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에서도 계속되는 주일성수
주일성수
한국에서도 백프로는 못했던 주일성수를 굳이 이곳 파리까지 와서 기어이 했다.
이렇게 하면 남은 여정 가운데 하나님의 무한하고 섬세하신 보살핌의 축복이 함께 하리라는 믿음이었다.
파리의 일정들 중 우연히도 맨 마지막이 된 파리선한장로교회에서의 한인예배는 오랫만에 느껴보는 외국 생활에의 갖가지 추억들을 소환했다. 유학생들과 주재원 가족들의 따뜻한 환영에 헌금을 조금 더 했어야하나 싶은 후회도 들고. 하지만 내 형편에 더 이상은 무리다.
어떤 이유로 지금 이 곳에 모여 앉아 있는지 하나씩 물어보고도 싶었다. 나는 원래 궁금한게 많은 사람이다. 여기 온지는 얼마나 되었는지 여기서 무엇을 하며 어떻게 살고 있는지 파리의 높은 물가는 살다보면 적응이 되기는 하는지 황인종을 향한 인종차별은 실제 존재하는지. 나는 정말 궁금한게 많은 사람이다.
꾸욱 누른다. 궁금함을 누른다. 나혼자라면 아무나 붙들고라도 하나씩 물어보고 궁금함을 풀텐데 그런 거 딱 질색하는 남편과 아들들 눈치가 보인다. 두고봐라. 내 나중에 너희들 없이 궁금한거 다 물어보고 다닐텐다.
꼭 주일예배를 드리기 위함이라기보다는 파리에 있는 한국인들이 궁금하고 파리에서의 예배가 궁금하고 그 정도였는데, 그 마음을 들켰다. 하나님께.
졸음이 쏟아지는 오후의 나른한 시간 동안 하나님은 놓치지 않고 내게 속삭이셨다. 고민하던 부분에 대한 분명한 음성을 주셨다. 돈을 좇지 말고 비전을 향하라. 돈을 좇으며 나름 치열하게 바쁘게 힘들게 살아왔는데, 지금 내게 주어진 사명은 그게 아니라는걸 말씀하신다. 주일성수는 이래서 진리다.
설교 중 목사님께서 그러셨다. 며칠 안되는 짧은 파리 여행 일정 가운데 현지 교회를 찾아 예배를 드리는 사람들은 우리 민족이 세계에서 유일할거라고. 그러고 보니 그렇다. 자랑스러워할뻔했다. 한인교회 궁금해서 가놓고 마치 믿음이 굉장한 사람인척 스스로 으쓱해했다. 내 얘기가 아닌 것을.
음악을 전공하는 유학생들로 이루어진 관현악단과 찬양단의 놀라운 실력에 입이 떡 벌어진다. 이제껏 들었던 왠만한 합창 공연보다 훨씬 더 은혜롭고 귀가 행복했다. 스무명 남짓한 청년들이 천정이 높은 교회를 찬양으로 가득 채웠다. 괜히 울컥.
아, 한 가지 더해진 좋은 일을 소개하련다. 배고프고 지쳐하는 아이들 때문에 급하게 식당을 고르는 일이 반복되다보니 마땅히 맛있는 음식을 먹어보지 못하고 어느덧 파리에서의 마지막 식사를 하게 되었다. 교회 가기 직전에 근처에 있다는 이유로 급히 들어간 평범해보이는 식당이었었는데, 우리 가족 만장일치로 프랑스 최고의 맛집으로 선정했다. 지치고 피곤한데도 끝까지 주일성수를 감행하려고 노력한 우리 가족을 불쌍히 여기시어 상을 주신 느낌이다. 인생 최고의 스테이크를 먹었고, 처음 맛보는 신기한 망고 샐러드도 상큼상큼했다. 매우 만족스러웠던 마지막 식사. 그리고 주일성수. 헌금은 5유로.
숙제를 마친 것처럼 개운한 기분으로 교회를 나선다. 여행 오셨냐고 잘 가시라고 악수를 청하는 담임 목사님 앞에서 고개가 꾸벅 숙여졌다. 어떤 이유건, 어떤 일을 하건 타국에서의 삶이란 보기보다 생각보다 훨씬 더 만만치 않다는걸 알기에 그 곳에 모인 모든 분들을 손 한 번 잡아주고 위로해주고 싶었다. 그럴 용기는 물론 없었지만 그런 맘이 들었던건 사실이다. 맘을 조금이라도 표현했어야하는데 아쉽다.
축도 중에, 여행오신 모든 성도님들 여행 기간 동안 머리카락 한 가닥도 다치는 일 없게 해달라고 기도해주시는데 '아멘'이 절로 나온다. 어쩜 너무 센스있으시다. 그렇다면 나도 가만히 있을 수 없지.
파리선한장로교회를 위해 기도해야겠다. 구체적인 기도제목을 모른다는게 함정인데, 홈페이지라도 한 번 들어가보는 성의는 있어야겠다.
몰래 촬영한 찬양대의 찬양을 유튜브에 올릴까말까 고민중이다. 올리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