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년동 시장스시
당신이 대전에 방문했는데 스시를 먹고 싶다면, 조금 더 과장해서 대전에서 하루 한 끼만 먹어야 하는데 회 종류가 당긴다면, 만년동에 위치한 '시장스시'를 추천하고 싶다.
이 가게는 무조건 예약을 해야지 방문할 수 있다는 점에서, 즉흥적인 나에게는 접근이 쉽지 않은 식당이었다. 입소문을 통해 명성은 익히 들었지만, 특히 점심은 인기가 좋아 몇 번 예약을 시도했는데 거의 당일에 전화를 했어서 못 가고 있었다. 점심 특초밥은 28,000원, 저녁은 4만 원짜리 특상초밥만을 판매하는 곳이다. 가격만 들었을 때 초밥 한 끼에 4만 원이라니 조금 비싼 게 아니야?라는 생각을 잠깐 할 수도 있겠지만 직접 가보면 이런 생각은 쏙 들어가고 '가성비가 너무 좋다'라는 생각만 남게 된다. 난 결국 점심에는 가지 못하고, 방문과 포장 모두 저녁에만 가보게 됐다.
만년동 시장스시의 가장 큰 매력은 가성비와, 엄청나게 두꺼운 네타에 있다.
*네타 : 초밥 위에 올라가는 재료
*샤리 : 초밥의 밥
초밥을 하나 입안에 넣으면 입속 꽉 차게 신선한 생선살과 부드럽게 풀어지는 밥알을 느낄 수 있다. 비싼 오마카세에 갔을 때 기억을 떠올려보면 첫 입을 먹었을 때, 엄청 맛있긴 한데 이렇게 먹어가지고 배는 부르겠나? 싶은 감정을 느껴본 적이 있다. 하지만 여기는 다르다. 한 개만 먹어도 ‘와, 오늘 초밥 원 없이 먹겠구나!’라는 생각이 먼저 든다. 첫 입에서 느껴지는 심리적 만족감이 크다. 실제로 코스 끝까지 먹으면 정말 배부르다. 양이 적은 분들은 끝까지 완주하지 못할 수도 있을 정도로 네타가 크고 실하다. 회를 좋아하는 분들은 기본적으로 큰 만족감을 얻을 수 있는 식당이다. 재료를 이렇게 아끼지 않으니, 맛은 당연한 것이다.
위 사진은 동생이 찍어준 코스요리 사진이다. 아주 오래전부터 시장스시는 브런치에 올릴 대전 대표 맛집이라고 이야기를 자주 했더니, 이렇게 정성스럽게 사진을 편집해서 보내주었다. 딱 봐도 네타가 얼마나 실한지 알 수 있다. 투박하지만 내공 있는 초밥한입에 내 기분까지 올라간다!
위 사진은 일에 지쳐 정말 힘들었던 어느 날 퇴근길에 전화로 주문한 포장초밥이다. 그날은 '정말 맛있는 거라도 먹어야지 안 되겠다.'라고 생각한 날이었는데 그때 가장 먼저 떠오른 음식이 '시장스시'였다. 원래 당일예약은 거의 안되었던 것 같지만, 혹시 몰라 포장 문의를 드렸는데 이 날은 된다고 해서 나 혼자 얼마나 기뻤는지 모른다! 포장했을 때는 매장에서 먹을 때와 다르게 튀김이나 기타 사이드 메뉴는 없지만 초밥이 한두 개 더 들은 것 같았다. 맛은 역시나 말해 뭐 해, 최고였다! 투박하지만 두툼한 횟감에 한입한입 만족감을 주는 최고의 초밥이다. 초밥을 다 먹고 나니 회사에서의 피곤했던 생각들이 신기하게도 모두 날아갔다. 만족스러운 한 끼 덕분에 맛있게 먹었다는 기쁨과 만족감으로만 저녁을 가득 채울 수 있었다. 시장스시 최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