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심히 한다고 하지만 언제나 아쉬움투성
항공권을 결제한 후 바로 이어진 숙소예약.
혼자 다니는거면 가장 저렴한 도미토리를 알아보고 그 중 위치가 괜찮은 곳으로
결정하면 그만이었겠지만!
유럽땅을 처음 밟는 세 남자와의 숙소를
결정하는 일은 고심 또 고심이었다.
하루 한 끼는 밥을 해먹이고 싶은 엄마 마음에 취사가 가능한 곳을 알아보다가 남편의 사랑 에어컨을 놓쳤다. 이런. 사랑이라기보다는 생존에 가깝다. 어느 여름, 남편은 에어컨 설치비가 아깝다는 이유로 팬티 바람으로 버티라는 부인의 강요에 애를 쓰다가 더위를 먹고 결국 몇 시간 동안 수액을 맞고서야 정신을 차린 적이 있다.
꼼꼼히 알아보는걸 가장 귀찮아하고 못하는 내가 여행을 준비했으니 이래저래 구멍이 났는데 그 중 대표가 숙소다.
아무리 귀찮고 잘 못해도 숙소만큼은 신경써서 알아봤어야 하는데 에어비앤비 싸이트에 주욱 올라와있는 것들 중 사진이 그럴싸하고 가격이 제법 만만한 것들로 대충 예약을 해놓고는 비행기에 올라버렸다.
그렇게 도착한 첫번째 숙소는 파리의 어느 작은 빌라. 엘리베이터가 없는 5층이며, 에어컨도 없고 파리 중심가에서도 떨어져 있는 도무지 가격 말고는 좋은 점이 하나도 없는 말도 안되는 숙소를 예약해놓은 걸 숙소에 들어서서야 깨달았다. 돌이키기엔 늦었다. 양손에 캐리어 하나씩을 들고 큰 배낭을 메고 5층을 걸어올라온 남편은 애써 더위와 당황스러움을 누르며 말이 없었다.
다행히 실망으로 시작하여 만족스럽게 잘 마무리되긴 했지만, 5층 계단을 매일 오르내려야한다는 중요한 정보조차 확인하지 않고 결정한 내 탓은 두고두고 못 잊으리.
전화위복이 되어 그 숙소 덕분에 규민이는 계단 오르내리기에 재미와 자신감을 갖게 되었고 우리는 전망 좋은 높은 집에서 매일 창문 앞에 한참을 서 있기도 했다. 압도적으로 저렴한 숙박비 덕분에 맛난 음식들을 맘편히 먹는 여유가 있었고, 파리에 사는 평범한 시민들의 일상도 엿보기에 충분했다.
두 번째 숙소는 더 가관이다. 스위스 인터라켄은 높은 물가로 사람의 혼을 빼놓는 곳인데 어째 알아보는 숙소마다 낡고 비쌌다. (사실 그다지 맹렬하게 알아보지 않았다. 숙소 검색하느라 온 정신을 쏟는 사람들을 비웃어가며 설렁설렁했다.) 하루이틀 알아보다, 그나마 좀 저렴하고 멀쩡해보이는 숙소를 발견했는데 그나마도 파리의 두 배 가격이었다. 조금 더 알아봤다면 다른 결과가 있기도 했을텐데 그 조금이 너무너무너무너무 귀찮았다. 환불불가라는 걸 알면서도 그냥 확 예약해버렸고, 늦은 밤 인터라켄에 도착해 숙소를 찾아들어가면서 뭔가 또 잘못됐다는걸 알게 되었다.
넓지도 않은 아주 작은 마을 인터라켄에서도 어찌 그리 구불구불 들어가는지. 대부분의 숙소들이 인터라켄 서역 주변에 옹기종기 모여들 있던데 그 와중에 우리 숙소만 한적한 숲길로 한참을 올라간다. 사람좋은 호텔 주인장님이 픽업을 나와 주시지 않았다면 난 이 숙소를 선택해놓고는 여행준비 잘하고 있다고 큰소리 쳤던 나를 용서하지 못했을 것 같다.
융프라우호에 다녀와 다시 인터라켄에 도착하니 8시가 넘었다. 숙소에서 무료로 제공하는 시내 버스 카드를 들고 야심차게 숙소로 돌아갈 준비를 하는데. 이런이런. 우리가 탈 버스는 이미 운행이 끝났단다. 뭐라고요? 몇 번을 재차 확인했지만 답은 같았다. 8시 30분에 이미 끊겨버린 버스를 원망하며 구글맵을 켰다. 걷는거다. 걷는 것만큼 몸에 좋은 운동이 있던가.
앞서거니 뒤서거니 30분을 걸어 숲속 우리 숙소에 도착하니 온몸이 나른하다. 군말없이 열심히 걸어준 아들들을 위한 과자파티를 열어주었다. 택시비 무서워 걸었는데, 과자값도 말도 안되게 비싸다. 과자 3봉지에 빵 하나, 우유 한 통 샀는데 2만원이 또 훌쩍 넘어버린다. 그 와중에 과자들은 미치도록 짜다. 다들 다섯번을 못 먹는다.
아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