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피지컬: 100> 리뷰
도대체 우승자를 예측할 수 없는 프로그램이 나왔다. 넷플릭스에서 매주 화요일 오후 5시에 공개되고 있는 <피지컬: 100>이다. 주말에 넷플릭스나 봐야지 하고 어떤 걸 볼까 궁리하다가, 인기순위에 있어 클릭한 것이 새벽 한 시까지 쉬지 않고 단숨에 보게 만들었다. 총 9화로 되어있는데 한주에 두 편씩 새로운 에피소드가 공개되고, 맨 마지막 우승자가 나오게 된다. 최종화는 2023년 2월 21일에 공개된다.
포털사이트 소개에는 '가장 강력한 피지컬을 가진 최고의 ‘몸’을 찾기 위해, 최강 피지컬이라 자부하는 100인이 벌이는 극강의 서바이벌 게임 예능'이라고 되어있는데 진짜 그렇다. 각자의 분야에서 최고의 신체조건을 자랑하는 100명이 출연해 최종상금 3억 원을 향해 말 그대로 '죽을힘을 다해' 경쟁을 하는 프로그램이다. 세트장 연출이나, 최종 1인만 생존한다는 포맷은 언뜻 예능판 '오징어게임'같은 느낌도 든다.
참가자 중에는 남자, 여자, 외국인, 몸집이 작지만 민첩한 사람, 몸무게가 많이 나가고 헤라클레스 같이 근력이 좋은 사람, 국가대표 메달리스트, 보디빌더, 크로스피터, 필라테스 강사 등 다양한 분야의 출연자들이 나온다.
* 아직 우승자가 공개되지 않았기 때문에 결정적인 스포일러는 없지만, 각 단계별 어떤 게임이 진행되는지에 대해서는 언급하고 있어서 글을 읽으실 때 참고 부탁드립니다. 이 글에서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되는 부분은 단계별로 어떤 사람 혹은 팀이 이기는지에 대해서는 결과를 공개하지 않고 있습니다.
1. 첫 번째 스테이지 : 매달리기 (개인전)
첫 번째로 경쟁하게 되는 종목은 매달리기다. 연습게임의 개념으로 탈락자는 없다. 참가자들은 50명씩 두 팀으로 나누어 매달리기를 진행한다. 매달리기 경쟁에서 흥미진진하게 느껴진 점은 세트의 구성이다. 바닥은 깊이를 알 수 없게 물로 되어있는데, 참가자들 입장에서는 힘에 부쳐 물에 떨어지는 순간이 굉장히 무섭게 느껴졌을 것이라 생각한다. 이러한 공포심은 매달려있는 참가자들 표정에도 고스란히 드러난다. 참가자들은 바닥으로 떨어지지 않기 위해 말 그대로 죽을힘을 다한다. 이미 팔에는 마비가 왔지만 덜덜 떨면서 버티는 모습을 보며 엄청난 정신력에 감탄하면서도 심장을 쫄깃하게 한다.
매달리기 스테이지에서 조금 아쉬웠던 점은 1등을 차지하기 위해 받았던 고통에 비해 베네핏이 별거 없었다는 점이다. 이대로라면 혹시나 피지컬 100 후속 편이 나온다면, 탈락자가 없는 스테이지에서는 아무도 그렇게까지 열심히 하지 않을 것만 같다. 적어도 각 조에서 1등을 한 사람에게는 조금 더 시원한 베네핏이 있었다면 어땠을까? 매달리기의 경우 몸무게가 상대적으로 가볍고, 팔의 근력이 좋은 사람이 유리하다고 생각하는데 과연 이번 스테이지의 최종 우승자는 누구일까? 한번 지켜볼만하다.
2. 두 번째 스테이지 : 1:1 데스매치 (개인전)
두 번째 스테이지에서는 무려 50%의 참가자가 탈락한다. 데스매치에서 좋았던 점은 패자부활전 따위는 없고 말 그대로 패배하면 그대로 탈락하는 정말 ‘데스매치’라는 점이었다. 매달리기 순위에 따라 지목을 통해 대결 상대방을 정하고 1:1 경쟁을 하게 된다. 룰은 정말 간단하다. 경기장에 들어가서 제한시간이 종료되는 순간에 공을 차지하고 있는 사람이 이기는 게임이다. 경기장은 2개의 스타일이 있는데 주목할 만한 경기를 중심으로 보여준다. 다만 볼거리를 위해 적어도 4개 정도의 경기장을 준비했다면 좋았을 것 같다. 2개의 경기장을 반복해서 보여주다 보니 조금은 루즈해지는 부분이 있어 살짝 넘겨가면서 봤다.
3. 세 번째 스테이지 : 모래 나르기(팀전)
피지컬 100의 진짜 재미는 팀전부터 시작된다고 생각한다. 이 리뷰를 쓰기로 결심한 이유도 이 팀전이 정말 흥미진진했기 때문이다. 팀을 정하는 방식은 살아남은 50명의 참가자들이 본인과 함께하고 싶은 팀원 3명을 적어내고, 득표수 상위 10명이 팀장이 되어 팀원들을 뽑은 방식이다. 참가자들도 나와 같은 생각이었는지 역시나 윤성빈(스켈레톤), 남경진(레슬링) 선수가 가장 인기가 많은 참가자가 되어 득표율 1,2위로 팀장이 된다. 팀장중 상대적으로 약체로 보이는 10위 장은실(레슬링) 팀장은 끝까지 선택받지 못해 남는 참가자들로 팀을 꾸리게 된다. 팀을 정하는 과정에서 참가자들은 반드시 살아남겠다는 일념으로 솔직하게 본인이 더 유리할 것 같은 팀으로 이동하게 되는데 이 모습이 진솔하게 느껴져서 좋았다.
모래 나르기는 말 그대로 모래를 정해진 위치에 더 많이 나르는 팀이 이기는 게임이다. 모래를 놓을 목표 지점까지 가기 위해 다리를 직접 설치하는 미션도 주어지게 된다. 모래 나르기에서 승리하기 위해서는 팀원 모두 하나가 되어 정해진 목표에 얼마나 집중하는지가 중요하게 느껴졌다. 미션이 ‘모래 나르기’이기 때문에 모래를 나르지 않고 말로 상황을 이끌어주는 것은 결과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았다. 세 번째 스테이지에서는 행동하지 않으면 아무 의미가 없음을 잘 보여주었다고 생각한다. 또 팀장을 전적으로 신뢰하고, 팀장의 전략에 공감하며 목표를 위해 최선을 다하는 것이 때로는 기적을 만들어줄 수도 있음을 보여주었다. 리더십이란 무엇인지에 대해 전혀 예상치도 못하게, 난데없이 피지컬 100 모래 나르기 미션을 통해 생각해 볼 수 있었다. 멋진 팀장에 대해 이 글을 통해서도 박수 쳐주고 싶지만 스포일러 방지를 위해 참아본다.
4. 네 번째 스테이지 : 2톤 배 나르기(팀전)
이번주에 추가적인 에피소드가 공개될 2톤 배 나르기는 두 팀이 협업해 총 10명이 2톤 배를 나르는 미션이다. 우선 제대로 된 에피소드는 한 팀이 공개됐다. 스쿼트랑 벤치프레스 같은 운동을 백 킬로 단위로 가볍게 드는 출연자들도 미션을 완료하고 나서 감정이 북받쳐 욕을 하거나, 분에 못 이겨 괴성을 지르기도 했다. 얼마나 힘들었을지 짐작이 된다. 배에 직선으로 힘을 가해야지 조금 더 잘 움직일 수 있는 것 아닐까?라는 생각을 잠시 해본다. 다른 두 팀의 결과는 어떻게 나올지 궁금하다.
최종 우승자가 나오기까지 단 3회가 남았다. 그런데 진짜 누가 우승할지 전혀 예측이 안 된다. 배 나르기에서 극한의 근력을 요하는 미션이 나왔으므로, 다음 미션은 조금 다른 형태의 게임이 나오지 않을까 예측해 본다. 그렇다면 유리한 사람이 달라질 테니 우승자를 예측하기는 더 어렵다. 이 프로그램의 최대 매력은 ‘예측불가’ 그리고 성별이나 인종, 타고난 신체 특성 같은 건 다 제쳐두고 오직 게임에서 정한 룰만 철저히 따르는, 말 그대로 모두에게 '공정'하다는 점이다. 이 점에 동의한 사람들만 출연한 것으로 알고 있다.
대부분의 서바이벌 프로그램에서는 에이스가 있고, 우승에 가까워 보이는 사람들이 초반에 나오는데 이 프로그램은 그렇지 않다. 한마디로 '들러리가 없다'는 것이다. 게임에서 살아남을 수만 있다면 인지도와 상관없이 100명의 참가자 누구나 주인공이 될 수 있다. 극강의 피지컬을 자랑하는 윤성빈 선수가 우승자 같다가도 매달리기나 협업이 강조되는 단체 미션을 보면 내가 아무리 잘해도 팀원들의 역할이 너무나 중요하기에 반드시 그렇지만도 않다. 매달리기나 버티기에 유리한 사람과, 민첩하고 빠른 사람, 힘이 센 사람은 엄연히 다르기 때문이다. 또 공정성에 대한 논란이 없다. 최고의 몸을 가려내겠다는 기획의도, 정해진 룰, 패자는 자신의 토르소를 부수며 군말 없이 탈락하게 되는 구조는 게임자체의 불공정으로 인한 논란이 없어 통쾌하다. 중간에 패자부활전이 딱 한번 있는데 이는 다음 스테이지의 인원수를 맞추기 위해서 진행한 것으로 보여, 불필요한 패자부활전이 아니라는 점에서 설명이 잘 된다. 이런 극한의 게임에서 탈락자는 말이 없어야 한다.
진행자는 영화 오징어게임처럼 실체 없이 오로지 음성만 나온다는 점도 긴장감을 더하는데 좋은 역할을 한다. 실체 있는 사회자가 존재하는 경우 중재하는 사람이 있는 것처럼 느껴져 조금 더 편안한 느낌이 들 수 있는데 피지컬 100에서는 그렇지 않다. 게임을 진행하는 사람은 음성으로 멀리 떨어져 있다. 그래서 오직 참가자들에게만 집중이 잘 된다.
대체 누가 우승자인가? 다음 에피소드가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