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도날드

유럽여행의 가장 든든한 동반자

by 이은경


가끔씩 들르긴 했었지만 그 때마다 썩 개운한 기분은 아니었다. 아이들에게 패스트푸드를 사먹인다는 엄마로서의 죄책감과 다이어트에 조금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미움. 맥도날드에 들르는 일은 한 달에 한 번도 채 되지 않았다.

그러던 중 맥도날드 햄버거를 먹고 신장병에 걸린 아이의 기사를 접했고 그 후로는 아예 발을 뚝 끊었었다. 나는야 가족의 건강을 최우선으로 걱정하는 대한민국 엄마니까. 아이들을 건강하고 예쁘게 키워내야하는 의무감에 가득차있는 열혈엄마니까.


그랬던 나인데.

이 먼 땅에서 맥도날드만큼 위로를 주는 공간이 또 있을까. 메뉴가 만만하고, 가격도 만만하고, 에어컨도 나오며, 오래 앉아있어도 눈치주는 이가 없다. 돌아보면 어디나 눈에 띄어 주고, 한국엔 있는지 모르겠지만 주문기계가 따로 있어 말 안통하는 직원과의 실랑이를 할 필요도 없다.


덥고 지칠 때면 기다렸다는 듯 주변에 맥도날드가 눈에 들어오고 우리 넷은 홀린 듯 그 곳을 향한다. 선데 아이스크림도 있고 맥플러리도 있다. 출출하다면 버거를 먹어도 되고, 버거를 시키면 감자튀김과 콜라도 나온다. 아이들은 신나서 먹고, 깃발들고 앞장선 나는 식당 선정에 고심하지 않아도 되어 한숨 돌린다.


아빠엄마가 한숨 돌릴 시간을 주려는 세심한 배려일까. 밀라노역에서 기차를 기다리는 동안 들렀던 맥도날드에는 공용태블릿이 있었고, 무려 앵그리버드 게임이 깔려 있었다. 아이들을 이 곳에 앉혀두고 잠시 남편과의 콜라데이트를 즐겼다.


또 하나 은혜로운 일은, 물론 이탈리아 어디를 봐도 다 미남미녀들이긴 했지만 다른 어느 지점과는 다르게 굉장한 미남 아저씨가 주문을 받고 음식을 내어 주고 있었다. 한 마디 더 나누고 싶어서 굳이 물 한 병을 맥도날드에서 샀다. 슈퍼에서 1유로면 사는 것을 굳이 1.2유로에 이 분께 구입했다. 돈아까운 줄 모르겠더라.


용기가 부족해 더 가까이서 크게 못 찍었다. 파리의 맥도날드는 갔던 모든 지점에 흑인직원들뿐이었다. 흑인들의 삶의 고단함이 은근히 느껴져 괜히 백인들이 미워보이고 같이 차별당하는 입장으로 안쓰러운 마음도 들었었다. 그런데 이렇게 아름다운 맥도날드라니. 웃음을 머금은 백인 이태리 남자에게 물 한 병을 받아 나오는데 나도 계속 실실거린다.


오늘로 여행이 딱 절반이다. 이제는 남은 날이 더 적어지는 날들의 연속이 될거다. 우리는 앞으로 얼마나 더 많은 맥도날드에서 다양한 종류의 맥플러리를 먹게 될까.


가격을 가늠할 수 없어 쉽게 들어가보지 못하는 카리스마 넘치는 레스토랑보다는 만만한 표정으로 당당히 주문해 먹을 수 있는 맥도날드가 있어 참 다행이다. 덥다고 힘들다고 배고프다고 징징하는 아이들을 달랠 수 있는 쉼터가 있어 정말 고맙다.


여러 나라의 맥도날드를 경험하고 돌아가는 뜻깊은 여행이었노라고 회고하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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