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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정 추종 주식, EFS

초초단편 이야기

by 밈바이러스

EFS라고 들어보셨는가.

Emotional Follow-up Stock.

소위 감정 추종 주식이라 불리며


인간 존재의 탄생과 함께 천사와 악마들에게서 유행하기 시작한 놀음이다. 이 놀이에 병적으로 빠져든 악마들의 입버릇은 "역시 인간은 재밌어"다.


그들이 인간의 감정을 다이얼 돌리듯 직접 조작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단지 한 인간의 일상을 조금 비틀 수 있을 뿐. 하지만 아주 약간의 비틂으로도 충분하다. 그것만으로도 반드시 거쳐야 할 운명과 어긋나게 하거나, 절대 만나서는 안될 두 사람을 만나게 할 수 있으므로.


EFS는 인간의 탄생과 죽음으로 상장되며 폐지된다. 그러니 당신이 자녀를 갖게 될 경우 새로운 EFS가 상장되고 자녀의 EFS과 당신의 EFS는 어떤 방식으로든 유의미한 상관관계를 갖게 될 것이다.


아무튼 부디. 당신의 감정을 조작하려는, 심지어 허무와 자살을 유도하려는 세력을 조심하라. 상황과 맥락에 너무 많은 의미와 인과를 부여하지 마라. 아니 오히려, 무슨 일이 있더라도 지나치게 자신 탓을 하거나 자신을 몰아붙이지 말 것.


내가 왜 이런 조언을 하느냐 물으면

나는 그저 당신의 EFS에 롱 포지션을 잡았을 뿐. 당신에 개인적인 호감과 애정 이 있는 것은 아니다. 우리는 당신을 언제 어디서나 여러 시점에서 볼 수 있다. 한 번 아무 방향으로나 씨익 웃으며 브이 하나 날려주겠는가? 그래. 마치 트루먼쇼의 주인공처럼 말이다.



+

솔직히 말해 내가 당신을 고른 이유를 가득 담아 한 권의 책을 낸다면, 그 책 초반에는 필히 당신 웃음의 아름다움, 그리고 뭉클함과 자아의 완전 연소, 머무르며 바라보고 싶은 마음을 어렵사리 언어로 묘사하는 데에 수많은 페이지를 할애 해야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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