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미 부자
내 취미를 물어본다면, 크게 두 가지라고 이야기하겠다.
독서와 보드게임이라고.
조금 이야기할 시간이 생겨서 나를 더 드러내고 싶을 때는 더 다양한 취미가 있음을 밝힌다.
재봉과 각종 공예의 취미가 있다고 이야기한다.
더 깊이 들어가 보자.
공예로는 종이보드 공예, 클레이, 냅킨아트 자격증을 땄다. 10년 전에는 바리스타 자격증을 취득하여 커피 생활을 했고, 요즘엔 보이차, 대만차나 홍차 마시기 모임에 참여하며 차 생활을 주기적으로 하고 있다.
재작년부터 시작한 불렛저널과 다이어리 꾸미기는 소소한 기록의 재미와 꾸미기의 재미를 동시에 주는 소소한 취미이다. 아차차 해비 한 취미의 끝판왕이라는 캠핑도 있다(일 년에 두 번 가면 많이 가는 편!)
불렛저널을 좀 더 잘 활용했으면 좋을 텐데 기록을 할 만큼 스케줄이 많지 않아 곧 흥미를 잃고 말았다.
나노 단위로 쪼개져 있는 하루의 루틴을 설정하고 따라 하려니 스스로 버거워지는 지경에 이르렀다. 내 삶의 패턴에 맞게 잘 조절하는 것이 불렛저널인데 남들과 같아 지려니 힘들었다.
지금은 아주 여유롭게 루틴을 정하고 빈칸이 수두룩 한 불렛저널을 사용하고 있다. 형식에 얽매이지 않고 나만의 형식을 만들어가는 불렛저널의 본래 취지를 잘 살려 올 해는 잘해보고 싶다.
불렛저널을 하다 보니 다이어리 꾸미기도 관심이 생겨 다이어리를 한 권 장만하고 - 자, 이제 써볼까 하며 덤볐다. 그러다 곰곰이 생각하게 됐다. ‘내가 마지막으로 일기를 쓴 적이 언제였더라’
초등학교 때 친구랑 비밀 일기를 끝으로 어언 40년이라는 시간 동안 일기라는 것을 써본 적이 없었다.
일정을 위한 다이어리는 있었을지언정 진정한 내면의 일기를 써본 적이 있던가. 다시 예전으로 돌아간 느낌이 살짝 들면서 남편이 보고 웃지는 않을까? 애들 장난으로 비칠까 싶어 다이어리를 꽁꽁 숨겨두고 아무도 없을 때 귀여운 스티커와 귀여운 종이들을 덧붙이며 혼자 만족해했다.
그래도 예쁜 건 자랑하고 싶은 마음에 남편한테 보여줬다. 예쁘다고 해줬고(영혼은 없었으나) 또 얼마나 갈까 하는 눈빛을 함께 보냈다. 며칠 일기를 쓰다 보니 예쁘게 꾸미는 것에만 집중을 하다 보니 시간을 꽤 걸렸고 남편의 기대에 부흥하며? 뜸하게 다꾸(다이어리 꾸미기)를 하게 됐다.
새해가 되면서 꾸미기에 집중보다는 일기에 집중해서 다시 다꾸를 시작하게 됐다. 소소한 다꾸의 세계, 혼자만의 세계에 깊숙이 들어가는 느낌이 든다.
취미가 많다고 해서 그걸 동시에 자주 하지는 않는다. 생각날 때 소창으로 수건 하나 만들거나, 누군가에게 예쁜 가리개를 선물하고 싶을 때 언제든 베란다 재봉틀을 열고 만들 수 있다는 즐거움이 있다.
대부분 매일 생각하거나 자주 하지 않는 취미이지만, 독서와 보드 게임, 다이어리는 매일 하거나 늘 머릿속에 있는 취미이다.
그래서 취미가 무엇이오. 묻는다면 '독서와 보드 게임이요'라고 말하게 됐다.
독서는 혼자서 할 수 있는 취미 중 최고봉인데 보드 게임은 그렇지 않다.
보드 게임은 늘 치명적 단점이 사람이 일정 모여야 할 수 있거나 그래야 재미있다.
1인 게임, 2인 게임 많이 있지만 그래도 3인 이상은 모여서 할 때 더 빛을 발한다.
현재 진행하고 있는 보드 게임 모임이 그래서 더욱더 소중하게 느껴진다. 재미없다고 생각한 게임도 사람들과 모여서 하면 그냥 재미있다. 숏츠를 보며 느끼는 도파민은 비교할 바가 아니다. sns가 뺏어간 도파민(저도 sns 많이 합니다만)을 여기서 찾을 수 있는데 많은 사람들이 아이들 놀이라고 생각하거나 어른이 장난감 가지고 논다고 핀잔을 들을 때도 많다.(어른이 장난감 가지고 놀면 왜 안되는가)
나는 나이가 들수록 꾸준히 할 수 있는 취미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친구들은 이사를 갈 수도 있고 티브이는 점점 더 재미가 없어지고 유튜브는 내 취향만을 반영하므로 비슷한 것들만 추천해 줘서 살짝 지루한 느낌도 든다(개인적 의견임)
그러니 취미로 엮인 사람들과 만나볼 것을 권한다.
취미가 있다면 언제든 그들과의 연결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sns에서 만날 수 있으니 이것은 sns의 순기능)
혈연, 지연, 학연을 잠시 내려놓고 취미인연을 만들어 보자.
여기 저처럼 책도 좋아하고 보드게임도 관심 있으신 분들이 있다면 추천할 게임이 있다.
책을 좋아하다 보니 책과 관련된 게임을 보면 구매를 하게 된다. 보드게임 페스타에서 홀리듯 구매한 게임올로지의 <에이다의 도서관>이라는 2인 보드게임이다.
<에이다의 도서관>은 2003년에 출시된 <피닉스>라는 게임을 다시 만든 게임이다.
원작인 <피닉스>는 테마 없이 카드와 옮기는 말을 가지고 하는 게임인 반면 <에이다의 도서관>은 흐트러진 서가를 정리하는 사서라는 테마를 가지고 있고 일러스트 또한 웹툰을 보는 듯한 감성적인 일러스트를 자랑한다.
L자 보드를 이용한 콤팩트한 박스는 휴대성을 높였고 집에서 자리를 많이 차지 않는 장점이 있다.
게임은 간단하다.
기준이 되는 책 타일 6개를 중간에 놓고 내 책 타일을 먼저 기준 타일과 같이 정리하는 사람이 승리하는 게임이다.
내 차례에 카드를 사용하여 책 타일을 이리저리 옮겨 기준이 되는 책 타일대로 정리를 잘해야 된다.
룰은 쉬운데 생각보다 머릿속은 복잡할 것이다.
도서관에 가면 책 등에 붙어 있는 분류기호가 있다. 책 등에 붙은 분류 번호의 규칙대로 잘 정리하려면 순서와 규칙을 잘 생각하며 정리해야 된다. 도서관 사서로 일했던 경험 때문인지 집 앞 도서관에서 책 구경을 하다가도 잘못 꽂힌 책이 보이면 원래대로 꽂아두기도 한다. 무아지경으로 책 정리를 하고 싶어 집 앞 도서관 책정리 봉사도 신청해 내리 3시간을 책 정리만 한 적도 있다.
실제로 집안을 정리한다거나 책상을 정리하면서 힐링을 느끼거나 마음이 정리되는 느낌을 받는 다고 하니 이처럼 직접 도서관 서가를 정리한다는 마음으로 조용히 게임에 몰입하다 보면 어느새 ‘짜잔’ 하고 게임이 끝나 있을 것이다.
책 읽듯이 조용한 게임, 2인이 할 수 있는 게임을 찾는다면
<에이다의 도서관>으로 오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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