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밥이누나 Feb 06. 2023

가끔은 덜 떨어지게 구는 것이 유리합니다

사실 다 알고 있지만

‘가끔은 덜 떨어지게 구는 것이 유리합니다.’



아이러니하게도 똑 부러지고, 약은 사람일수록 이 말은 더 잘 적용된다. 이 각박한 세상에서 정신을 바짝 차려도 부족할 판에 조금 덜 떨어지게 굴라니 살짝 말이 안 되는 소리를 하는 것이 맞기에 조금은 조심스럽기도 하다. 하지만 소중한 시간을 내어 내 글을 봐주시는 분들께 내 나름대로는 천기누설을 하는 것이자, 진심으로 하는 말이기에 더 이해가 쉽게 말하자면 가끔은 적당히 ‘호구’처럼 구는 것이 도움이 된다는 말을 하고 있는 것이다.



세상을 살다 보면 우리는 수도 없이 많은 짜증의 순간들을 맞이한다. 회사를 다니다 보면 왜 나한테만 지랄인가 싶은 순간도 있고, 인간관계를 맺다 보면 다 손절하고 산속으로 들어가고 싶은 기분이 들 때도 있다. 이렇게 뭔가 내 맘대로 되지 않는 경험은 너무 비일비재하다. 그런데 여기서 적당히 호구처럼 굴라는 것은 당신이 생존하고 싶다면, 관계를 이어나가고 싶다면, 지금이 마지막 순간이지는 않아야 할 이유가 있다면 이러한 ‘호구전략’은 완전 도움이 될 수 있다.



회사생활을 예로 들어보자. 난 아직 대표는 해본 적이 없으니 대표들의 입장은 잘 모른다. 하지만 적어도 직원으로 있는 경우에는 이러한 ‘호구전략’은 필수다. 열성적으로 일을 하고, 심지어 그 일을 잘하는 사람이라 할지라도 순간의 짜증, 감정 같은 것들을 참지 못해서 일을 그르치는 것을 한두 번 본 것이 아니다. 또 살짝 부당한 일이 있더라도, 당신이 그 조직에서 어떤 이유에서든 살아남아야 하는 이유가 있다면 적당히 받아들이는 순간이 필요하다. 첨언하자면, 여기서 부당한 일이라는 것은 범죄가 되거나 인간의 존엄성에 심각한 위해를 끼치는 그런 것들이 대상이 되는 것은 아니다. 순간순간 벌어지고 있지만 다 따지기에는 조금 피곤한 그런 부당함 같은 것들이랄까.



우리는 살아남아야 한다. 생계를 위해서, 더 나은 목표를 위해서 그게 어떤 이유이든. 감성에세이에서 자주 언급하는 마음이 이끄는 삶 같은 것들도 중요하지만, 오늘을 살아내는 것은 더 중요하다. 인내라는 지루한 과정을 통해 원하는 위치에 올라갔을 때 그때에는 호구에서 벗어나 조금 더 내 목소리를 낼 기회는 반드시 온다.



맺고 끊음이 분명한 사람일수록 인간관계에서도 그러려니 하면서, 조금을 유하게 넘어가는 쪽을 택하는 것이 도움이 될 수 있다. 이건 나 스스로에게 하는 말이기도 하다. 지금의 일면이 그 사람의 모든 모습은 아닐 수도 있기에.



존버는 승리한다고 하지 않는가? 사실 다 알고 있지만 가끔은 덜 떨어지게 굴기도 하면서, 오늘도 현실 속에서 최선을 다하는 모든 삶을 열렬히 응원하고 싶다.


영하 15도의 최강 한파에도 먹고살기 위해 출근한 나를 칭찬해! (게다가 걸어서 출근) 사진은 사무실에서 바라본 풍경


매거진의 이전글 부모님의 '잘했다'라는 칭찬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