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주 듣고 싶다
나는 진짜 운이 좋은 사람이다. 좋은 가족을 만났기 때문이다. 부모님의 무한한 사랑, 맛있는 음식, 따뜻한 침대 그래서 빨리 집에 가고 싶은 마음. 어릴 때는 이런 게 당연한 것인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라는 걸 이제는 안다.
나의 부모님은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내가 좋은 상황이든 그렇지 않든 관계없이 절대적인 응원을 보내주었다. 우리 가족은 생일이나, 명절 때는 늘 미역국을 먹고 축하하는 자리를 빠짐없이 가졌다. 중학교 때였던가? 엄마 아빠가 가족모임에서 해준 말은 아직도 생생히 기억이 난다. 살면서 정말 힘들거나 곤란한 일이 있다면, 혹시나 그게 범죄일지라도 꼭 말해달라고 했다. 그게 어떤 일이든 최대한 우리 삼 남매에게 문제없는 방법으로 같이 해결방법을 찾아나갈 것이라고 했다. 예의범절이나 말하는 습관에 있어 엄격한 부모님이었는데 범죄여도 숨기지 말고 어려운 일일수록 최대한 돕겠다니. 이상하게도 위안이 됐다. 그 말은 어린 나의 마음에 단단한 신뢰로 뿌리내려 오늘날까지 단단히 버텨주고 있다. 그 덕에 오늘날까지 무탈하게 지낸 것 같다.
이런 부모님은 내가 학창 시절 성적을 잘 받거나, 좋은 성과를 냈을 때는 항상 ‘애썼다.’ 혹은 ‘고생 많았다.’는 말을 해주었다. 살면서 공부하라는 말 같은 것은 거의 들어본 기억이 없다. 초등학교 3학년 때부터 중학교 2학년까지 영어 학원을 다녔는데 삼 남매 모두 철저히 다니고 싶은 사람만 학원에 갈 수 있었다. 가기 싫으면 언제든지 안 가도 됐는데 생각해 보니 그렇게 하니까 더 가고 싶었던 것도 있었던 것 같다. 수영도 피아노도 그림도 악기도 다니다가 내키지 않으면 자연스럽게 그만두었다. 부모님께 당연한 것은 없어 보였다. 공부를 잘할 필요는 당연히 없었다. 그 덕에 동생은 둘 다 체육과 미술, 예체능 쪽을 전공했다. 부모님은 언제나 잘 해냈다는 칭찬보다는 내가 그런 결과를 내기 위해 얼마나 고생했을지에 더 관심이 있어 보였다.
그러다 이번생일 정말 오랜만에 ‘잘했다’는 칭찬을 듣게 됐다! 우리 집에서는 생일에 무조건 미역국을 먹어야 하는 전통이 있는데, 생일 당일은 시간이 맞지 않아 집에 들를 수가 없게 됐다. 아빠가 생일날 챙겨 먹으라며 미역국을 끓여서 싸주었다. 냉장고에 하루 동안 잠자고 있는 미역국. 엄마는 역시나 잘 챙겨 먹었는지 확인차 전화를 걸어왔는데, 저녁 약속도 있고 귀찮아서 그냥 내일 먹을까 생각하다 맘을 고쳐먹고 미역국을 조금 떠서 끓여 먹었다.
엄마의 ‘잘했어’라는 칭찬이 날 기쁘게 한다. 기왕이면 더 자주 듣고 싶다. 미역국 먹기를 참 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