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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보배리 Jul 25. 2023

익숙한 색깔

2013.08.12

알 만한 사람들은 알겠지만, 전 아이들 집적거리는 것을 좋아합니다. 그것도 집요하게. 울리거나, 웃기거나. 며칠 전 카바넷 시장으로 가는 내리막길에서 한 아이를 발견, 신나는 마음으로 쫓아가서 (물론 축지법으로 소리 없이) 그 옆을 발맞춰 걸었죠. 이 아이, 한 십 미터를 같이 걸어가는 동안 눈치채지 못하더군요. 문득 눈을 돌려 옆을 봤는 데, 까만 손이 있어야 할 자리에 다소 하얀 손이 있으니 깜짝 놀라 나를 올려다 보고는, 경기를 하며 도망을 가더라고요. 덕분에 우리 뒤에서 걷던 마담들과 부와나들은 빵 터졌지요. 식겁한 아이에게 손을 내밀어 ‘잠게이’ 하니 제 손을 꼭 잡고는 또 부끄러워 엄마 다리 뒤에 숨더군요.


한국의 어느 거리를 걷다가 내게 익숙한 색이 아닌 검은손이 나왔을 때, 당신은 깜짝 놀라십니까, 도망가십니까, 빵 터지십니까, 식겁하십니까? 내민 손을 잡아 주십니까, 부끄러워 엄마 다리 뒤에 숨으십니까. 카바넷 한 학교에서 전교 1등을 한 아이가, 후원을 받아 한국의 한 대학으로 곧 유학을 떠납니다. 그 아이 손을 잡고 말했습니다.

“한국은 단일 민족 국가라서 외국인(사실 아프리카인, 동남아인들에게죠)에게 좀 적대적인 사람들이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어딜 가나 사회의 한 면만 보고 판단하면 안 된다. 이런 사람들이 있으면 저런 사람들도 있고, 너를 아프게 하는 사람들이 있으면 너를 사랑하는 마음 따뜻한 사람들도 있단다.”


단연코 말하건대, 저는 세상 어디를 돌아다녀도 한국인들만큼 심한 인종차별주의자 집단을 본 적이 없습니다. 아니라고 생각하시나요? 주변을 둘러보시기 바랍니다. 우리에게 익숙한 색이 아니라고 나쁜 색이라고 치부하지 말았으면 좋겠습니다. 우리의 역사가 아닌, 미국의, 유럽의 역사에서 나온 차별을 답습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우리의 영화가 아닌 할리우드의 영화를 보고 잘못된 편견을 가지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익숙하지 않아 깜짝 놀라 엄마 다리 뒤에 숨었지만, 결국은 웃으며 내손을 꼭 잡아주었던 이곳 카바넷의 아이처럼, 여러분들도 내민 손을 꼭 잡아주셨으면 좋겠습니다.


부탁드릴게요, 익숙하지 않더라도 따뜻한 웃음 지어주기를. 그래서 한국으로 떠나는 이 아이가 돌아왔을 때 한국인들은 너무나 따뜻하더라, 하고 모두에게 말할 수 있도록.



잠게이: ‘안녕하세요’의 칼렌진 부족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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