톡 쏘는 닭육수의 매력, 원미면옥
'냉면'
감히 내가 범접하기 어려울 정도로 마니아층이 많은 음식 중에 하나다. 나도 냉면을 좋아하지만, 세상에는 수많은 입맛들이 있기에 대전 최고의 냉면맛집이라는 표현을 쓰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요즘 최근 글이 잠시 뜸해졌었는데 그 이유가 글로 쓸만한 맛집을 스스로 검증하기 위함이라고 하면 누군가는 비웃을지 모르겠다. 하지만 이는 놀랍게도 사실이다. 누가 시키지도 않았고, 누가 볼지도 모르는 이 글에 스스로 당당하고 싶어서 그동안 여러 냉면집을 열심히 방문했다. 그 결과 내가 생각하는 대전 최고의 냉면 맛집 '원미면옥'을 소개한다. 대전 외 지역에서 먹어본 냉면 중에는 서울에 있는 '우래옥'을 가장 좋아한다. 하지만 누군가 남은 생에 단 한 곳의 냉면집에서만 냉면을 먹을 수 있다고 했을 때 어디 냉면을 먹을 것인지 묻는다면 나의 답은 '원미면옥'이다. 사실상 대전을 넘어, 내가 먹어본 냉면 중에 가장 매력 있다고 생각하는 곳이라 소개를 해보고자 한다.
각 지점에 모두 방문해 보았는데 사실상 맛의 차이는 거의 느껴지지 않았다. 방문하기 편한 곳으로 가시면 되지 않을까 싶다. 동구 옥천로에 본점이 있는데 각 지점의 맛의 차이는 몇 번 가봐도 뚜렷하게 발견하지는 못했다. 눈감고 블라인드 테스트를 하면 맞출 사람이 거의 없을 것 같은 정도이다. 항상 본점에는 줄이 더 많은 느낌이었는데, 수차례 방문해 본 결과 굳이 줄을 설 필요는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다.
냉면을 주문하면 따끈하고 진한 메밀육수를 함께 내어준다. 이 따끈한 육수는 시원한 냉면과 대비되어 여름에도 한잔 정도는 꼭 들이키게 된다. 어렸을 때 부모님께서 아이스크림과 같은 차가운 음식을 많이 먹으면 배탈 난다는 말을 종종 해주셨는데, 차가운 음식을 먹고 탈 나지 말라는 의미일까? 뭐 구수하고 맛있으니까 먹는 거겠지!
대전에는 잘 알려진 냉면맛집이 몇 군데 있다. 그중 원미면옥은 '닭육수 베이스'의 냉면이다. 냉면이 나왔을 때 면을 풀지 않고 국물을 한번 마셔본다. 짭조름한 닭육수가 혀끝을 감싸며 매력 있게 다가온다. 우리가 익숙하게 접하는 동치미 국물이나, 소 육수가 아니라서 조금 특이하다는 생각이 들 수도 있다. 하지만 나는 먹을 때마다 '와, 진짜 맛있다.'라는 생각만 반복한다. 익숙하지 않아서 정말 특별하게 맛있는 맛이다. 여기가 아니면 먹을 수 없는 그런 맛. 원미면옥의 특징이라면 내가 좋아하는 모든 맛집의 특징이기도 한데, 면이 너무 차갑지 않다. 얼음이 막 많이 들어있어서 이가 시리게 차가운 것이 아니고, 기분 좋게 적당히 시원하다는 점에서도 참 좋다.
면을 풀어서 육수에 흩트려 다음 한입을 먹어본다. 간간한 육수와 부드러운 메밀면이 잘 어우러져 쭉쭉 들어간다. 닭 고명의 양도 넉넉해서 냉면과 곁들여 먹기 서운하지 않다. 면을 한참 먹다가 파가 듬뿍 들어간 양념장을 더해서 먹어도 좋고, 양념장이 그리 짜지 않아 반찬처럼 곁들여 먹을 수도 있다. 반찬은 단 한 가지. 무와 고춧가루, 식초가 들어간 무침이 있는데, 이 무침도 지나치게 새콤하지 않아서 참 좋다. 냉면을 먹다가 반찬이 필요할 때 시지 않은 무 무침을 곁들여 먹으면 일품이다.
원미면옥의 냉면을 특별하게 하는 것은 닭육수뿐만 아니라 은근하게 떠다니는 냉면 속 고춧가루와 약간의 깨다. 냉면을 먹다가 고춧가루 부분을 씹게 되는 경우는 매콤한 감칠맛을, 깨를 씹을 때면 고소한 향이 팡하고 터져 나온다. 작은 고추가 맵다고 했던가. 전체 냉면 양에 비해 고춧가루나 깨는 소량 들어가지만, 그 작은 양의 고춧가루와 깨가 이렇게까지 자기 역할을 하면서 존재감을 발휘할 수 있다는 게 놀랍다는 생각이다.
머리 위를 강타하는 강한 햇살이 싫어서 여름을 싫어한다. 좋아하지 않는다고 에둘러 표현하기에는 정말 여름이 싫다! 이런 내 맘을 아는지 모르는지, 성실한 자연은 봄이 가면 기어이 여름을 가지고 온다. 6월, 날이 점점 무더워지고 있다. 여름이 싫다고 외치지만, 여름에 먹는 원미면옥은 너무 좋다. 찜통더위를 뚫고 냉면집에 방문해 선풍기 바람을 살짝 스치면서 들이키는 냉면 한 그릇의 짜릿함. 싫어하는 여름을 즐겁게 보낼 수 있는 나만의 방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