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동중독

얼마나 팔팔하게 오래사는지 두고보자

by 이은경

남편은 운동중독이다.

운동중독이라는 단어가 실제하는지 모르겠는데, 하이간 그 말이 딱 맞다. 게임중독이나 야동중독처럼 운동중독도 말이 된다고 본다.


밀라노의 숙소 한 구석에서 아침부터 또 팔굽혀펴기가 시작된다. 그 옆에 앉아 글을 쓰고 있는 나는 그럼 글쓰기중독인가는 잘 모르겠지만 어쨌든 저 사람은 운동중독이 확실하다. 저렴한 숙소들을 다니고 있는 탓에 거구의 사람 하나가 저렇게 자리를 차지하고 있으면 다른 가족들은 힘들어진다. 온갖 가구를 본인 운동 공간을 위해 재배치해놓은 바람에 체크아웃때는 남들보다 시간이 두 배는 걸린다. 하루를 썼다고는 믿을 수 없게 방을 엉망으로 만들어놨다가 다시 제대로 돌릴라니 그 시간도 제법 걸린다.


운동중독의 증상은 다른 중독들과 다를바 없다. 시작은 나쁘지 않았다. 건강하고 활기찬 일상을 위한 매일의 운동. 안해서 탈이지 하면 얼마나 좋은가. 그런데 내가 그닥 탐탐치 않아 하는건 중독자들의 특징인 금단현상 때문이다. 운동을 며칠만 못해도 투덜투덜이다.


'땀 좀 빼면 참 좋겠는데'

'운동을 못해서 몸이 찌뿌둥하다'

이런 말들을 오며가며 수시로 한다. 물론 나도 이젠 내공이 쌓여 이런 종류의 말들은 들은체도 안하지만 혼잣말이라도 해야 속이 시원한지 끊임이 없다.


그러다 마침내 원하던대로 '땀을 쪼옥' 빼고 오면 세상에 그렇게 환한 표정일 수가 없다. 상쾌하고 개운하고 얼마나 기분이 좋은지 끊임없이 조잘거린다. 남편이 기분좋아 말수가 많아지는 때는 많지 않은데, 운동 후와 본인 옷 쇼핑 후이다. (쇼핑중독에 대해는 또 할 말이 많아 다시 글을 쓸 계획이 있다.)


매일 퇴근후 세 시간씩 배드민턴을 치고, 주말 아침이면 등산이나 달리기를 하고, 운동을 못 나간 날이면 거실을 차지하고 각종 근력 운동으로 운동중독자의 자세를 잃지 않는다. 그런 사람이 여행와서 맘껏 운동을 못하고 있으니 숙소를 차지하고 땀빼고 있는 것 정도는 못본체해주는게 가족이다. 연인이었다면 그 모습이 멋져 보였을까 혹시.


열심히 운동하여 배 안나오고 아픈데 없어 병원비 안 쓰는 건강한 사람. 다음 여정을 위해 바쁘게 캐리어 꾸리는 내 옆에서 헉헉거리는 남편이지만 예쁘게 봐줘야겠다. 이 사람 아니면 난 또 누굴 구박하며 살겠노.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