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유항공

경유하고 싶어서 했던건 아니었지만!

by 이은경

IN-OUT 도시를 정하고, 여행 날짜를 확정하고 난 후 본격적으로 항공권 구하기에 돌입한게 2월말쯤이었다. 여기저기 능력자들이 80만원에 구했다는 자랑을 하고 있었지만 나는 그런 능력이 없었다. 조금이라도 저렴한 걸 끝까지 찾아내는 능력은 아쉽게도 내겐 없었다.


수소문을 하여 <KAYAK>이라는 신통한 앱을 알게 되었고 하루에도 몇 번씩 도시이름과 날짜를 넣어보며 가격을 검색했다. 그렇게 며칠, 일주, 이주가 지나는 중이었고, 조금이라도 저렴한 티켓은 다음날엔 사라지고 없었다. 이 쯤에서 결단을 내려야겠다는 느낌이 강하게 들 때쯤 요놈, Qatar 항공이 눈에 들어왔다.

카타르가 어디쯤 어떤 모습으로 위치한 나라인지 나는 모른다. 그 곳을 경유해 여행을 마치고 온 지금도 모르고 있다. 그건 아무 의미없는 정보였다. 필요한 정보는 가격과 경유 시간. 두 가지였다. 둘 다 마음에 들었다. 카타르라는 나라 이름이 너무 낯설다는거 말고는 두 조건을 모두 만족시켰다. 에라, 모르겠다. 네 식구 400만원에 결제 버튼을 눌렀고 3개월 할부로 완료까지.


직항이, 국적기가 좋은거 안다. 타고 싶다. 탈 수 있으면. 출발만 하면 목적지에 데려다주는 친절한 직항을 타고 싶고, 치킨과 오믈렛 중 하나가 아닌 비빔밥 먹고 싶었다. 가난한 여행을 하기로 결심한 이상 직항은 한 번도 염두에 두지 않았다. 조금 더 좋은 조건에 경유할 수 있기만을 바랬다. 그러면서도 돈 얼마 때문에 어린 것들 데리고 꼭두새벽인 시간에 듣도보도 못한 나라의 공항에서 대기해야한다는게 서글펐다.


반전이 일어났다. 우리는 카타르를 좋아하게 되었다. 또 가도 카타르 항공을 이용하고 싶어졌고, 카타르 공항에 들르고 싶어졌다. 오며가며 경유를 위해 카타르의 수도인 도하에 머문 시간은 모두 합쳐 여섯 시간 남짓. 이 나라는 석유 부자라는 한 가지 정보뿐이었고, 긴 비행으로 모두 지쳐있었다. 그런 우리는 카타르 공항의 삐까번쩍한 시설과 화려한 볼거리들에 기운이 솟았다.


공항 전체가 방금 지은 것처럼 도금을 한 것처럼 반짝였고, 공항 어디에도 작은 먼지 하나 없이 윤이 났다. 고급 호텔에 들어온 것처럼 깨끗하고 편리하며 화려한 시설들이 촌스러운 우리들의 눈과 몸을 즐겁게 해주었다. 카타르가 좋아져 버렸다. 별거 아닌 이유지만 좋아진 건 확실했다.

경유의 피곤함은 편안한 공항 안의 각종 의자들로 달랬고, 비행 후의 입안의 찝찝함은 깨끗한 화장실에서의 상쾌한 양치질로 잊었다. 대단한 규모의 공항이었지만 속도 좋은 이동용 에스컬레이터로 재미있게 이동했고, 중동 느낌 가득한 볼거리들의 상점 구경에 눈이 돌아갔다.


경유를 한다는 건 단순히 비행기를 한 번 갈아탄다는 의미만이 아님을 알았다. 새로운 한 나라의 문화와 느낌을 아주 짧게나마 느끼고 경험해보는 시간이었다. 그런 의미에서 카타르 항공은 직항 부럽지 않은 만족스러운 선택이었다.

먼 곳으로의 여행을 또 가게 된다면 다른 도시를 경유하는 항공권을 기웃거려볼 셈이다. 비록 비행 시간만 15시간에 경유 시간까지 포함해 꼬박 18시간이 걸려 목적지에 도착하는 수고를 감당해야 했지만! 다시 선택해도 경유항공일 것 같다.

아주 커다랗고 화려한 백화점 쇼핑을 마치고 사뿐히 다음 비행을 위해 발을 옮겼다. 가는 곳마다 친절했고 이 부자 나라가 넘치도록 많은 고용을 창출해준 덕분에 공항 어디나 청소중인 직원들로 가득했다.


저렴한 티켓을 위해 경유를 하고자 마음먹었다면, 비행기 티켓 검색 앱을 열심히 돌려보고 있는 중이라면 Qatar 항공을 눈여겨 보시라. 강.력.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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