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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밥이누나 Jan 20. 2023

2023년 새해 목표?

목표 없는 사람의 목표 만들기

난 평소 ‘계획’이라는 단어와는 거리가 멀다. 회사에서 나누어준 다이어리에는 계획이라기보다는 잊지 말아야 하는 업무가 적힌 게 전부다. 벌써 2023년이라니. 시간이란 녀석은 매정하게도 나를 기다려줄 생각이 없어 보인다. 때로는 너무 얄짤없어 서운할 정도로.



2023년 왠지 목표를 세우고 싶어졌다. 연초가 되면 다들 이런 거 많이 하니까. 하지만 고기도 먹어본 사람이 잘 먹는다고, 평소에 흘러가는 대로 살던 내게 계획이라는 녀석은 쉽게 떠올라주지 않았다. 컴퓨터 모니터를 바라보고 빈칸만 멍하니 쳐다보고 있었다.



본의 아니게 멍 때리기를 하게 됐다. 뭐라도 써보고 싶은데... 얼마나 시간이 지난 걸까? 멍하니 화면만 바라보다가 쥐어짜 낸 계획을 수줍게 공유해 본다.



1. 브런치 글 꾸준히 업로드하기 - 일주일에 한편씩 목표

2. 돈 절약하기 - 꼭 필요한 것만 사 보기

3. 살 빼기, 작년 건강검진 수치보다 좋은 쪽으로 개선하기

4. 너무 집에만 있지 말기

5. 배달음식 줄이기, 배민 현대카드 해지 - 할부 끝나는 즉시 해지

6. 주변사람들에게 더 많이 양보하고, 베풀기 - 조금은 손해 보는 듯 살자

7. 노션 포트폴리오 작성해 보기     



최종 일곱 가지 목표를 적었고, 진심으로 내가 소망하는 바들이다. 1번 브런치 글은 일주일에 한편씩 발행하는 게 목표인데, 이번 주에는 무려 2개나 발행을 하게 됐다. 벌써 초과달성이다 야호! 하지만 내 목표에는 ‘꾸준히’라는 만만치 않은 녀석이 도사리고 있다. 이번 연말에도 ‘야호!’를 외칠 수 있어야 할 텐데.


   

면면히 들여다보면 나머지 목표들도 호락호락하지는 않다. 쇼핑 좋아하고, 맛있는 것 먹는 걸 좋아하고, 집에 있는 것을 좋아하는 내가 순 반대로 가야 하는 것들만 적어두었다. 1월의 첫 번째 토요일에는 하루 종일 온전히 쉬고 싶어서 집에서 아무것도 안 하고 점심, 저녁 모두 배달의 민족으로 시켜 먹었다. 이 행동을 통해 2,3,4,5번 목표가 한 번에 날아갔다. 아오, 이거 작심 일주일도 못 갔네. 이제 그만 시켜야지.


    

특히 6번을 보시라, 주변사람들에게 더 많이 베풀고, 양보하고 조금은 손해 보는 듯 사는 것. 이건 사실 2023년 목표라기보다는 평생의 목표인데, 한 번 더 생각하게 위해 목표라는 이름으로 그럴듯하게 끼워 넣어봤다.


     

요즘 브런치 글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이 쓴 글을 많이 읽고 있다. 그러다가 브런치를 통해 알로하융(@yoonash)이라는 작가를 알게 됐다. 평소 일터인 미술관 밖에서는 잘 읽지 않는 실용적인 글이 대부분이었는데, 이상하게 재미가 있어서 전 시리즈를 단숨에 읽게 됐다. 글에서 준 정보 같은 것들도 좋았지만 자신의 삶을 사랑하고, 나를 객관화하고, 시각화하고, 체계적으로 정리하는 일련의 과정들이 무척이나 사랑스러워 보였다. 한 명의 개인은 각자의 우주를 가지고 있다고 흔히들 말한다. 내 우주는 어떤 빛깔인지 찾아가는 과정에 올해는 나도 동참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를 시각화하는 방법으로 ‘노션 포트폴리오’라는 것이 있었는데, 올 한 해 나만의 포트폴리오를 작성해 보는 것도 하나의 도전적인 목표가 되었다.

https://brunch.co.kr/@yoonash/192      



목표 없는 사람이 간신히 쥐어짜 낸 그럴듯한 목표들, 연말에 얼마나 달성했는지 점검을 해볼 계획이다.


     

2023년 어떤 한 해가 펼쳐질까? 우선 나에게 2023년이 주어졌다는 점이 참 좋고 감사하다. 나는 1월 5일에 태어났는데, 생일 축하를 받을 때마다 생일을 핑계 삼아 새해 복 많이 받으라는 인사를 잊지 않고 건넬 수 있어 참 좋다. 올 한 해도 무탈하게 그리고 은근하게. 그렇게 감사한 날들로 채워나갈 수 있길 기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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