라 건축 기술이 부족해 지붕이 낮으며, 건물의 형태는 대부분 직사각형입니다. 하지만 초기 기독교의 바실리카 성당들은 팔각형이나 원형의 방사형 건축물도 종종 볼 수 있습니다. 바실리카 성당들은 오랜 시간 동안 종교적으로 존중받았고, 귀중한 성화나 성물들이 보관되어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유럽 어느 곳을 방문하던 성당 이름 뒤에 바실리카가 붙어 있다면 대부분 대도시 및 국가를 대표하는 성당이거나 종교적으로 큰 의미가 있는 곳이기 때문에 꼭 방문할 것을 추천드립니다.
초대교회라고 불리는 교회는 실제 건물이 아니라 공동체를 뜻합니다. 박해받던 시대에 건물을 세웠을 리가 없지요, 여담입니다만 이름을 대면 알만한 유명 목사님이 엄한 전혀 상관없는 허를 부둥켜 잡고 초대 교회라며 울부짖는 걸 보았다는 터키 성지순례 전문 가이드들의 제보가 있습니다.
특징 : 높고, 크고, 화려한 도시를 대표하는 중심 성당
여러분이 유럽을 여행하며 방문하는 대부분의 성당이 대성당입니다. 대부분 지역을 대표하는 성당이며, 가장 중심부에 거대하고 화려하며 아름답습니다. 파리의 노트르담 성당, 영국의 솔즈베리 대성당. 독일의 퀠른 대성당, 프라하의 비투스 대성당, 비엔나의 스테판 대성당 등이 유럽을 대표하는 대성당들입니다.
대성당을 이야기하기 위해서는 먼저 영방국가라는 개념을 알아야 합니다.
영방국가 : 신성 로마제국의 제후 국가들, 프랑스, 영국은 오랜 전쟁으로 권력이 집중되었지만, 독일 및 중부 유럽 지역은 삼백여 개의 가문이 지배하는 작은 영방국가로 이루어졌다.
고만 고만한 영방 국가가 대부분인 시대에 신성로마 제국의 수도였거나 힘이 있는 도시에서는 다른 도시보다 자신들의 도시가 더 나아보여야만 한다며 자존심을 걸고 성당 건축에 열을 올립니다. 그 결과 유럽 대부분의 대성당은 바실리카 성당보다 더 크고 화려한 편입니다.
또한 프랑스가 중심이었던 고딕 건축을 경멸했던 이탈리아를 제외하고 대부분의 대성당들은 크고 화려한 고딕 건축이 대부분으로 하늘을 찌를듯한 높이와 거대한 건물, 화려한 스테인드 글라스, 성당 외벽의 화려한 치장 등 도시의 모든 총력을 다해 성당을 만들었습니다.
마을이나 작은 도시에 위치한 일반적인 성당, 특별하게 유명한 성당이 아니라면, 여행자가 방문하는 경우는 거의 없지만 한숨 쉬어갈 수 있는 좋은 장소입니다.
성당은 거의 대부분 마을의 중심부에 있습니다. 길을 잃었다면 성당의 높은 첨탑을 찾아보세요, 그리고 성당 근처에는 항상 광장이 있고 마을 주민들이 식료품을 구입하는 빵집과 카페가 있기 마련입니다. 광장에는 작은 분수나 성인상이 서있고 성인상은 도시의 역사를 말해줍니다.
유럽은 도시마다 수호성인이 있기 마련이다. 가장 흔한 성인은 도시를 보호해 준다는 성 게오르그(조지)지만 슬로베니아 마리보르의 수호성인은 물주전자를 들고 있는 성 플로리안 Florian 그는 화제, 홍수의 수호성인이다. 아마도 마리보르에선 화재가 자주 일어났었나 보다.
특징 : 챠펠은 대성당 안의 작은 기도소부터 단독 건물
원래 챠펠의 어원은 작은 망토라는 뜻의 라틴어인 차펠라 Cappela에서 왔다. 4세기경 로마시대 군인이었던 투르의 마틴(Martin of Tours)이 프랑크족과 전쟁을 하던 중 귀중한 성물을 임시로 작은 망토로 만든 텐트에 모시고 예배를 보던 것에 유래했다고 한다.
투르의 마틴 : 프랑스를 대표하는 성인중 한 명, 로마시대의 성인, 최초의 양심적 병역거부자
챠펠은 성당 안에 별도로 위치한 기도소나 성당 외부에 별도로 지어진 작은 예배당 등 다양한 유형이 있습니다. 성당 내부 양쪽에 석관이 보관되거나 제단이 있는 예배당도 챠펠이라고 부르는데, 시대에 따라 성당의 크기가 점점 커지면서 한두 명의 재산으로 성당의 건축이 불가능했고, 백여 년에 걸쳐서 성당이 건축되면서 당대의 왕이나 대주교 혹은 돈을 기부했던 사람들의 관이 성당 내부로 들어와 작은 차펠들이 늘어나게 되었습니다.
간단하게 성당의 급에 관한 이야기를 드렸습니다. 그럼 두 번째 이야기로 뵙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