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운곳이 생겼어요
갔던 곳.
가고싶은 곳.
가기로 한 곳.
가기 싫은 곳.
이런 곳들은 늘 있었다.
특히 가고싶은 곳은 셀 수 없이 많아서 리스트 작성이 시급할 정도. 근사한 여행지나 먼 나라, 그림같은 휴양지들은 모두 리스트에 들어간다고 보면 되겠다. 그렇게 우리는 많은 <가고싶은 곳>을 품고 살아가고 있다.
죽기 전, 한 번씩은 가볼 수 있을까 싶게 참 많은 곳에 가보고 싶고, 참 많은 곳에 아직 가보지 못했다. 다들 그렇게 살고 있다. 친구들끼리 여행계를 모으고 있는데, 만나기만 하면 꿈이 뭉게뭉게 커진다.
"우리 이 돈으로 어디갈까? 요즘 다낭이 그리 좋다는데 어떨까, 하와이 갈까, 하와이? 호주는 어떨까?"
꿈꾸는 건 자유이고 무료이니 마구 꿈을 꾸며 살아가고 있다.
그리운곳이 생겼다.
다시 가고 싶은 곳이 아니라,
<그리운곳>이 생겼다.
이번 여행에 갔던 수많은 곳들 중 유독 <그리운곳>이 생겼다.
두둥.
로마가 그립다.
로마.
가장 더웠고, 가장 마지막에 들렀고, 가장 힘들기도 했고, 숙소와 전철역이 가장 멀었고, 가장 물가가 쌌다.
굳이 그리워하는 이유를 못 찾겠는데, 잘 모르겠는데 계속 그립다.
눈을 감으면 로마의 조용하고 한적한 뒷골목을 혼자 걷던 그 때가 떠오르고,
선물로 줄 사탕을 사러 들렀던 슈퍼마켓도 생생하다. 시내버스를 타고 숙소로 돌아오다가 표를 버스 타기 전에 반드시 샀어야한다는 사실을 알고 급하게 아무데서나 내렸던 기억에 미소가 지어지고 그 때 흘렸던 땀이 생각나면 지금 손바닥이 축축해지는 기분이다.
웅장하고 유명한 건축물들은 그립지 않다. 그것들은 언제든 찍어온 사진이나 검색으로 얼마든 더 볼 수 있을텐데.. 그 시끌벅적하고 복잡한 로마에서 우연히 길을 잘못 들어 만났던 조용하고 예쁜 거리가 지금도 생생하다. 그 곳이 참 많이 그립다.
그럴 수 있을지 정말 모르겠지만
혹시라도 나 혼자, 꼭 혼자 다시 로마를 찾게 된다면
조용한 거리를 걷고 작은 슈퍼마켓에서 2유로짜리 사탕 한 봉지를 사서 시내버스에 오르고 싶다. 버스 티켓은 미리 사두어야 할거다.
눈을 감으면 생각나는 그리운곳이 있다니,
정말 대단히 멋지지 않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