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줌마는 항상 마트가 궁금하다
아줌마는 마트에 간다. 늘 간다.
아줌마는 여행 중에도 마트에 간다. 틈나는대로 가서 또 뭐 건질거 없나 살핀다.
모든 아줌마가 그런건 아니긴 하지만.
해외여행 중에 만나는 거리, 사람들, 건축물 , 박물관, 미술관.. 눈앞에 쏟아진 볼거리들이 너무도 많아 어떤 걸 더 열심히 봐야할지 어떤 건 그냥 지나쳐버릴지를 고민해야할 정도다. 눈이 호사스럽다는게 이 곳 유럽의 여행을 와보니 어떤 건지 제대로 알겠다. 고개만 돌리면 또 막 나타난다. 사진을 아무리 찍어도 더 찍고 싶어진다. 하루에 찍는 사진이 2,3백장도 넘는 것 같다.
그 바쁜 중에 매일 들르는 곳이 있으니 바로 마트다. 가야되서 가는데, 무지 재밌다.
처음 파리에 도착해서는 마트에 갈 생각을 못했다. 지나다가 물 한 병 사러 잠시 들어갔는데, 관광지에서 파는 물 한 병과 가격 차이가 너무 심하게 나니 눈이 번쩍 띄였다. 이거다. 물값을 줄여야겠다. 생수 큰 거 한 병이 오히려 작은 거보다 저렴했고, 이건 관광지 작은 가게에서보다 무려 다섯배 심할 땐 열 배나 저렴했다. 우리는 열심히 물을 숙소로 사다 날랐고, 그 물을 작은 물병에 채워 가방에 넣는 것으로 하루 일정을 준비했다. 역시 빈대가족이다.
그렇게 마트에 눈을 떴는데, 다른 나라의 마트라는게 생각 이상의 매력 덩어리였다.
이 나라 사람들이 어떤 음식을 즐겨 먹고, 마트에서 어떤 것들을 구할 수 있는지 한국에서는 볼 수 없었던 과일, 빵, 와인, 치즈, 햄, 샌드위치 종류들을 보다 보면 시간가는 줄을 모르겠다. 아줌마 본능이다.
이탈리아에는 아주 작은 마트라도 대형와인코너가 있다. 비싼 것들도 있지만 어떤 것들은 한 병에 2천원도 한다. 오메. 와인맛을 모르는 사람이라 선뜻 한 병 사진 않았지만 즐기는 사람이었다면 이탈리아는 와인만으로도 만족도가 높아질 것 같다.
물 한 병으로 시작한 마트 이용이 점점 그 품목이 다양해지기 시작했다. 취사가 가능한 숙소에서는 소고기를 사다가 구워먹었고, 우유와 과일은 항상 사다놓고 수시로 먹는다. 베스트 아이템은 생수인데, 페트병으로 쟁여놓고 원없이 먹고 지낸다. 유럽의 여름은 생각보다 많이 건조하고 더워서, 수시고 물을 먹지 않으면 이내 지친다. 여행 초반, 넷이 함께 먹어대는 물값이 부담스러워 목말라도 찔끔 마시고 말았는데 그럴 일이 아니었던거다.
특히 이탈리아는 지중해성 기후 덕분에 사과와 복숭아, 바나나가 저렴하고 달다. 다이소에서 사온 천원짜리 휴대용 칼로 슥슥 잘라 온 가족이 나누어 먹는데, 가족에게 최상의 비타민을 공급했다는 엄마로서의 긍지가 느껴진다. 사과 한 조각에 긍지는 무슨. 흐흐.
가격표가 디지털로 되어 있는 점도 보기 좋다. 때마다 가격을 인쇄하거나 적어서 붙일 필요없이 편하게 가격을 조정하면 되니, 마트 직원 일이 많이 줄었겠다. 별 걱정을 다 한다.
동네 마트에 가게 될거라고 생각도 못하고 시작한 여행이었는데, 마트 없이는 하루도 생활이 안되는 날들이다. 여행객이 아니고, 스쳐가는 사람이 아니고 그 도시에 사는 느낌을 내보고 싶었나보다. 그 도시인인척 하고 싶었나보다.
카트를 끌며 이것저것 가격 비교를 해가며 물건을 담는 내 모습이 현지 생활 3년차의 교민 느낌이 나는 것 같은 착각에 마트 놀이가 진심으로 재미지다.
이제 다시 외국의 어느 도시를 가게 되더라도 열심히 마트부터 뒤지게 될 것 같다.
여행 마지막날이다.
돌아가면 만나게 될 반가운 이들을 위한 선물 몇 가지를 사기 위해 오후엔 또 마트에 갈거다. 이래저래 참 좋은 곳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