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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은경 Jan 13. 2019

대림역 2번 출구

무좀전문병원 강력추천

고등학교 시절, 아빠께서 발톱 무좀을 선물하셨다. 일부러 챙겨주신 건 아니고, 지나가듯 슬쩍 주신 거라 실은 그리 대단한 선물을 받았는 줄도 모르고 꽤 오랜 시간이 지났다. 여름도 아닌데 발가락은 쉼없이 가려웠고 미친 사람처럼 긁어대는 것 말고는 더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이런저런 다양한 약과 치료법, 병원을 시도해 보았지만 큰 소득이 없었다. 나는 이대로 영영 무좀 환자인 건가. 시집도 못 가보고 무좀 때문에 고통받아야 하는 걸까. 


대단한 정보는 아니었다. 검색을 했고 멀지 않은 곳에 병원이 있다 했고, 고친 사람도 꽤 있었다. 인터넷상에는 늘 다양한 형태의 광고들이 순진한 표정을 짓고 있으며 철썩같이 믿어지는 절절한 후기들이 쉽게 눈에 띈다. 광고여도 괜찮으니 제발 나의 발 좀 어떻게 해주십시오라는 간절한 마음으로 검색에 열을 올렸다. 검색을 통해 사실적으로 얻는 정보의 바다를 헤엄치다 보면 어느 순간, 그냥 이 내용이 최고인 것 같고 조금의 과장이나 허위는 물론이요, 썩 괜찮은 곳일 것만 같아진다. 내가 마음을 주기 시작하는 그 순간이 분명히 온다. 그래서 찾아간 곳이 대림역 2번 출구다. 


2번 출구를 빠져 나와 보이는 골목을 놓치지 않고 잘 찾아들어갔다. 인터넷 검색에 의존하는 나같은 사람이 빠지기 쉬운 함정은 사진이다. 사진에서 보면 말할 수 없이 깔끔한 대형병원이었는데 그 곳은 그 곳이 아니었다. 침침하고 지저분한 진료실에 들어가 앉으니 여기도 망했구나, 바로 다른 곳을 알아봐야겠구나. 약을 받아왔고 바르라는 연고도 꼼꼼히 발랐다. 일단 좀 지켜보기로. 기대는 없었지만 새로운 병원을 또 알아보고 다니기엔 그  때의 내가 좀 어리고 분주했다. 사들고 온 약이 아까워 꼬박 지시를 따랐을 뿐인데 결과는 대성공. 있는대로 심각한 상황이었던 못나고 가려운 발이 보송보송 달라지기 시작했다. 보기에도 느끼기에도 많이 좋아지고 있었다. 대림역 2번 출구의 허름한 개인 병원에서 몇 년간 실패했던 발톱 무좀이라는 병을 해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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