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톡

없이는 하루도 못 살것같은 그 이름

by 이은경

여행지에 도착해, 한국에서 준비해온 유럽 전용 유심칩을 갈아끼우며 몇 분 안되는 그 시간이 조마조마하다. 혹시나 만개 중 하나 있을지 모르는 불량품을 사들고 온 건 아닐까 싶어 몇 초가 길다.


유심칩이 제대로 역할을 하기로 결심을 한건지 확인한 방법도 카카오톡이요, 3만원하는 유심칩을 망설임없이 구입해 들고온 이유도 카카오톡이다.


머나먼 땅에 만 하루 걸려 도착해 가장 먼저 한 일은 한국으로의 국제전화가 아니었다. 도착 소식을 궁금해하며 기다리고 있을 양가의 부모님께

"저희 잘 도착했어요."라는 카톡을 보내는 일. 공항의 풍경이나 셀카봉을 휘두르며 한 장 건져낸 가족 사진을 잽싸게 전송하는 일. 비행 시간 동안 확인 못한 수십개의 각종 단체방의 카톡들을 읽어내려가는 일.


쉴새없이 날아드는 단체채팅방의 수다들이 나를 구속한다 생각했었다. 그것 때문에 읽느라 한 마디 거드느라 보내는 시간들이 아깝고 헛되어 보였다. 그러면서도 또 반가워하고 그러면서도 또 그만 해야지 다짐도 하고 애증의 카카오톡인데. 그게 여행을 이렇게 많이 바꾸어놓았다.


한국에서 걱정하실까 싶어 며칠에 한 번씩 전화를 드려야했던 이전의 여행들은 이미 기억 속에만 존재한다. 한국과의 시차를 생각하여 적당한 시간 쯤에 전날 찍은 사진들 중 최고 괜찮은 것들 몇 장을 주르륵 전송해버리면 모든게 끝이다.


매우 잘 지내고 있으며, 아픈 곳이 없고, 지금은 스위스에서 지내는 중이며, 이 곳의 날씨는 선선한 편.


사진 몇 장으로 많은 것을 설명한다. 다른 설명이 필요없다. 잘 먹고 있다는 얘기를 하고 싶으면 먹었던 음식의 사진을 한 장 보내면 되고, 아이들이 씩씩하게 잘 지내고 있으니 걱정 마시라는 말씀 대신 이국땅 어느 거리에서 환하게 웃고 있는 아이들 사진이면 된다.


유럽을 경험했던 사람들은 사진의 배경을 보며 아는체를 해주고, 그렇지 않은 사람은 사진이 그림같다며 마냥 부러워해준다. 그렇게 사진 몇 장으로 카톡방은 활기를 띄고 훈훈하게 마무리된다.


내가 속한 단체채팅방 덕분에 알프스 산맥에 올라서도 한국의 일상과 소식을 세세히 알게 되었고 새삼 내가 많이 멀리 떠나왔음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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