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연 후에 남는 공허함에 대한 단상
한 인연이 끝났을 때 유독 공허해질 때가 있다.
그만큼 진심이었다는 뜻일 것이다.
생각해보면 공허하다는 것은,
원래 없었던 게 아니라 무언가 나에게서 치열하게 있다가 사라졌다는 것이다. 누군가 준 걸 도로 가져간 것마냥 허탈하고 서글프다.
예전에는 그랬다. 뭔가가 가면 뭔가가 오겠지.
하지만 뭔가는 뭔가일 뿐.
공허감을 반대로 생각해본다.
내가 무언가로 꽉 차있을 땐 사실 빈 것이고,
비었다고 느낄 때가 꽉찬 것이라고.
내가 그릇이라면 주인공은 내용물이겠지만
비어야 사람들은 그릇에 집중한다.
그릇 그자신도 마찬가지고.
하지만 빈그릇으로만 있고 싶진 않다.
그릇은 쓰임새를 찾아 나선다. 내게 무엇을 담을까. 담았을 때 행복하면서, 내 고유의 모양도 지켜지길 바란다.
그게 무엇인진 누구도 가르쳐주지 못한다.
‘나는 과연 무얼 담기에 적당한 그릇인가’의 고민은 모든 그릇의 평생 숙제다.
만남 뒤의 빈 자리.
그 공허함이야말로 진짜 나를 마주할 기회다.
그 빈 공간을 온전히 최선을 다해 느껴야 한다.
비어있음으로 반사되는 그 빛이 내 속을 할퀴지 않도록. 찬바람이 아닌 온기가 깃들도록 빈 공간을 품어야 한다.
그래야 다시 무언가를 가득 안았을때
그모습 그대로 온건하고 반짝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