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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디디 Nov 21. 2024

등산 좋아하세요?

숨이 차지 않는 등산법 알려드립니다

26년 된 아파트에 살고 있다.


엘리베이터가 노후되어 전체 교체가 결정되었고 설치업체 및 디자인은 입주민 투표로 진행됐다.

한 달이라는 긴 공사 기간이 마음을 불안하고 무겁게 만들었지만, 당장은 디자인을 고르고  원하는 디자인이 선정되기를 바라는 마음이 컸다.

공사가 시작되기 전 가장 먼저 준비해야 될 것은 식량이다.

그중에서 무게가 많이 나가는 쌀을 먼저 준비해 두고 냉동식품들을 가능한 많이 채워둬야 한다.

식량으로 가장 만만한 건 ‘라면’이다. 종류별로 라면을 창고에 채워두니 그래도 안심이 된다.

그동안 편하게 배달음식을 주문해서 먹고 새벽 배송은 우리의 친구라는 마음으로 저녁만 되면 배송앱을 켜고 톡톡 손가락을 터치하면 다음날 새벽, 문 앞에 안전하게 배송해 주는 우리의 친구도 한 달 동안은 잠시 안녕이다.

(가장 아쉬운 것이 택배와 새벽배송이다)

물건을 주문하긴 한다. 부피나 무게가 많이 나가지 않는 걸로 주문한다. 택배는 주문하지만 새벽배송은 주문하지 않는다.

우리 집은 15층.

계단을 오르다 보니 3층마다 빨간 플라스틱 의자가 층과 층 사이에 놓여있다.

계단 등산을 시작한 첫날에는 이 의자에서 3번 정도 쉬었다.

강제 운동의 효과가 살짝 기대되었지만 첫날은 정말 힘들었다.

일주일이 된 시점에서 플라스틱 의자 찬스는 두 번으로 줄었다.

하루 두세 번 오르고 내릴 때 다 앉지는 않지만, 몇 층만 오르면 의자가 있다는 희망이 있어서 그런지 15층의 여정이 아주 죽겠지만은 않았다.

평소 등산 취미가 없고 평지를 선호하는 덕에 조금만 언덕이 있으면 숨을 과하게 헐떡거려 운동인지 고문인지 헷갈릴 지경이었다.

그러니 15층의 계단을 오르내리는 것이 나에게는 굉장한 등산을 하고 있는 셈이다.

신기하게도 실제 등산을 하다 보면 숨이 딱 넘어갈 때쯤 털썩 주저앉게 만드는 바위가 바로 눈앞에 나타나곤 한다.

계단 중간에 놓인 빨간 플라스틱이 바로 그 바위와도 같다.


15층 등반을 위한 오아시스 같았던 의자 



보드 게임을 하다 보면 약자를 배려하고 잘하는 플레이어가 독주하는 걸 살짝 방해하는 요소들을 곳곳에 배치하기도 한다. 플라스틱 의자와 같이 말이다.

매번은 아니지만 시작 플레이어는 나이가 어린 사람을 시작으로 하는 경우가 많고, 꼴찌가 일등을 한 번에 잡을 수 있는 대반전을 주는 찬스도 가끔 있다.

보드 게임을 취미로 하다 보니 게임 속의 이런 인간미? 가 참 좋다.

물론 게임의 밸런스를 위한 것이겠지만, 행운의 요소를 넣어줌으로써 어른과 아이, 초보자와 숙련자가 어울려 게임할 수 있게 된다.

(물론 자비 없는 게임도 많다)

운의 요소에 기댈 때 주로 사용되는 것은 주사위이다.

오로지 주사위 운과 결단력에 기대어 등산하는 게임을 소개해 보겠다. 등산을 좋아하는 분들도 등산을 못하고 싫어하는 분들도 모두가 만족할 만한 게임이니 잘 따라오시길 바란다.



게임올로지의 ‘캔트스탑(can’t stop)’

우리가 등산을 하려면 가벼운 등산복과 단출한 짐을 싼 가방을 메고 올라야 한다. 등산 스틱도 잘 챙기자.

보드 게임 속 등산은 어떤지 살펴보자.

우선 산이 필요하다. 캔트스탑에서 오를 산은 설산이다.

2-12까지 숫자가 쓰여 있는 곳이 산의 정상!

총 11개의 높고 낮은 봉우리가 있는데 먼저 3개의 봉우리를 오르는 사람이 게임의 승자가 된다.

준비물은 등반자 말 3개, 베이스캠프 말 각자 10개씩과 주사위 4개만 가지고 등반을 한다.

등반자 말은 꼭 곡괭이 같이 생겼는데 이것이 등산 스틱의 역할과도 같다.

주사위 4개를 모두 던지고 두 개씩 짝을 지어 나오는 합을 이용해 등반한다.

두 개의 합이 8이면 산봉우리 8번 맨 밑에 등반자 말을 놓는다.

이렇게 해서 위 봉우리까지 등반하는 단순 게임인데, 주사위를 계속 돌릴 수 있는 건 아니다. 주사위를 굴려 내 등반자  말이 있는 번호와 일치하지 않으면 등반자 말은 다음 차례에 자신의 베이스캠프나 새 등반로의 맨 아래 칸에서 다시 시작해야 하니 무조건 ‘GO’를 외치는 것이 능사는 아니다.

실제 등산에서와 같이 도저히 오를 컨디션이 아니면 다음 등반을 기다리듯이 말이다.

그러나 많이 쉬어가다가는 정상 정복을 다른 플레이어에게 빼앗기니 스탑과 고를 적절하게 선택해야 한다.

운의 요소가 많은 게임이니 보드게임 입문자도 무난하게 접근할 수 있겠다.


이렇게 보니 정말 등반 느낌! 



보드게임으로 등산하는 시대! 이제 취미가 무엇이냐 물어본다면 “보드게임으로 등산이요”라고 말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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