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가 자신을 운용하는 경이로운 방법
우리의 뇌는 단순한 생물학 기관이 아닙니다. 뇌는 자신을 효율적으로 운용하고 세상과 더 잘 상호작용하기 위해 ‘나’라는 정교한 사용자 인터페이스(UI)를 스스로 만들어내서 사용합니다. ‘나’라는 UI는 뇌의 가장 고차원적인 기능 중 하나이며, 우리는 이 UI를 조작하는 별개의 존재가 아니라 ‘나’라는 UI가 구현됨으로써, ‘나’라는 주인공으로서 경험하고, 또 살아갑니다. 마치 게임기(뇌)가 스스로 ‘주인공 캐릭터’(나)를 만들고, 그 캐릭터를 통해 게임(그리고 세상)을 플레이하듯이 말입니다.
‘나’라는 UI는 오랜 진화의 여정 속에서 점진적으로 복잡성을 획득해 왔습니다. 안토니오 다마지오 교수는 생명체가 의식, 자아, 그리고 문화를 형성해 온 과정을 세 단계의 진화적 발전으로 설명하는데, 데닛의 관점에서 그의 설명을 들으면,‘나’라는 UI의 진화적 근원을 알 수 있게 됩니다.
“첫째, 가장 오래된 요소(내장과 혈관 등 순환계의 대사적 화학작용과 그 운동)로부터 ‘느낌’이라는 원초적인 정신 현상이 발생했다.” 느낌은 유기체의 내부 상태와 항상성 조절 과정이 뇌에 의해 매핑되고*, 의식적(원초적 의식)으로 경험되는 현상입니다. 데닛의 시각에서 가장 기본적인 수준의 ‘내부 모니터링 UI’라고 볼 수 있습니다. 생존에 필수적인 ‘알림 메시지’이자 원초적인 ‘접근/회피 인터페이스’인 셈입니다.
“둘째, 그보다 덜 오래된 요소(골격계와 근육)를 이용해 ‘몸의 이미지’를 형성하는 능력이 발달했다.” 자신의 신체를 하나의 통합된 ‘용기’로 표상하는 능력으로 신체적 자아(somatic self)가 탄생합니다. ‘자기 신체 표상 UI’의 발전으로, 신체의 경계와 위치, 움직일 수 있는 가능성(외부 공간)을 파악하여 복잡한 운동 제어와 환경 상호작용에 필수적인 ‘운동 데이터 입력 및 출력 인터페이스’의 정교화를 이끌었습니다.
“셋째, 느낌과 ‘몸의 이미지’라는 두 가지 표상이 결합하면서 (확장된) 의식이라는 새로운 경로가 열렸다.” 유기체가 내부의 ‘느낌’과 외부 환경 속 ‘몸의 움직임’을 일관된 ‘내 것’으로 묶어내는 능력이 합쳐져, 기초적인 ‘내러티브 형성’이 가능하게 된 것입니다. 동물의 경우에도 이러한 수준의 UI를 가지고 있어, ‘위험한 포식자’나 ‘맛있는 먹이’처럼 생존에 직결되는 미시적 정보를 의미 있는 개념으로 묶어내는 ‘기본적인 추상화 능력’을 발휘합니다. 이는 그들의 뇌가 환경과 즉각적으로 상호작용하기 위한 필수적인 기능입니다.
마지막으로 “이미지를 만들어서, 어떤 대상을 대표하고 상징하는 힘”을 이용하여 ‘언어’가 진화했습니다. 여기서의 ‘언어’는 단순히 인간의 음성 언어를 넘어 모든 형태의 ‘상징적 표상 능력’과 ‘개념화 능력’의 근원적인 발현을 뜻합니다. 여기서 인간의 언어 능력은 특히나 다른 동물의 것과 다릅니다. 우리에게 침투한 밈으로써 함께한 언어의 진화는 인간의 ‘나’라는 UI를 동물 UI와 질적으로 구별하는 결정적인 전환점이 됩니다.
* ’매핑(mapping)’: 다마지오는 뇌가 몸의 내부 상태를 지속적으로 신경 지도(neural map)로 ‘매핑’한다고 설명합니다.
일부 고등 동물, 특히 영장류, 코끼리, 돌고래, 일부 조류(까마귀, 앵무새 등)는 확장된 의식의 몇 가지 요소들을 보여주는 행동 증거를 보입니다.
자서전적 기억의 흔적:
인간의 자서전적 기억은 ‘무엇이’, ‘어디서’, ‘언제’ 일어났는지를 의식적으로 떠올리는 능력입니다. 서부 스크럽-제이 같은 새들은 먹이를 저장할 때, ‘어떤 종류의 먹이를’, ‘어디에’, ‘언제’ 저장했는지에 대한 정보를 기억하여, 상하기 쉬운 먹이는 빨리 꺼내 먹고, 오래 보관할 수 있는 먹이는 나중에 꺼내 먹는 행동을 보입니다. 이는 자서전적 기억의 초기 형태를 시사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미래 계획:
일부 영장류나 까마귀는 나중에 사용할 도구를 미리 만들거나, 당장 필요하지 않은 먹이를 미래에 사용할 목적으로 저장하는 등 미래를 예측하고 계획하는 행동을 보입니다. 이는 다람쥐의 저장 행동과는 비교됩니다. 다람쥐가 ‘겨울은 춥고 먹을 것이 없겠군, 그러니 지금부터 미리 준비해야지!’ 하고 의식적으로 생각하고 미래를 상세하게 시뮬레이션한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그들의 행동은 현재의 환경적 신호(먹이의 풍부함, 짧아지는 낮)가 방아쇠 역할을 해서, 진화적으로 유리하게 각인된 행동 패턴이 활성화되는 것에 가깝습니다.
자기 인식:
거울 테스트*를 통과하는 능력이 일부 동물(침팬지, 돌고래, 코끼리, 까치 등)에게서 발견됩니다. 이를 통해, 일부 동물들이 우리가 ‘자아(self)’라고 부르는 것의 원초적 형태를 가지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확장된 의식의 요소들이 있다고 해서, 동물들이 인간과 동일한 수준의 의식을 가지고 있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다마지오는 ‘자서전적 자아’와 ‘확장된 의식’ 형성에 언어가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고 봅니다. 인간의 복잡한 상징 언어는 과거를 회상하고, 미래를 상상하며, ‘나’라는 이야기를 구성하는 데 필수적입니다.
동물들은 제한된 의사소통 수단을 가지지만, 인간의 것과 같이 복잡한 문법이 있고, 상당히 추상적인 개념을 다루는 언어를 사용하지는 않습니다. 동물들이 자신의 삶을 포괄하는 일관된 ‘이야기’를 스스로 구성하고, 그 이야기에 대해 ‘반성적’으로 사유하는지 여부는 아직 미지수지만, 분명 그들의 미래 계획이나 기억은 인간의 것만큼 추상적이거나 광범위한 수준은 아닐 것입니다.
* 거울 테스트: 먼저 동물에게 거울을 보여줍니다. 처음에는 대부분의 동물이 거울 속의 자신을 다른 동물로 착각하고 공격하거나 사회적 행동(예: 유혹, 위협)을 보이기도 합니다. 충분한 시간이 지나면, 일부 동물들은 거울 속의 이미지가 자신을 비추는 것임을 인식하기 시작합니다.
인간은 언어와 밈을 기반으로 복잡한 ‘자아 서사’(‘나’라는 내러티브를 중심으로 UI)를 구성합니다. 그렇게 다양한 전기 정보 신호를 ‘나의 경험’이라는 일관된 내러티브로 통합하고 요약하며, 의미를 부여해서 혼돈을 해소하고, 불필요한 패턴은 걸러내 더 효과적인 학습 및 예측을 할 수 있게 됩니다.
데닛의 말을 빌리면, “밈의 진화는 사용자 인터페이스가 진화할 조건을 제공”했습니다. “사용자 인터페이스는 밈을 연출(render)하여 ‘자신(self)’에게 보이도록 만들고, 이때 ‘자신’은 다른 개체와 의사소통하는 서술의 무게중심이며 말과 행동 모두의 작자인 개체를 말한다. ‘자신’은 현재 뇌에서 일어나는 일에는 접근이 제한되어 있지만, 새로운 밈을 향유하고 오래된 밈을 퍼트리며 남들과 정보를 공유하는 일은 잘하도록 잘 설계 되어 있다. 우리는 어떤 사람이 우리에게 말하는 것을 듣거나 읽음으로써 그 사람에게 배우고, 우리 자신에 대해서도 그런 방식으로 배운다.”
우리는 ‘나’의 능력과 이해력을 상대방이 활용할 수 있도록 자신의 사용자 인터페이스를 다른 사용자에게 내어주고, 우리도 “우리의 인터페이스를 활용하려는 손님들과 대략 같은 조건에서 스스로도 자신의 인터페이스를 활용”합니다. “우리는 우리의 생각을 남에게 말하기 위해 발화할 뿐 아니라, 우리가 생각하는 것을 우리 자신에게 말하기 위해서도 발화한다(존 헐링스 잭슨, 1915).”
“의사소통의 진화를 이해하려면 그것이 순수하게 협력의 행위라고 보는 것보다, 속임수에 기반한 것이라고 볼 필요가 있다. 포커페이스가 없는 생물, 즉 모든 청중에게 자신의 ‘현재 상태를 그대로 전달하는’ 유기체는 속된 말로 ‘봉’이 되며, 결국 멸종할 것이기 때문이다.” “의사소통은 유기체가 자신의 제어 체계를 스스로 감시해야만 하게 만드는 유일한 행동이다((데이비드 맥팔랜드, 1989).”
그래서 우리는 여러 컨트롤러(모듈)와 함께 사적인 작업 공간이라는 좋은 설계 특성을 갖추었습니다(자기 기만도 함께 진화). 덕분에 우리의 UI는 단순히 생존을 넘어 도덕적 판단, 사회적 상호작용, 메타인지, 미래 계획, 속임수 생성 및 속임수 간파 등 고도화되고 추상적인 것들이 가능해집니다. 타인과 같은 것을 깊이 있게 인식하고, 같은 것을 이야기할 수 있는 공통의 기반도 마련됩니다. UI는 서로의 (그리고 자신의) 의도를 파악하고, 감정을 읽으며, 사회적 규칙을 따르는 등 복잡한 의사소통과 함께 사회적 삶을 가능하게 합니다.*
우리는 UI를 통해 사적인 공간에서 생각에 대해 생각하는 등의 메타인지가 가능해졌고, 감정을 인식하고 다루는 등 추상적인 통제력을 가지게 됐습니다. 또, 언어의 정교함을 통해 복잡한 상황에서 행동 전략을 세밀한 방식으로 계획하고 조절하며, 동시에 그 방식을 다른 사람에게 전달할 수 있습니다. ‘나’라는 사용자 인터페이스는 뇌의 가장 고차원적인 기능이자, 복잡한 ‘뇌 스스로가 자신을 운용하고 세상과 상호작용하는 경이로운 방법’입니다. UI는 뇌 안에 숨어있는 ‘작은 사람이나 사용자’에 의해 조종되는 것이 아니라, 뇌라는 거대한 시스템이 스스로를 관리하고 효율적으로 기능하기 위해 만들어서 ‘상대방에게, 또 스스로에게 보여주는 결과물’이자 ‘대표 얼굴’입니다.
* 위의 내용(“데닛의 말을 빌리면~”)은 데닛의 <박테리아에서 바흐까지, 그리고 다시 박테리아로>를 옮긴 것입니다.