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좋은 기억만 남기기로 할까요
후기가 궁금해진건 두 가지 이유에서였다.
내가 관심있어 하는 숙소의 후기가 궁금했다. 구체적이고 도움이 될 만한 후기는 스크롤을 몇 번씩 내려야 만날 수 있었다. 위치가 좋다는 것 말고, 조금 더 그 숙소를 짐작할 수 있을만한 후기가 필요했다. 할아버지 스태프들이 친절했다던가, 조식이 끝난 후에도 스낵바가 하루종일 운영해준다던가, 조식이 훌륭한 편이라던가, 주차 시설은 편치 않다던가.
예약을 위한 숙소 검색을 위해서는 좀 더 예리하고 구체적인 흠을 지적해주고 있는 후기가 필요했다. 숙소의 사진만으로는 평점만으로는 결제 버튼을 누를 용기가 나지 않는다. 하루이틀도 아니고 일이십만원도 아닌데, 번듯해 보이는 사진과 광고 문장들만으로 결정할 수는 없지 않은가.
매의 눈으로 도움될만한 후기들만 추려서 숙소를 선택해내지만 실제로 그 곳에 도착해보면 당황스러울 때도 있다. 생각보다 가격보다 훨씬 더 훌륭하기도 하고 그 반대이기도. 결국 후기 역시 백프로 믿어선 안되는 것이었지만, 후기 아니면 또 누굴 믿으랴. 후기를 살필 필요없이 모두에게 검증된 훌륭한 숙소는 내가 원하는 가격에 맞지 않으니 나는 내가 믿고 싶고 읽고 싶은 후기들이 있는 숙소로 슬그머니 마음을 기울여본다.
진짜 내가 궁금해하는 후기는 따로 있다. 내 숙소에 대한 다른 이들의 후기다.
우리 언니는 에어비앤비 숙소를 세 개나 운영하고 있는 호스트이다. 멋지다.
주로 동남아시아 관광객들이 서울 관광할 때 묵으러 오는 홍대입구에 있는 숙소다. 에어비앤비 숙소 특징상 실시간 답변이 예약확정에 영향을 많이 미치기 때문에 언니 혼자 운영하는데 어려움이 있어 나를 공동호스트로 등록해놓고 언니가 바쁜 시간, 대신 답장을 보내는 일들을 내가 한다. 덕분에 영어 작문 실력이 늘긴 했다. 문법이 안 맞는데 대화는 막 통한다.
어쨌든. 숙소를 찾았던 게스트들이 떠나고 나면 그들이 작성한 후기를 볼 수 있다. 후기가 작성되었다는 알림이 오면 서늘한 떨림이 온다. 두근거린다. 초짜 호스트의 한계다. 뭐라고 적어주었을지, 혹시나 나쁜 내용이 포함되어 있지는 않을지 떨리는 마음으로 읽어내려간다.
휴우...
착하고 예쁜 동남아의 아가씨들은 후기도 참말로 예쁘게 잘 적어놓는다. 뭐 그렇게 잘 해준 것도 없는데 따뜻한 호스트 덕분에 감사하다고 땡큐 연발이다. 다음에 다시 와도 꼭 이 숙소를 찾을 거라며 언니와 나를 미소짓게 만든다. 이렇게 고마운 일이 없다. 에어비앤비 숙소를 찾을 때에도 후기의 영향력은 절대적이기에 인기있는 숙소가 되기 위해서는 무조건 필요하다.
훈훈한 후기가.
호스트가 되기 전엔 어떤 숙소에 묵었다고 해서 후기를 남겨본 적이 한 번도 없었다. 그런건 누가 하는지 궁금할 정도였다. 도대체 후기는 귀찮게 뭐하러 남기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호스트 생활을 경험하고 첫 여행이다. 모두 다섯 군데의 숙소에 머물렀고 앞으로 한 군데 더 남았다. 진심으로 고마웠던 숙소에 마음을 담은 후기를 남기련다. 밤 12시가 넘은 시간에도 웃으면서 기차역에 나와주었던 숙소 주인 아저씨도 기억나고, 수건이 모자랄까봐 일부러 더 가져다주던 직원도 고마웠다. 그들이 고마웠음을 꼭 후기로 남길거다.
좋기만 했던 숙소는 한 군데도 없었지만, 좋은 점도 많았던 숙소들이었다. 나는 구체적으로 고마웠던 점들과 좋았던 시설들을 하나하나 짚어가며 정성껏 후기를 남길거다. 아쉬웠던 점들도 있었다고 쓰겠지만 그래도 나는 이 숙소의 이런 점은 참 좋았다고, 주인의 이런 모습은 보기 좋았다고 꼭 그렇게 후기를 남길거다.
나중에 내가 묵었던 숙소의 주인들이 내가 열심히 적은 후기를 눌러보며 미소지었음 좋겠다. 아마 그럴 것 같다. 그렇게 되도록 적을란다.
앗. 그렇게 적으려면 한국어로 적으면 안되는구나. 갑자기 귀찮아진다. 후.기.작.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