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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보배리 Jul 26. 2023

문화충격

2013.07.07

1. 옥수수수염차


시장에서 옥수수를 파시는 마담들께 차 끓여 마시게 옥수수수염 좀 달라고 했더니 마담들 입이 쩍 벌어지신다. 일파만파 일이 커져 반경 20m 이내의 마담, 부와나들에게 옥수수수염차 끓이는 방법 설명하는 판이 깔렸다.

“마담, 이 옥수수수염을 물에 넣고 끓여요. 끝!”

“이것만?”

“네!”

“설탕은?”

”뭐, 넣고 싶으면.”

“옥수수수염은 씻어서 넣어야 돼?”

“네! 맛있어요, 달아요! 한국에서 인기가 많아요.”

“에에에에엑! 케냐에선 이건 소나 주는 먹이야. 불쌍한 보배”

졸지에 소나 먹는 걸로 차 끓이는 가난한 이가 되어 버렸다.



2. 케일, 삶아요, 볶아요?


쑤꾸마 위키 봉지를 들고 동네 미장원에서 찔락대며 노닥거리다, 머리 하시던 아주머니들의 관심을 샀다.

“보배야, 너 이걸 먹니?”

“네!”

“어떻게 먹는 줄 아니?”

“네, 삶아서 밥 넣고 쌈 싸 먹어요.”

“어머나, 얘 좀 봐. 볶아 먹어야지!”

“삶아 먹어도 맛있어요.”

“에에에엑! 이걸 삶는다고? 그럼 이걸 우갈리랑 먹니?”

“아니요, 밥이랑요.”

“이 큰일 날 애를 봤나, 볶아서 우갈리랑 먹어야지!”


그러더니 요리법을 맛깔나게 소개하시기 시작하신다.

“시장에서 쑤꾸마 위키 채 친 걸 사!” (케일을 채칼로 가늘게 썰어서 팜)

“마담, 저 돈 없어서 그건 못 사요.”

“얼마 차이 안 나.”

“아하!”

“아무튼! 프라이팬에 기름 넣고 2분간 데워서, 양파 넣고, 노릇노릇 갈색이 될 때까지 볶다가, 토마토 송송 썰어 넣고 볶다가, 쑤꾸마 위키 넣고 볶아. 마늘도 넣으면 좋지.”

“아, 네, 저 그렇게 볶은 거 좋아해요.”

“근데 절대로 물을 넣으면 안 돼. 명심해!”


그러다가 옆 좌판 마담과 언쟁이 일었다

“아니, 이 사람이 뭘 모르네, 물은 당연히 넣어야지!”

“허 참, 내가 너보다는 요리 경력이 훨씬 위지!”

“워워, 두 분, 일단 저는 가서 요리해 먹을게요.”

“그래, 잘 가렴. 무조건 볶아 먹어야 돼! 토마토도 송송 넣고!”


케냐에서 우리 어머니가 생각나는 귀갓길.



3. 모자 모자


집에 돌아오는 길, 망고 파는 아주머니께서 모자도 뜨고 계시길래 퍼질러 앉아서 말을 걸었다.

“마담, 이거 모자 얼마예요? 크게 만들어 줄 수 있어요? 근데 이 빵은 뭐예요? 맛있겠다, 어라, 그런데 제가 현금이 다 떨어졌네요.”

“그냥 두 개만 줄 게.”(그러더니 6개 주심)


빵 먹으면서 목덜미를 뜨겁게 태우는 햇빛은 무시하고 본격적인 수다를 떨기 시작.

“마담, 한국말로 ‘모자’는 머리에 쓰는 게 모자예요!” (스와힐리어로 ‘모자’는 숫자 1을 뜻함.)

“아하하하, 뭐라고?”

“웃기죠? 여기 말로 모자는 뭐예요? “

“‘코피아’야. 모자 한 개는 ‘코피아 모자’지.”

“한국말로는 ‘모자 하나’에요.”

“모자 하나?” (발음 완벽하심.)

“네, 코피아 모자, 모자 하나. 섞으면 모자 모자.”

“에에에에! (옆 좌판 마담에게) 들었어? 모자가 모자래, 아하핫!”


단어 몇 개로도 웃음이 넘치는 따뜻한 오후다.



우갈리 (ugali): 옥수수를 가루를 뭉쳐서 만든 우리나라 백설기와 비슷한 케냐의 주식.

쑤꾸마 위키 (sukuma wiki): ‘케일’의 스와힐리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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