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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류한석 May 03. 2024

스프린트는 계획이며, 크런치는 패닉입니다

스프린트와 크런치의 차이

미디어로부터 한 번 주목받은 적이 있는 스타트업이 있었습니다. 그들은 신규 서비스 출시를 앞두고 있었는데, 개발팀은 경영진으로부터 막대한 기대와 압박을 받고 있었습니다.

출시 날짜가 다가오자, 경영진은 프로젝트 매니저를 불러 팀원들의 초과 근무를 강요했습니다. 야근과 주말 근무가 잦아지자, 팀원들의 스트레스는 극에 달했습니다. 서두르다 보니 버그와 문제점이 잇따라 발생했고, 개발자들이 비몽사몽 상태로 일하면서 코드 품질도 계속 나빠졌습니다. 결국 일정에 쫓겨 불안정한 상태로 서비스를 출시하게 되었습니다.

서비스가 공개되자 이용자들의 항의가 쏟아졌습니다. 너무나 많은 버그와 오류 때문에 신뢰도는 땅에 떨어졌습니다. 팀원들은 지쳐갔고, 이런 환경 속에서 우수한 인력들도 하나둘 회사를 떠났습니다.

결과적으로 서비스는 실패하여 몇 개월 만에 종료됐고, 얼마 뒤 회사는 문을 닫게 되었습니다. 모든 노력과 땀방울이 허사로 돌아가고 말았습니다.


이 이야기는 “크런치(Crunch)”로 인한 나쁜 결말을 보여줍니다. 크런치는 프로젝트 마감일이 다가올 때 팀원들이 정상적인 근무 시간을 훨씬 초과하면서 작업을 해야 하는 상황을 뜻합니다. 영단어 Crunch는 바사삭(단단한 것이 으스러질 때 나는 소리)의 의미로 흔히 쓰이지만, 긴급 사태나 위기라는 뜻도 있습니다.


크런치는 보통 게임 개발이나 소프트웨어 개발 분야에서 사용되는 용어인데, 1) 비상 상황, 2) 과도한 초과 근무, 3) 높은 스트레스와 번아웃 유발이라는 3가지 주된 특징을 갖고 있습니다.


크런치와 얼핏 유사하게 보일 수 있지만, 실제로는 목적과 운영 방식에서 큰 차이가 있는 것이 바로 "스프린트(Sprint)"입니다.


프로젝트 관리 분야에서 스프린트는 프로젝트 팀이 구체적인 결과물을 달성하기 위해 집중하는 짧은 기간을 말합니다. 스프린트는 일반적으로 1주에서 4주 사이의 기간으로 설정되며, 그 기간 팀은 계획된 작업을 완료하여 프로젝트의 진행 상황을 빠르게 확인하고 조정하게 됩니다.


스프린트란 본래 육상 달리기 종목 중 단거리 경주를 의미합니다. 100m, 200m 등 단거리 경주에서 선수들은 힘껏 달리고 전력을 다해 짧은 시간 동안 최고의 성과를 내야 합니다. 팀이 짧은 기간 동안 목표를 향해 집중적으로 달려 나가는 게 단거리 경주와 유사하다는 뜻에서 붙여진 명칭입니다.


스프린트는 몇 가지 주요 단계로 구성됩니다. 가장 먼저 진행할 단계는 스프린트 계획 회의로, 다가오는 스프린트 기간에 수행할 작업을 정하고, 각 작업에 필요한 시간을 추정합니다. 이 과정에서 프로젝트 팀은 프로젝트의 우선순위를 결정하고, 스프린트 목표를 명확히 설정합니다.


스프린트가 시작되면, 팀원들은 계획된 작업을 수행하기 시작합니다. 이 과정에서 일일 회의를 통해 진행 상황을 공유하고, 문제가 발생할 경우 즉시 해결책을 모색합니다. 일일 회의는 각 팀원이 그날의 계획과 전날의 성과, 겪고 있는 어려움을 공유하는 짧고 간결한 회의로, 보통 15분 이내로 제한됩니다.


마지막 단계는 스프린트 리뷰 및 회고입니다. 스프린트가 끝나면 프로젝트 이해관계자들과 함께 스프린트 리뷰 회의를 엽니다. 이때 완성된 작업을 보여주고 피드백을 받습니다. 스프린트 회고는 팀이 스프린트 동안의 과정을 돌아보고 배운 점과 보완할 점을 논의하는 내부 회의로, 팀의 작업 방식을 개선하기 위한 것입니다.


스프린트는 프로젝트 관리에 있어 여러 이점을 제공합니다.

동기부여 강화: 짧은 기간 동안 명확한 목표에 집중함으로써 팀의 동기부여가 강화됩니다.

빠른 피드백 및 적응성: 짧은 주기로 제품을 반복적으로 개발하여 빠른 피드백을 받고 변화에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습니다.

투명성 및 가시성 향상: 일일 회의, 스프린트 리뷰 등을 통해 프로젝트 진행 상황에 대한 투명성과 가시성이 높아집니다.

리스크 감소: 점진적이고 반복적인 개발을 통해 프로젝트의 리스크가 줄어들 수 있습니다.

지속적인 개선: 스프린트 회고를 통해 프로세스와 제품을 지속적으로 개선할 수 있습니다.


스프린트와 크런치의 차이는?


스프린트는 명확한 계획과 목표를 가지고 시작됩니다. 스프린트는 반복적으로 수행되며, 각 스프린트의 결과는 다음 스프린트의 계획에 영향을 미칩니다.


즉, 스프린트는 계획된 주기로 반복하면서 지속 가능한 작업 속도를 유지하는 반면에, 크런치는 비계획적이고 비효율적이며 임시방편적인 초과 근무를 통해 작업을 마무리하려는 비지속적인 방식입니다. 빈번한 크런치는 번아웃을 유발하고(돌연사 가능성도 증가함), 이직률을 높이며, 결국 조직 문화에 해를 끼칠 수 있습니다.


스프린트는 불가피한 상황에서 어쩔 수 없이 하는 게 아니라, 더 나은 개발을 위한 하나의 방법론으로, 집중력을 높여 높은 생산성과 탁월한 결과물을 얻을 수 있도록 도와줍니다. 물론 스프린트를 성공적으로 수행하려면, 계획의 현실성, 팀원 간의 소통 강화, 지속적인 피드백 수집 및 반영이 동반되어야 합니다.


따라서 스프린트를 계획할 때는 반드시 팀의 실제 역량을 고려하여 과하지 않은 범위 내에서 진행해야 하며, 이를 판단하고 운영하는 리더의 역량이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요소라 할 수 있겠습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현실에서는, 스프린트라고 주장하면서 실제로는 비현실적인 기대와 불충분한 자원, 지속적인 압박으로 점철된 "스프린트를 빙자한 크런치"를 하는 리더들이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방법론이 아무리 좋아도 사람의 악의나 어리석음을 이길 수는 없는 법이죠.


스프린트는 체계적인 추진력으로 목표에 도달합니다.
크런치는 혼란스러운 절박함으로 목표를 파괴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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