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의 행진”은 프로젝트 실패의 동의어입니다

죽음의 행진은 프로젝트 관리의 무덤

죽음의 행진에서 승리자는 없다, 오직 생존자만 있을 뿐.

프로젝트 관리 분야에서 "죽음의 행진(Death March)”이라는 용어가 있습니다. 이는 실패가 예견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무모하게 진행되는, 매우 어려운 상황에 처해있는 프로젝트를 뜻합니다. 이런 프로젝트는 대개 비현실적인 목표, 무리한 일정, 부족한 자원 등의 특징을 가지고 있습니다.

죽음의 행진이라는 용어는 미국의 소프트웨어 엔지니어이자 컨설턴트인 에드워드 유어든(Edward Yourdon)이 1997년 출간한 동명의 저서에서 처음 사용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유어든은 당시 소프트웨어 개발 업계에 만연했던 문제 프로젝트들을 죽음의 행진에 비유했습니다. 그는 이런 프로젝트들이 마치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군에 의해 강제로 이루어진 죽음의 행진처럼, 비인간적인 환경에서 진행되는 것에 주목했습니다.

여기서 죽음의 행진이란, 1942년 필리핀 바탄 반도에서 발생한 악명높은 역사적 사건을 가리킵니다. 당시 일본군은 미군과 필리핀군 전쟁 포로 약 7만 5천 명을 강제로 행진시켰는데, 이 과정에서 무자비한 폭행과 살인, 열악한 환경으로 인해 수많은 포로들이 목숨을 잃었습니다.

유어든은 이처럼 가혹한 환경에서 벌어진 비극적 사건을 소프트웨어 프로젝트에 비유한 것입니다. 그는 당시 많은 소프트웨어 프로젝트들이 비현실적인 일정과 부족한 자원, 무리한 요구사항 등으로 인해 개발자들을 극한의 환경으로 내모는 것에 문제의식을 느꼈습니다. 책이 출간된 지 27년이라는 시간이 흘렀지만, 죽음의 행진 프로젝트는 사라지지 않았으며 여전히 어디에나 존재하고 있습니다.

죽음의 행진 프로젝트의 특징

비현실적인 목표: 프로젝트의 목표가 처음부터 달성이 거의 불가능할 정도로 높게 설정됩니다.

자원 부족: 필요한 자원이나 인력이 충분히 제공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프로젝트를 완수해야 하는 상황에 놓여 있습니다.

과도한 시간 압박: 기한이 매우 촉박하여 정상적인 근무 시간을 훨씬 초과해 일해야 하는 상황에 놓여 있습니다.

과중한 업무 부담: 팀원들은 초과 근무로 인해 심각한 스트레스와 번아웃을 경험하게 됩니다.

낮은 성공 확률: 프로젝트의 성공 가능성이 처음부터 낮게 평가되어 있어 팀원들 사이에 회의적인 분위기가 조성되어 있으며, 프로젝트가 진행될수록 팀원들의 사기가 저하되고 이직률이 증가합니다. 프로젝트가 진행될수록 문제는 눈덩이처럼 커지고, 결국 프로젝트를 중단하거나 대폭 수정해야 하는 상황에 이르게 됩니다.

죽음의 행진 프로젝트가 발생하는 원인

계획 단계의 실패: 프로젝트의 범위, 일정, 예산, 자원 등이 정확히 예측하지 못한 채 계획이 수립되는 경우, 프로젝트가 진행되는 동안 많은 문제가 발생합니다. 계획의 실패가 결국 프로젝트의 실패로 이어집니다. 

고객이나 경영진의 무리한 요구: 고객이나 경영진의 기대치가 현실적이지 않거나, 프로젝트 중간에 요구사항을 변경하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이런 무리한 요구는 프로젝트 팀이 원래의 계획을 무시하고 추가 작업을 수행하도록 만들고, 이는 자원과 시간에 대한 압박을 증가시켜 프로젝트의 진행을 더욱 힘들게 만듭니다.

팀원 간의 의사소통 문제: 팀 내 의사소통이 원활하지 않을 경우, 중요한 정보의 전달이 누락되거나 오해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의사소통의 장애는 프로젝트의 효율성을 저하시키고, 오류가 누적되어 프로젝트의 진행에 심각한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프로젝트 매니저의 능력 부족: 프로젝트 매니저가 경험이 부족하거나 프로젝트 관리 기술이 미흡할 경우, 프로젝트의 전체적인 조율 능력이 부족하게 됩니다. 이는 프로젝트의 범위가 제대로 관리되지 않거나 일정과 자원 배분에 문제를 발생시켜, 프로젝트를 죽음의 행진으로 만들 수 있습니다.

대응 전략

죽음의 행진을 예방하려면, 무엇보다 프로젝트 초기 단계에서부터 철저한 계획 수립 및 리스크 관리가 필요합니다. 경영진, 고객, 프로젝트팀 간에 명확하고 현실적인 목표를 합의하고, 이를 달성하기 위한 자원과 일정을 확보해야 합니다. 또한 프로젝트 진행 중에도 지속적인 모니터링과 의사소통을 통해 문제를 조기에 발견하고 대응할 수 있어야 합니다.

하지만 이미 죽음의 행진으로 진입한 경우라면, 프로젝트의 방향성과 주요 내용을 재검토하는 과감한 의사결정이 필요할 수 있습니다. 범위를 축소하거나, 일정을 연장하거나, 추가 인력을 투입하는 등의 조치를 취해야 할 수도 있습니다. 때로는 프로젝트를 아예 중단하는 것이 최선의 선택일 수도 있습니다.

어떤 경우든 죽음의 행진 프로젝트는 조직에 큰 피해를 줄 수 있기에, 프로젝트 매니저는 이를 예방하고 극복하기 위해 노력해야 합니다. 체계적인 프로젝트 관리 방법론을 도입하고, 이해관계자들과 적극적으로 소통하며, 문제 발생 시 신속하고 투명하게 대응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오늘날 “죽음의 행진”이라는 말은 IT 분야뿐 아니라 건설, 제조, 서비스 등 다양한 산업에서 무리한 프로젝트를 경계하는 의미로 사용되고 있습니다. 죽음의 행진은 단순히 프로젝트 실패의 문제를 넘어, 팀원들의 인권과 건강, 삶의 질을 위협하는 심각한 문제로 인식되고 있습니다.

만일 여러분이 매우 힘든 조건 또는 생존이 거의 불가능한 환경에서 강제로 행군하고 있다면, 어떻게든 독하게 살아남든지 아니면 시급히 탈출하시기를 바랍니다.

* 커버 이미지는 DALL·E 3로 생성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