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길동에 대해 얼마나 알고 계신가요?
한국인하면 떠오르는 또다른 이름이자, 한국의 대표소설인 이 작품에 대해 얼마나 알고 계신가요? 대표적인 오해들 몇가지 소개드리고자 합니다
<홍길동전>을 둘러싼 사소한 오해들
1️⃣ 허균이 지은 최초의 한글소설이다
2️⃣ 홍길동의 가출 이유는 호부호형 때문이다
3️⃣ 홍길동은 영웅이다
지금의 30,40대들은 학창시절에 “<홍길동전>은 최초의 한글소설이며, 허균이 지었다”고 배웠을 것이다. 그러나 허균이 생전에 한글로 소설을 지었다는 증거는 어디에도 발견되지 않는다.
어째서 이런 말이 나온 걸까? 택당 이식의 문집의 한 구절 때문이다. 허균과 사제관계였던 그는 허균의 일생을 서술하며, “허균은 또 <홍길동전>을 지어 <수호전>에 비겼다(筠又作洪吉同傳以擬水滸)“고 남겼고 이 한줄이 지난 수십년간 최초의 한글소설로 소개된 유력한 증거가 되고 있다.
또한 허균이 워낙 풍운아적 일생을 살았고, 문벌 가문에 적통으로 태어났음에도 서자들과 어울리고, 그의 스승인 이달도 서자고, 혁명적인 내용의 산문도 많이 짓고 해서 홍길동전의 문제의식과 많이 닮긴 했다. 너무나 어울리는 작가인 건 맞다.
허균은 선조와 광해군 때 사람이지만, 그러나 지금 우리가 접하는 한글 소설 홍길동전에는 숙종 이후 활약한 도적 장길산 언급(장길산도 그랬듯 나도 집 나가겠다며 어머니께 고하는 부분), ‘불목하니’라는 직업 등장(이것도 숙종 후), 문체도 허균 시대라 보기에 통속적이다. 150-200년 차이 난다고 볼 수 있다.
:물론 호부호형 못하게 해서 서운한 건 있었고 아버지께 눈물로 호소하다 혼나기도 하고 아 정말 난 나가야겠다고 결심도 하지만, 결정적인 이유는 가족 내의 갈등과 길동을 살해하려다 실패한 미수 사건 때문이다. 이때 길동이 자객을 죽이므로 되려 살인을 저지르게 된다.
사실 아버지 홍판서는 첩이 홍길동 모친인 노비 춘섬만이 아니다. 기생 출신 초란 또한 첩이었고 그녀는 길동과 춘섬을 질투했다. 그러던 중 뛰어나지만 심적으로 방황하던 길동을 걱정하던 홍판서의 불안감에 본격적인 불을 지핀다. 무녀와 관상 잘보는 여자를 고용해 홍길동이 ‘역적의 상’이라 홍판서에게 흘리고, 그가 근심으로 병들자 ‘이게 다 길동 때문이다’라 여론 조성하여 자객을 고용해 죽이자고 부추긴다.
놀라운 건 이복형 인형과 홍판서의 부인은 길동과 그다지 대립적 관계가 아니었음에도, 초란의 계획을 허용한다는 것이다. ‘첫째는 상공(홍판서), 둘째는 가문, 셋째는 나라를 위해’ 그 살인을 허용한다고. 도리어 자객을 죽인 홍길동은 더이상은 못참겠다며 가출하게 된다.
가족이란 테두리로 묶인 이들, 때론 피를 나눈 가족이 주인공을 살해하는 공모자가 되는 건 충격적이다. 홍길동전의 뒤를 이었다고 평가되는 초기 국문 영웅소설인 소대성전, 계모와 적통 자녀들의 갈등을 본격적으로 보여준 장화홍련전이 그러한 면모를 잇고 있다. 이 소설들 또한 가문의 명예를 중시해서 자객을 보내 사위를 죽이려 하거나 전처의 딸이 죽는 걸 허용하는 친부가 등장한다.
영웅의 정의는 ‘지혜와 지능이 뛰어나 보통 사람 이상의 몫을 해내는 인물’이다. 그냥 뛰어나다고 본다면 홍길동은 영웅이 맞다. 아버지가 꿈에 청룡을 본 뒤 그날 잉태되었고, 자객이 오는 걸 주역 점을 쳐서 미리 알아내 처치하고, 천근 돌을 들어 옮겨 활빈당의 괴수가 된다. 이후에도 팔도를 쥐락펴락하며 전국의 관청과 임금을 농락하다 병조판서라는 직함을 하나 얻고 홀연 나라를 떠난다.
서러운 처지의 사람들이 이 이야기를 읽고 위안받는가? 그럴 수 있다. 그러나 가만 잘 돌아가는 나라 율도국을 빼앗아 왕을 죽이고 자기가 왕이 되는 건 어떤가. 그는 뛰어난 능력으로 또다른 침략자가 되었을 뿐이다.
우리가 영웅에게 기대하는 건 단순한 잘남과 한풀이가 아니다. 너의 능력으로 공동체에 보여줄 수 있는 게 무엇인가. 뛰어난 능력을 자기 욕망을 채우는 데에만 쓴다면 괴물의 다른 이름일 뿐이지 않을까.
+ 워낙 유명한 작품이라 사실 할말이 더 많은데 길어져서 이까지만 써야겠습니다. 전공에 대해 글을 쓴 것이 너무 오랜만이네요. 공부할수록 제 분야에 대해 가벼운 마음으로 쓰는 글이 점점 어려워지네요.
너무 흔한 소설이지만 원작을 다 읽은 사람들도 드물고, 여기 말하지 못한 재밌는 삽화들도 많은데 사람들이 잘 모르는 것이 안타까웠습니다.
<홍길동전>은 위에 소개드린 것처럼 꽤 핫한 논쟁 지점이 많습니다. 그가 정말로 영웅인가 하는 점에 대해서는 교육현장에서 학생들과 진지한 토론도 가능한 작품이고, 성인들에게도 많은 생각거리를 주는 작품입니다. 적서차별이 철저했던 조선과 지금의 현실 비교, 홍길동에 대한 부모와 나라의 대응방식, 홍길동의 선택에 대해서도요. 그게 과연 최선인가, 늘 묻게 되는 작품이었습니다.
한번쯤 원작을 접해 보시고, 그의 파란만장한 일생에 대해 생각해 보셨으면 합니다. 홍길동이 진정한 영웅이라 생각하시는지도 궁금하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