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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밥이누나 Mar 06. 2023

노잼도시 대전, 근데 딱히 재미있어지고 싶지는 않아

들어가며

대전에 살고 있다. 대전에서 태어나지는 않았지만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를 모두 대전에서 졸업하고 약 10년간 직장생활을 하며 현재까지 살고 있는 곳이 대전이니 난 대전사람이라고 할 수 있다. 대전 이외의 지역에서 거주한 경험이라곤 태어나서 초등학교 2학년때까지 살았던 제주도, 그리고 대학생활과 첫 번째 직장생활을 했던 서울이 전부다.



대전하면 무엇이 떠오르는가? '노잼도시' 그리고 '성심당'이다. 조금 더 짜내보자면 카이스트와 대덕연구단지가 위치해 '과학의 도시' 정도로 불린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과학의 도시라고 해서 나에게 직접적으로 도움 되는 것은 딱히 없다.



'노잼도시'

이 단어를 들었을 때 대부분의 대전 시민들은 딱히 부정할 생각이 없다고 본다. 하지만 한편으론 이런 생각이 든다. '꼭 재미있어야 할 필요가 있을까?' 그리고 '재미있다는 것이 좋은 것인가?'



개인적으로 '재미'라는 것은 반드시 갖추어야 할 덕목도, 딱히 그럴 이유도 없다는 생각이다. 대전은 살기가 참 좋다. 대단하게 재미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없는 것은 없다. 수도권에 있는 거의 모든 편의시설과 프랜차이즈가 존재한다. 또 차를 운전하기에 확실히 편하다. 도로도 잘 정비돼 있고, 직접 운전해 봤을 때의 체감으로는 운전자들이 비교적 양보를 잘해주는 편이라 운전할 때 마음이 편안하다. 당연히 이 점은 사람에 따라 다르기에 일반화할 수는 없지만 대체로 경향성이 그렇다는 것이다. 그 밖에도 수도권에 비해 저렴한 집값 및 외식물가 등도 살기에 편하다고 느껴지는 요소이다.



또 대전하면 '빵'을 빼놓고 이야기할 수 없다. 대전을 대표하는 빵집 성심당 이외에도, 동네 어떤 빵집을 가봐도 맛없는 빵집은 찾기 어렵다. 빵맛이 상향평준화 되어 있달까? 타 지역 유명빵집을 가봐도 정말 특별해서 빵 때문에 다시 찾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곳은 개인적으로는 없었다. '이 정도면 대전에도 있을 것 같은데?' 혹은 '맛있지만 굳이 찾아올 정도는 아닌 것 같다.'는 마음이 먼저 일었던 것 같다.



이렇게 된 이유에는 우선 성심당 출신 제빵사들이 본인들만의 경쟁력을 키워 창업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성심당은 객관적으로 가격도 합리적이고 맛있는 빵집이다. 이곳 출신의 제빵사들이 규모는 작을지언정 성심당보다 특색 있고 괜찮은 메뉴를 내놓지 못할 경우에는 시장에서 경쟁력이 없어 살아남기 어려울 것이다. 대전에는 성심당 본점뿐만 아니라 분점들도 있는데, 동네빵집이 별로면 그냥 믿을 수 있는 성심당이나 가까운 프랜차이즈 빵집에 가고 말지 굳이 별로인 곳에서 사 먹을 이유가 없을 것이다. 이 때문에 어느 정도 상향 평준화 된 맛을 유지하고 있다고 본다.



이러한 노잼도시 대전에서 나는 아이러니하게도 참 재미있게 살고 있다. 남들이 제 멋대로 규정해 버린 노잼도시에서 깨알같이 재미있게 사는 건 나름 기분 좋은 일이다. 그래서 대전에서 과연 어떤 것들을 할 수 있는지에 대해 연재해보려고 한다. 나는 맛있는 걸 먹는 걸 정말 좋아한다. 맛있는 걸 먹기 위해 하루를 열심히 보낸다고 해도 딱히 틀린 말도 아니다. 최소 다섯 번 이상, 실제로는 수도 없이 반복해서 들른 대전 맛집들을 소개해보려고 한다. 맛도 취향이기에 평가에는 개인차가 있겠지만, 적어도 내 입맛에는 하나의 거짓 없이 맛있게 느껴지고, 여러 번 방문한 집을 엄선할 것이다. 더불어 대전의 가볼 만한 곳 몇 군데도 소개를 할 예정이다.



내 글이 누군가에게는 대전여행의 작은 길잡이가 되길 기원하면서,

노잼도시 대전, 근데 딱히 재미있어지고 싶지는 않은 또 하나의 대전의 이야기를 재미있게 봐주셨으면 좋겠다.



낮 산책



밤 산책, 갑천변이 참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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