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줌마도

아줌마도 예쁘고 싶다.

by 이은경



아줌마가 되면 다 포기하고 사는 건줄 알았다. 더 이상 어떤 욕심이 안 생기는 건줄 알았다. 그래서 그렇게 자연스럽게 많은 것들을 적당히 포기하고 여자가 아닌 내가 아닌 <아줌마>로 살아가고 늙어가는 줄 알았다. 아줌마가 되어보면 당연히 이해되는 건줄만 알았다.


실제로 되어본 <아줌마>는 예상과 대단히 달랐다. 나만 그런가 싶어서 아줌마들의 모임인 각종 맘들의 까페에 글을 가만 읽어보면 나의 이런 증상들은 지극히 평범하다.


아닐 줄 알았는데 여전히 그래서 놀랬던 아줌마의 증상들 몇 가지. 난 아닌데? 라며 발빼지 마세요. 함께 해주세요. 솔직하게.


1. 여전히 예쁘고 싶다.

2. 완전 날씬하고 싶다.

3. 어떤 옷을 입을지 고민이 끝없다..

4. 여전히 어려보이고 싶고 더불어 세련되 보이고도 싶다.

5. 잘 나온 사진 한 장에 기분이 최고다.

(하지만 이럴 확률이 100분의 1 정도로 줄어들었다.)

.6. 예쁜 여자를 보면 부럽다.

7. 예쁘다는 말과 살빠졌다는 말을 들으면 기분이 참 좋다.

8. 예쁜 곳에 다니고 싶다.

9. 여행다닐 땐 아줌마도 멋부리고 싶다.


놀이터에 입고 나갈 옷이 변변치 않다는 하소연에, 어느 날 거울 속 얼굴에서 주름을 발견하고 우울했다는 사연, 임신 때 찐 살이 몇 년째 꿈쩍을 안한다는 레파토리, 아가씨 때 44 사이즈 입었었다는 안타까운 이야기까지. 우리는 모두 이런 사연의 주인공이기에 아줌마는 수다로 하나가 된다.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 겪지 않은 사람은 없다. 안 겪은 척, 덜 겪은 척하는 사람은 간혹 있지만 이런 경우 동네에 친구가 별로 없다.


아줌마가 되고 보니 여행 사진이 변변치 않아 속상하다. 아이들을 챙기면서도 중요한 물품들을 휴대할 수 있도록 배낭을 메고 다녔다. 배낭이 어색해지는 것을 막기 위해 반바지에 티셔츠, 운동화를 입고 다녔을 뿐인데.. 그게 참 후회가 된다. 사진들을 다시 보니 맨날 티에 반바지다. 나도 아가씨들처럼 시원하고 우아해보이는 맥시원피스에 창이 넓은 모자, 발가락마저 예뻐보이는 샌들, 한 쪽 어깨에 야리하게 걸쳐진 핸드백이 있었다면 야심차게 떠난 여행에서 더 예쁜 사진들을 남겨올 수 있었을텐데.


아이들 예쁜 사진 많이 찍어서 참 좋았다. 그거면 만족스러울 줄 알았다. 아이들 바람막이 챙기고, 긴바지, 반바지 챙기느라 마지막에 후다닥 싸들고 간 내 옷들이 막상 여행지에서는 밋밋하고 놀이터에서 입던 옷 그대로라는게 아쉬울 줄이야. 아줌마라면 아이들 예쁜 사진으로만 만족할 수 있을 줄 알았는데 아니었구나.



다들 그랬다.

우리처럼 아이들과 함께 온 가족들은 엄마들 패션이 찍어낸 듯 비슷했다. 색의 차이만 있을 뿐 다들 엄마는 반팔티에 반바지, 운동화였다. 나는 그 집 엄마도 그 패션을 좋아해서 선택한 건 아니라는 것과 지금 당장이라도 자유 시간이 주어진다면 예쁜 원피스를 사서 갈아입고 싶은 마음이라는 걸 안다. 그리고는 신혼여행 때처럼 오직 나만 돋보이는 사진 몇 장쯤은 남기고 싶은 마음이 사실은 있다는 것도 안다.


아닌 척, 괜찮은 척, 그저 아이들 모습에 끝없이 사진을 찍어대는 엄마들을 응원한다. 셀카는 이제 몹쓸 사진이 되었고, 몇 장 없는 가족 전체 사진 속의 나는 도저히 마음에 들지 않아 누구에게 보여주기도 싫고, 애꿎은 아이들 사진만 주구장창 찍어댄다. 그게 아줌마다.

그게 엄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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